사진일기14-해남 가는 길로 지구 두 바퀴

사진일기-14-2021.5.3.-해남 가는 길로 지구 두 바퀴

by 제대로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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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해남 가는 길로 지구 두 바퀴


남편의 고향은 전라남도 해남이다. 그리고 나의 고향은 서울특별시 영등포구다. 거창하게 말하면 한반도의 분단 현실 속에서 이어진 지리적으로 극과 극의 만남이다. 건조하게 말하면 모든 만남이 모두 인연으로 연결되진 않지만, 결혼이라는 프레임이 씌워 사랑을 운운하지 않고도 인연이 되었다. 그리고 결혼하기 좋을 나이에 우연적으로 만나 결혼해 아이까지 낳았으니 날벼락 같은 사건이 없는 한 필연적으로 죽음까지 함께하는 운명이 되어버렸다. 제목이랑 맞지 않게 운명이란 말을 운운하는 거창한 이유는 사랑을 이야기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다음은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이라는 시의 일부분이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가 함께 오기 때문이다.


우리는 사랑하기 때문에 그 사람과 결혼을 하기도, 꿈꾸기도 하지만 한 사람과 결혼한다는 것은 사랑이라는 감정뿐만 아니라 그의 가족, 성격, 등 다른 것들을 모두 포함해서 함께하는 것을 의미한다는 거쯤은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 같은 것이 되어버렸다. 나는 서울에서 태어나 결혼하기 전까지 거의 서울을 떠나본 적이 없다. 그런 연유는 부모님이 장사하셨던 이유가 가장 컸고, 친척들 대부분 구만 달랐지 서울에서 거주하고 있었다. 초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시골을 경험해 본 기억이 막내 이모부가 충남 온양이 회사여서 막내 이모는 신혼살림을 온양에서 시작해 여름 방학 일주일 정도씩 이모네 놀러 간 기억이 전부이다. 그것도 아파트여서 딱히 우리가 상상하는 시골집의 풍경은 아니었다.


그런 내가 고향이 전라남도 해남 남자를 서울에서 만나 결혼까지 하게 되어 일 년에 4번 정도는 해남에 내려간다. 어머니 생신 겸 어버이날로 5월, 시아버지 제사로 8월, 추석 명절로 10월 그리고 중간에 행사가 있을 때 추가되면 3번은 기본으로 1~2번은 옵션으로 추가되어 4번은 가는 거 같다. 결혼하고 처음 7~8년 동안은 더 자주 갔던 거 같다. 위의 경우의 수에서 현충일 연휴 6월과 설 연휴 1월이 추가되면 일 년에 6번, 두 달에 한 번꼴이다. 왜 이렇게 자주 갔냐고 물으면 할 말이 없다. 남편이 진정한 효자라고만 하고 넘어가야 할 거 같다. 이 주제 하나만으로도 충분한 서사가 있기에 그냥 넘어가야 한다. 집에서 출발해 해남 시골집까지 화장실 일 보러, 주유하기 위해 등 휴게소 2번 정도 들리고 막히지 않고 가도 빨리 가면 5시간, 적당히 애교로 막히면 8시간, 추석 명절이나 공휴일 하루라도 껴있는 날이면 12시간도 걸릴 때가 있다.


이 글을 쓰면서 재미 삼아 계산해본다.

네이버 지도 길 찾기 거리로는 427Km로 일 년에 4번이면 1,708km, 21년 동안 35,868km, 추가된 횟수 연 2회*8년=16회의 6,832km까지 합하면 대략 42,700km의 계산 값이 나온다. 지구의 적도 둘레가 약 4만 75㎞이고 하루에 40㎞씩 걷는다면 1,000일 정도 걸린다고 한다. 나는 해남 가는 길로 지구 한 바퀴는 돈 셈이 된다. 그리고 왕복으로 계산하면 지구 두 바퀴가 된다. 그렇게 생각을 하지 않더라도 427km 거리에 21년의 세월이 더해져 ‘해남 가는 길’은 달리 보이고 달라진다.


해남이 시댁이고 아니고, 가는 길이 멀고, 힘든 것을 떠나서 거리와 시간이 주는 아우라로 사람이든 사물이든 그리고 그것이 장소라도 20년이 넘어가면 추억이 차곡차곡 쌓여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 무언가가 생긴다. 태어나지 않아도 고향이 될 수 있고, 그리운 풍경 하나로 자리 잡을 수 있음도 느낀다. 지구 2바퀴를 돌아서인지, 내가 돌아서인지 해남이 시댁인데 고향 집으로 느껴지는 이 아이러니는 나만이 오롯이 느낄 수 있는 굴러온 돌의 자부심 같은 뭐 그런 느낌이다.


그런 연례적인 횟수를 코로나는 확 바꾸어 버렸다. 작년 추석 이후로 가보지 못해 어머니 생신 겸 돌아오는 어버이날로 금요일 저녁 퇴근 후 출발해서 토요일을 지내고 일요일 점심 먹고 올라오는 일정으로 내려간다. 최대한 서둘러서 6시에 출발해도 막히지 않아도 11시는 넘어 도착할 것이다. 남편은 등산화, 나는 단화, 딸은 몸빼바지를 입고 출발한다. 그래서 우리 가족은 각자의 방법으로 최대한 편한 상태로 자신의 시간을 보낼 자기만의 짐으로 가볍게 또는 무겁게 떠난다.


해남 가는 길은 지구 세 바퀴 도는 길로 이어져 여행이 역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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