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3- 제목: 북리뷰-내 일을 지키고 싶은 엄마를 위한 안내서
제목: 북리뷰-내 일을 지키고 싶은 엄마를 위한 안내서
저자 : 인터뷰집
출판사 : 마티포포 지
일-가정 양립, 일-생활 균형이 남성에게는 가능하고 실현 가능해 보이지만 결혼하고 아이가 있는 여성에게는 도달하기 어려운 현실이기도 하다. 과거보다 많이 좋아진 것은 사실인데 여전히 어려운 것도 현재의 모습이기도 하다. <내 일을 지키고 싶은 엄마를 위한 안내서>는 일을 가진 여성이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며 일과 육아라는 양립하면서 당황하고, 좌절하고, 실패하면서 도전하고 포기하지 않고 일을 통해 자신을 아이를 지키는 10명의 30대 후반 엄마들의 경험담이 녹아있는 인터뷰집이다. 책 서문에 100명의 엄마가 있다면 100개의 서사가 있다고 환상 같은 롤모델을 좇다 “난 역시 안 돼”라며 좌절하기보다 작은 부분일지라도 내가 시도하고 성취할 가능성에 더 집중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기획되었고 비대면 인터뷰를 모아서 책으로까지 나왔다.
어려운 단어, 용어가 없고 바로 옆에서 이야기를 듣는 듯 익숙하게 술술 읽히는 책이었다. 나와는 하는 일과 처한 현실은 달랐지만 나도 일과 아이를 키우면서 막내가 중학교 들어갈 때까지 시시때때로 일도 양육도 제대로 해내는 것이 없다는 생각에 살아있으면서 지옥을 여러 번 오고 갔기에 그들이 어떻게 하루하루를 보내는지 짐작이 갔다. 이 책을 읽으며 치열하게 오늘을 살아가는 그들을 그리면서 허덕이며 어제를 살아온 나를 소환했다. 군대 간 대학생 아들, 고등학교 2학년이 딸이 있는 현재의 나는 속으로 지금의 엄마들에게 질투도 나고 꼰대 같은 마음이 있었던 것을 깨달았다.
내가 임신했다고 국가가 철분제를 주지도, 산전검사도 해주지 않았다. 내가 아이들 키울 때 국가에서 유치원비 하나도 지원 없었고, 이것저것 혜택을 누려본 것이 하나도 없다. 국공립어린이집을 찾을 수가 없었고 시댁을 포함해서 내 주변의 모든 여자는 “아이 키우는 게 돈 버는 것보다 더 귀한 일이다” “애가 우선이지” “애 다 키우고 일은 나중에 해도 된다”라는 직접적인 말을 들으며 회사에서는 남편이 얼마나 능력이 없기에 일하러 다니느냐는 처량하게 보는 시선 속에서 살아왔다. 여자의 일로는 교사나 공무원 외에는 인정해주지는 않는 분위기에서 내가 일할 명목을 나 자신의 자아발견이나 꿈의 자리는 없었다. 남편에게는 ‘둘이 개같이 벌어서 아파트 장만하자’, ‘우리 빨리 부자 되자’. 차마 만류하지 못하는 친정엄마에게는 ‘내가 엄마 가장 할 테니 내 아이들 좀 키워줘.’ 남자는 동료가 아니라 경쟁자였고 그들을 이기기 위해서는 일도 잘하고 술도 잘 마시고 성격도 호탕하면서 지랄 같아야 했다. 지금 되돌아보면 왜 이렇게 치열하게 아등바등 살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한편으로 그리 살지 않았으면 지금 일하지 않고 있을거 같다.
이 책은 엄마가 되어서 자신의 전공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이어가는 이야기, 아니면 전공을 달리해서 전혀 다른 일을 시작하면서 겪은 이야기들이 나온다. 대기업의 잘나가는 임원도 아니고 알만한 회사를 창업한 사업가도, 우아한 전문직 종사자도 아니었지만, 아이를 포기하지 않고 자기 일도 포기하지 않으며 꾸역꾸역 버텨온 삶이 참으로 긍정적으로 보였고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지만 오랜 시간 알고 지내온 사람들처럼 그들의 아픔이 고단함이 익숙한 내 것과 닮아있었다.
연봉 얼마, 매출 얼마, 일도 육아도 완벽히 해낸 여성 이야기는 이미 많고 평범한 여성들에게는 너무 먼 이야기라는 말에 동의한다.
한 직장에서 20년 ‘존버’했다는 이혜선 씨의 이야기에 공감이 많이 갔다. 나도 결혼 후 20년 동안 한 직장은 아니지만, 직장생활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를 낳고 직장생활하는 여성들은 성공의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기에는 핸디캡이 많다. 내 능력이 부족하기도 하지만 나의 24시간을 일에만 몰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면 아이를 희생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지금은 ‘일할 수 있음’ 그 자체에 감사하고 ‘존버’만이 살길이라고 생각한다.
출산 후 경력 공백이 6년 후에 재취업한 최유진 씨의 이야기에서 눈물을 조금 흘렸다. 그녀가 후배들에게 친정엄마, 시엄마 찬스 쓰지 말라며 자신은 시터님에게 아이를 맡겼다는 말에서 나는 죄책감을 많이 느꼈다. 왜냐하면, 내가 잘 나서 오랜 시간 직장생활을 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아이들이 절대적으로 보살핌이 필요했던 초등학교 1학년 때까지, 유치원에 갈 수 있을 때까지 친정엄마가 육아와 살림을 도맡아 해주셨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결혼해서 일하는 여성에게 일이란 누군가의 희생의 담보가 없이는 이루어지는 일이 아니었고 많이 좋아졌다고 하나 마음 편하게, 아쉬운 소리 안 하고 아이를 키우며 일을 할 수 있는 현실은 지금도 아니다.
그녀는 임신했을 때 태교 얘기만 하지 출산 후에 어떤지는 얘기를 안 한다는 말에서 나도 내 아이 다 키웠다고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남편과 아이들, 주변 사람들에게 지속해서 이야기해야 함을 느꼈다.
그리고 코로나 시대에 고생하는 의료진, 방역 당국, 생계가 위태로운 자영업자의 그늘에 가려 엄마에게 돌아가는 돌봄의 부담은 배로 커졌건만 누구도 엄마를 챙기지 않는다는 말에, 엄마로 감내해야 하는 이 모든 일이 그저 당연한 ‘엄마니까’라는 프레임에 갇히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에 진심으로 공감했다.
이직만 6번, 싱글맘으로서 고군분투하는 송지현 씨의 이야기에서는 좀 더 소외되고 도움이 필요한 엄마에게 실질적인 도움에 목소리를 함께해야 함을 느꼈다. 제도권에 있으면 그 안에 들어오지 않고 그 밖에 있는 사람들에게 가혹한 잣대를 들이대고 편견으로 상처를 줄 때가 있다. 전혀 의식하지 않고 말이다. 사회가 일하는 엄마를 위해 어디까지 해주어야 하는지 대한 질문에 아이 돌봄의 완전한 공공화를 말하며 승무원이 다른 시터나 부모님 도움 없이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정도까지 바란다고 했다. 너무 과한 요구가 아니냐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만큼 도달하지 않으면 지금의 최저 출산율도 지켜내지 못할 것이다.
이제 대한민국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아들을 대놓고 요구하면 요즘도 그런 시어머니 있냐며 비난이 쏟아질 거 뻔하듯이 대한민국 20~30대 여성들은 자신을 갉아먹는 육아를 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과한 상상일 수 있지만 앞으로 대한민국 남자들은 대한민국 여자들을 통해서 자신의 2세를 만들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석유를 수입하듯이 외국인에게 대한민국 국민이 되기를 바라고, 출산율이나 인구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남과 북은 평화를 만들고 통일의 필요성을 이야기할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엄마들의 노력과 희생을 당연하게 생각하면 안 되는 시대에 살고 있음을 모두 깨달아야 한다.
‘나 때는 더 힘들었어, 지금은 아무것도 아닌데 뭐가 힘들다고 그래, 편하게만 살아서 뭘 알아’
‘원래 모두 양보하는 게 엄마야, 엄마 되는 게 그리 쉬운 줄 알았어?’
이런 말들은 100% 틀린 말은 아닐지라도 그들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나는 아들과 딸에게 수시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야기한다.
엄마, 아빠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빨리 결혼해, 그리고 아빠한테 꼭 키워달라고 해, 너희 어려서 직장생활만 했으니 손주라도 키워줘야지, 인생 공짜가 어디 있어 자식은 공으로 키웠으니 손주는 키워달라고 당당하게 요구해. 엄마는 이것저것 하고 싶은 거 많고 바쁘니까 아빠 한테 부탁해라. 먼저 낳은 사람이 임자니까 서두르고 엄마 빈말 아니니까 명심하고^^.
이제 우리는 대한민국에 태어나는 아이들에 대한 책임과 사랑을 베풀어야 한다. 그것만 해결되어도 대한민국은 살만한 나라가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