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일기23-시창작연습-시를 쓴다는 것은..2021.5.24
사진일기23-시창작연습-시를 쓴다는 것은...-2021.5.24.
2021년 1학기 시 창작 연습 수업을 듣고 있다. 강의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는 지금 나를 되돌아보니 대학원수업중 제일 진심으로 수업에 임했던 과목이 되었다. 나는 솔직히 시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편견으로 판명되었지만 시는 나약하고 실용적인 효용성이 없다고 생각이 기본으로 장착되어 있었고 현실의 힘듦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의 신선놀음 정도로 어느 정도 먹고 살만 한 사모님들의 우아한 취미로 정도로 여겼음을 고백해야 할 거 같다.
지금은 그만큼 나 자신이 시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왔다는 반증과 자본주의와 합리적 사고라는 틀 속에 사로 잡혀 있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러한 편견과 좁은 시야는 중고등학교 시절 교과서에서 시는 달달 외울 것이 많은 과제로, 주변에 시를 읽고 향유하는 다양한 모임의 기회가 없었고, 시가 밥이 되지 않는다는 주변 어른들의 충고가 그러한 생각을 더 확고하게 만들고 시가 없는 일상에서 살아오게 된 이유라고 생각한다.
같은 대학원 동기의 권유로 한 학기 수업하나는 함께하자는 의견에 반신반의로 함께하게 되었는데 결론적으로 수업내용의 알찬 구성과 매주 시창작과 토론과제로 인한 꾸준한 공부와 습작 그리고 수강학생들, 교수님들의 피드백으로 대학원 졸업 후에도 기억에 남을 거 같다.
2021년 시 창작 연습 수강은 동기의 권유도 있었지만 내 마음속에 이제는 도망가지 말자는 결심이 있었던 것 같다. 시 창작 연습은 과목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시 창작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잘 쓰든, 못쓰든, 준비가 되었든 안 되었든 써야만 하는 것이다. 조별 합평으로 시 4편과 격주로 제출해야 하는 시 4편까지 처음 시를 쓰는 사람으로서는 부담이 되는 분량이었다. 수업을 들으며 처음 시를 쓰게 되면서 낯설고 어색하기만 했다. 일곱 개의 단어 된 시 쓰기, 다양한 어조를 활용하여 시 쓰기, 직접 찍은 사진을 한 장 선택하여 사진 속 풍경을 묘사하기, 물과 불의 상상력을 내포한 시 분석하기, 다양한 비유를 이용한 시쓰기, 그리고 동시와 시조까지 이리 알차고 꽉 찬 과제는 처음이자 마지막일거 같은 느낌이다.
울며 겨자 먹기로 시를 써야하기에 안하던 산책도 하게 되고, 책상위에 굴러다니는 문구도 찬찬히 들여다보게 된다. 20년 동안 읽지 않던 시집도 도서관에서 빌려 필사도 하고, 과제로 제출할 시를 가족들에게 보여주며 의견도 받아가며 냉정한 비판에 상처도 받아가며 다시 쓰고, 고쳐 쓰는 과정에서 왜 시를 사람들이 읽는지 납득이 가기 시작했다. 시는 소설이나 영화 등의 다른 장르와는 독특한 매력이 있음을 발견했다. 솔직히 처음 시 과제에서 어머니의 죽음과 그리움이라는 소재와 감정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나의 모든 글쓰기의 시작과 끝은 “어머니의 죽음과 그리움” 이다. 그것이 나의 글쓰기의 원동력이 되어 주기도 하지만 가장 큰 한계를 지어주는 것도 명백한 사실이다.
어제까지 제출해야하는 동시를 쓰는 거였다. 개인적으로 제일 어려운 과제였고 의미 있는 과제로 기억될 거 같다. 과제로 동시를 쓰지는 못했지만 어린 시절로 돌아가 좋았던 돌아가고 싶은 그리운 기억을 담는 시를 한편 썼다. 그것은 사진을 보고 추억을 떠올리는 것과는 다른 경험이었다. 돌아가신 어머니가 글쓰기 소재 전부이고 그리움의 정서가 대부분인 나의 모든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감정으로 한계가 많은데 시를 읽고 쓰면서 새로운 나를 재발견하게 되는 경험을 했던 거 같기도 하다.
과거 어느 시간에 존재하는 나의 어린 시절의 나를 만났는데 그 아이는 나이면서도 내가 아닌 존재로 다가왔다. 객관화된 시적 자아를 만나는 경험은 자유로움을 주고 시가 주는 치유의 힘이 있다는 것도 깨우친다.
시를 쓰기 위해서는 어떤 방식으로든 멈추어야 한다. 천천히 세상과 사람들을 바라보고 자연과 사물에 빗대어 전달하려는 과정을 거치면서 시에서 온전히 나이면서 그리고 객관화된 나와 만나게 된다.
시 수업을 한 학기 들었다고 해서 시를 잘 쓰게 되면 얼마나 좋을까? 하며 혼자 웃는다. 그리 될 리가 없다는 것을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관심분야나 친분이 있는 동기들이 모여 지속적으로 모여 공부와 창작을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혼자서 공부하고 시를 쓴다는 것은 실현 불가능해 보이기도 하지만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2021년은 그런 시도를 했던 첫 해였던 거 같다.
그러한 흐름에서 대학원동기들과 매일글쓰기모임도 매일 글 쓸 자신이 없었으면서도 용기 내어 참여하기 시작했고, 소규모의 문학세미나에도 참여하고 있다. 1~2월에는 신춘문예당선작을 읽고 토론하고, 3월부터는 현대시작법과 서사학강의를 함께 읽고 있다. 지금은 과제와 일상에 치여 제대로 못하고 있다. 하지만 나의 힘이 아닌 함께 하는 이들의 힘으로 쓰고, 읽으며 이해하고 있음을 고백한다. 그리고 좀 더 재미있고 부담 없는 모임을 만들어 함께하고자 마음먹는다.
시를 잘 쓰면 좋겠지만 시를 통해 삶을 내 자신을 바라보는 도구가 생긴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