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일기27-무엇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4

by 제대로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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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일기27-무엇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4-2021.5.30.

정독, 반복적 독서, 난폭 독서(p413~)

많이 읽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두루 널리 읽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동일한 책의 반복적인 독서이다. 백번을 읽으면 책의 문리가 절로 트인다는 것은 옛 선비들의 숭상하고 실천했던 독서법이다.

반복적 독서의 유효성은 경험과 실험에 의해서 곧 증명될 것이다. 재독과 삼독을 통해서 첫 번째 때 간과했던 부분이 부각되며 그 의미가 새로워짐을 발견하게 되는 것은 낮선 경험이 아닐 터이다. 반복적 독서 때마다 새로운 국면을 제시할 수 있는 잠재가능성을 풍요하게 내장하고 있는 책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에서의 고전일 것이다.

해석학에서 쓰는 말에 <해석학적 순환>이란 것이 있다. 우리가 어떤 것을 이해할 때 우리는 이미 알고 있는 것과 비교함으로써 이해한다. 우리가 이해하고 있는 것은 부분으로 이루어진 체계적인 단위속으로 형성되어 들어간다. 가령 하나의 문장은 하나의 단위이다. 우리는 개개 단어를 문장 전체와 연관시켜 봄으로써 이해한다. 한편 전체로서의 그 문장의 의미는 개개 단어들의 의미에 의존한다. 전체와 부분 사이의 변증법적 상호작용에 의해 전체는 부분에게, 또 부분은 전체에게 의미를 주게 마련이란 것이다. 따라서 이해란 순환적이다. 부분의 이해 없이 전체의 이해도 불가능하며 그 역도 마찬가지이다. 문학작품의 경우 해석학적 순환의 진실성은 더욱 현저해진다. <오이디푸스왕>처럼 완벽한 구성을 갖춘 자품에서 불필요한 부분이나 세목은 찾아 볼 수 없다. 그런데 사소한 세목이 불가결의 요소라는 것은 전체를 알고 날 때 새삼 확인되는 것이다. 이해의 순환성을 이해할 때 반복적인 독서의 중요성은 다시 부각되는 것이다.

한편의 시를 음미한다는 것은 낱말의 시행과 그 시행의 연결이 대체할 수 없는 필연의 고리로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하고 그 필연성에 경탄하는 일이기도 하다. 집중과 압축과 비약과 대조와 비유 등 시의 모든 장치는 꼼꼼히 읽기를 요구한다. 시를 성질상 정독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정독을 습관화하는데 있어서도 반복적 독서를 위해서도 모형이 되어 주는 것이다. 앞서 누누이 주목해 본 시 읽기의 중요성은 다시 보강 사안을 획득하는 셈이다.

속독에 의존하지 않고서는 봇물 터져 나오듯 쏟아지는 책들을 감당하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비록 졸속의 한이 있더라도 속독의 필요성은 커진다. 여기서 유의해야 할 것은 속독이 반드시 정독의 반개념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속독은 고도의 정신집중을 요구하며 따라서 자연히 정독의 성격을 띄게 마련이다.

정독은 속독에 의한 반복적 독서가 훨씬 효과적이다. 미진한 구석을 그냥 지나쳐 버리고 다시 책 첫머리부터 시작하거나 해당되는 장 첫머리부터 시작하는 반복적 독서는 독서법으로서는 권장할만한 것이다.

문학 독서의 경우 특정작가나 시인에 대한 선호도가 생겨나게 마련이다. 이럴 때는 선호에 따라 그 작가의 작품을 많이 읽어보는 것이 좋다. 가능하다면 작품 전체를 읽어 보는 것도 좋다. 외국의 대작가의 경우엔 어렵겠지만 상대적으로 작품량이 적은 국내작가의 경우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한 작가의 변모나 성장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그 자체로도 흥미 있는 일이다. 한 시인, 작가가 어떻게 변하며 그러는 한편 또 얼마나 동일성을 유지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 드러나서 인간 연구로도 진진하다. 또 앞서도 주목한 부분의 이해 없이 전체를 이해할 수 없으며 전체를 이해하지 않고서 부분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확인하게도 될 것이다.

문과학생이나 문학을 지망하는 젊은이의 경우 우리 문학은 많이 읽을수록 좋을 것이다. 또 일단 문학에 매료되고 나면 우리 문학은 부담 없이 광범위하게 읽을 수 있다. 가령 우리 근대시의 경우 마음만 먹으면 단시일 내에 그 전부를 독파 할 수도 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작품량도 많지 않고 또 대개가 단시이기 때문이다.

-정리해 보자면 많이 읽는 것이 중요, 두루 널리 읽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동일한 책의 반복적인 독서이다. 즉 반복적 독서는 해석학적 순환으로 깊게 이해하게 만들며 반복되는 휫수의 증가로 꼼꼼히 읽게 되는 정독의 효과를 얻게 한다. 시의 성질상 정독을 필요하기에 시 읽기의 중요성이 생긴다. 많은 책들이 쏟아져 나오는 현실에서 속독의 필요성이 커지고 속독한다고 해서 정독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빨리 읽는 것이지 대충 읽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즉 좋은 책을 반복적으로 읽어 내면화하고 그러한 것이 모여 나만의 것으로 발전시켜야 앞으로 남은 여생동안 읽는 즐거움 속에서 살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정독은 속독에 의한 반복적 독서가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을 나의 독서습관에도 접목할 수 있으리라 생각되었다.

나는 책을 많이 읽고 빨리 읽는다고 자부하는 편이다. 하지만 두서없이 맥락 없이 읽는 것도 사실이다. 나만의 반복적 독서 리스트를 만드는 것은 어떨까? 일단 문학사적으로 정전이 되는 책을 차곡차곡 읽어가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읽으며 반복적 독서리스트에 추가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이건 장기 프로젝트가 될 거 같기는 하다. 혼자 읽기도 하지만 세미나나 동아리를 구성해서 함께 읽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새로 출판되는 다양한 장르의 책을 속독으로 읽자고 마음먹는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기에 출판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한다. 나의 생각과 세계도 중요하지만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관심과 감정을 외면하고 사는 건 자기 색깔은 찾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고집스러워지고 결국 외로워진다 생각한다. 책은 혼자만의 활동이기는 하지만 책으로 인해 외로워지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독서는 정적인 활동이기에 더 동적인 활동과 접목해야한다.

정독과 속독 그리고 좋은 책의 반복적 독서를 해답으로 찾았다. 나는 글을 쓸 자신은 없지만 책만 읽으며 살라고 하면 살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죄을 지어 감옥에 들어가는 불명예만 없다면 정확한 시간에 기상하고 취침하는 세끼 밥을 챙겨주는 감옥생활에서 조금은 넓고 혼자만의 공간만 허용되면서 원하는 책을 맘대로 읽을 수 있는 감옥이라면 2년 정도는 살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거기에 조금 더 희망사항을 보태면 노트북정도? 이다. 기왕 상상하는 거 더 나아가 본다. 60세까지만 일하자 마음먹는다. 퇴직을 하면 규칙적으로 출퇴근하는 삶에서 가족을 보살피는 가사업무에서 벗어나 살고 싶은 생각에 이른다. 화려하지 않은 유명하지 않은 시골에 들어가 10평정도(절대적으로 작아야한다)의 농막 같은 곳에서 남편과 최소한의 물건만을 가지고 책 읽으며 그림 그리며 살고 싶다고 꿈을 꾼다. 그리고 나와 같은 동일한 취미를 가진 사람들과 마을을 이루어서 살면 좋고 잠시 머물다 가고 싶은 사람들과도 함께 해도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어쩌다 반복적 독서를 이야기하다 여기까지 센나 모르지만 상상만으로도 행복해지는 저녁이다.

일단 북스테이를 버킷리스트에 적어놓자. 돌아서면 까먹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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