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일기26-무엇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3

by 제대로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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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적 대조(p401~)

운문과 시는 번역을 통해서 그 대부분이 훼손되고 증발해 버린다. 남는 것은 앙상한 의미의 잔해일 뿐이다.

릴케의 고독과 비의 비유에 자연스러움을 느끼지 못한다. 또 헤세의 보다 친근한 비유에 무감하지는 않으나 깊은 감동을 받지는 못한다. 원시가 지니고 있는 울림과 미묘한 뉘앙스와 말의 음악의 태반이 증발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것은 번역이 서투르게 되었다는 뜻이 결코 아니다. 원시에 충실하면서 무리 없이 격을 유지하고 있는 번역인 것은 틀림이 없다. 다만 시 번역은 이렇게 될 수밖에 없고 서정시 특유의 느낌의 진정성은 전달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외국시의 성취도를 수평적 기계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만 웬만한 외국시의 번역은 우리 쪽 시와 경쟁이 되지 않으며 번역시만 읽고 외국시를 평가한다는 것은 특히 서정시의 경우 만용에 근접하는 무모한 일이다. 릴케나 헤세라는 이름에 주눅이 들어서 번역 작품을 읽고 감동했다면 그것은 독자의 자유다. 그러나 그의 시적 감수성은 수상쩍은 것일 수밖에 없다. 대의만 전달된 시에서 감동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도리어 자연스러운 반응인 것이다.


-나는 위 부분을 읽고 조금 위안을 받았다. 유튜브에 구독하고 있는 채널 중에 조승연의 탐구생활이라는 것이 있다. 해박한 지식과 능통한 외국어 실력자로서 네플릭스 영화나 미드의 배경과 의미를 쉽게 설명해주어 상식과 고상한 지식이 마구 쌓이는 느낌을 갖게 해주는 채널이다. 어느새 구독자가 100만이 넘은 유명 유튜버의 반열까지 올랐다. 샤를 보들레르 ‘악의 꽃’ 주제로 한 동영상이 있다. ‘인생을 바꾸고 싶다면 꼭 읽어야 하는 시’라는 섬네일로 호기심을 자극했고 시를 접하게 되었을 때의 상황을 함께 이야기하면서 시를 한글과 원서로 읽어주면서 자신의 느낌을 이야기하는 동영상이다. 유명한 시인이고 좋은 시인이라 평가받고 있다는 것은 알겠는데 내 마음에서는 ‘그닥’, ‘그렇게까지’ 였다. 번역시의 한계가 이런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럿이 모여 시를 이야기하는 자리에 있었다면 그리고 그 모임에서 모두 좋은 평가와 감동을 받았다는 상대방이 있다면 나는 쉽게 시큰둥하게 ‘나는 아무 느낌이 안 왔어요? 번역되면서 온통 관념어와 통일된 어조가 안 느껴지는데 정말 감동 받은 거 맞아요? 나는 그런 말을 과연 할 수 있을까 싶었다. 번역시뿐만 아니라 현대문학상 수상 시들에서도 산문인지 시인지 잘 모를 거 같은 긴 시, 여러 번 읽어도 뚜렷하게 해석되어지지 않는 시, 어둡고 우울한 감정에서 이름도 생소한 외국의 책이나 작가를 넣어서 쓰여 진 시들에서 나는 ’마음이 편안해지고 싶어 시를 읽는데 이렇게 이해하기 힘들고 난해한 시가 현대시라면 시를 읽고 싶지 않다. 왜 수상했는지 모르겠다.‘라는 말도 잘 못하겠다. 저자는 감동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도리어 자연스러운 반응이라는 말이 나의 무지와 무감이 아니라고 해주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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