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학기 시창작연습 강의가 이번주가 마지막이고 다음주 시과제 제출만 남았다.
생애 최초의 시쓰기... 초등학교, 중고등학교 12년동안 국어선생님들은 대체 뭐 하신걸까?
수업 중에 시를 배운 적은 있었던 거 같은데 진지하게 써본 기억이 없다는 건 우리나라의 교육의
현실이 나 자신을 통해 그 민낯이 여실히 드러난다.
매주 돌아가면서 시창작과 토론과제제출이 버거웠다. 그리고 피쳐링으로 조별합평으로 시도 올리지만
올라온 시들의 읽고 댓글 달다보면 일주일 후루룩 지나갔다.
그러한 고단함과 막막함에 위안이 되었던 건 손택수, 신동옥 교수님의 진심어린 피드백과 냉정한 평가라고 생각한다. 퇴고 수정하여 제출해야 하는 과제로 그동안 과제로 올린 시들을 들여다보며 한학기의 수업의 여정이 지나간다.
진지하게 수업과 과제에 임하는 학생들과 진심어린 조언과 시에 대한 열정이 있는 선생님들이 만드는
수업의 질과 진정성이 느껴졌다. 합평으로 올라오는 시로 한번도 만난적도 없고 어떤 분인지 전혀 알지 못해도 올리신 시로 댓글로 그 사람이 느껴지고 서로서로 위안과 공감을 주고 받으며 힘을 얻었던거 같다.
교수님의 피드백은 시쓰는 것만큼이나 어려웠고 그만큼의 이론과 습작이 안 이루어져서 조언의 의미에
도달하지 못한다.
시조에 대한 전체 피드백을 주셨는데 마음에 와닿는 부분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정형에 대한 감각이 있어야 형식을 장악할 수 있습니다. 시인은 어디서 끝낼지를 결정하는 존재일 뿐이다라고 이글턴이라는 평론가는 말하기도 했지요. 어디서 끝낼 것인가?
다함이 없고 남음도 없이. 숨김없이 남김없이. 평화롭게 결렬하게
스스로 부여한 제한이 "격"이 됩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언어와 세계의 한게 안에서 스스로 만든 격식이 자유를 한껏 향유하면서 스스로 자신을 완성해내고야마는 정형률의 아니러니! 바로 그 구속과 자유의 아이러니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면서, 공방전을 벌이면서 문장을 이어가는 연습이 필요하겠지요
-시창작연습 13강 시조 종합 피드백, 신동옥 발췌
해남에서 온 택배 -이애리-
계절이/ 바뀔 때마다/ 해남서/ 택배 상자
주먹만한/ 마늘 한가득/ 빈틈없이/ 담겨져
매아침/ 끊어내어/ 바짝 말린/ 고사리
붉은흙/ 마르지 않은/ 고구마/ 한가득
투박한/ 어머니손/ 안 닿은 데/ 없으니
소박한/ 어머니맘/ 담겨져/ 내게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