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창작연습 수업은 매주 토론과 시 창작 과제가 있었다. 배움에서 예습도 중요하지만 복습이 더 중요하다고 누누이 들었던 것을 나름 실천해보려고 한다. 지금안하면 이번 주 종강 후에는 할 자신이 더 없기 때문이다. 토론과 시창작 과제는 과제제출 후 개별 또는 전체로 피드백을 튜터선생님이 주시는데 그러한 피드백이 수업에 진지하게 임하게 만들었던 거 같다.
1강의 과제는 진은영의 시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의 형식을 눈여겨보고 본인의 단어를 일곱 개 정한 다음 쓰는 시였다.
제출한 시는 잘 썼다기 보다는 내 생애 최초로 시를 쓰려고 진지하게 고민했다는 데 의미가 있었다.
처음 과제를 제출하면서 아직은 시를 쓴다는 자체가 낯설고 어색하기만 했다. 일곱 개의 단어를 찾는다는 것이 처음에는 막연하기만 했는데 2020년 나의 일상 속에서 겪은 것에서 찾고자 노력했다. 나의 일상과 나를 둘러싼 세계에 반성과 희망을 찾는 행위가 시의 의미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이번 과제에서는 개인적으로 피드백을 주셨는데 주로 관념어들을 제시어로 택했지만 내용은 자잘하고 소소한 일상의 한 순간들이며 그 속에 빛이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주셨다. 그리고 답을 찾는 한 학기 되길 바란다는 응원의 메세지를 주셨다.
나는 오늘 한 학기 마지막 주에서 내가 그 답을 찾았는지 다시 되돌아본다. 복습과 리뷰의 맛이란 이런 거구나 싶기도 하고, 그 답을 스스로 해본다.
“시는 밥이 되지 않기 때문에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시인이 아니더라도 복잡하고 급변하는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에게 시는 내가 실패자가 아니라고 말해주고, 상대방을 돈이나 업적으로만 판단하지 않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나를 위로하고 상대방에게 따뜻한 손을 건네게 만드는 힘이 시에는 있어요. 우리가 잃어가고 있는 것들에 대한 반성과 삶의 성찰에 시의 몫을 찾아주는 노력을 해야 할 때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시 쓰기
사랑
퇴근길 현관 앞, 해남에서 온 택배 한 상자
발로 밀어가며 부엌 식탁까지 끌고 왔다
붉은 흙이 채 마르지 않은 고구마 한가득
그리움
남편과 딸은 소고기미역국, 흰쌀밥, 김, 김치를 자랑스레 내민다
나는 생일날, 양지머리 밑간한 소고기뭇국, 고슬고슬 된밥 먹었다
보글보글 연기는 하늘에 부치는 눈물 편지
죽음
병원 복도 끝 밥차 끄는 소리
6인실 병실에 놓고 간 밥이 달랑 하나뿐
죽음 옆에서 밥숟가락을 뜬다, 살겠다고
부부
남편은 은행잎이 비가 되었을 때 제주도 구석구석 추억을 떨어뜨렸다.
남편은 벚꽃이 눈이 되었을 때 병원 배선실 전자렌지 앞에서
햇반과 그리고 20년시간을 함께 돌린다
정직
붉은 태양 고추를 똑. 똑. 똑. 딴다
이마에서 줄. 줄. 줄. 땀이
무릎에서 뚝. 뚝. 뚝. 소리와 함께
정성
까만 콩을 물에 오래오래 불려 몽글몽글 기다린다
열기에 물을 부어가며 체에 곱게 바친다
국수 쫄깃하게 삶아 오이채 가지런히 올린다
온 하루가 담긴 그릇
반가움
무 한 다발 사왔다
2개는 사골곰탕에 올려 먹을 깍두기를 담고
2개는 삼겹살에 곁들일 쌈무를 새콤하게 담고
나머지 남은 한 개는 혹시 몰라 따로 담아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