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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대로 삶 Jul 19. 2021

40_나의 아름다운 정원_2. 화분의 역사

역사란 무엇인가?

80년대이후 대학생활을 했던 모든 청춘들이 열광하고 유명했던 책 제목이다. 

그리고 그 책의 저자 에드워드 카는 역사란 '과거와 현재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말했고, 그때 그 시절의 고민과 연결되어 수많은 세미나와 토론의 주제가 되었다. 


2021년 현재의 20대 청춘들에게는 관심이 없겠다 싶었다. 사람만 아니라 책도 '라떼는 말이야'로 될 수 있다는 걸 느낀다.


화분을 이야기하면서 역사란? 이런 거대한 질문에까지 이르렀다. 

이런 내모습에 혼자 끅끅 웃는다. 


역사를 통해 교훈이 얻을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동안의 나의 화분의 역사를 돌아보건데 성공사례가 없었기 때문에 굳이 돈을 들여서 꽃나무를 사들이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모든 투자는 성공할 확률이 높을 때 투입되는 것과 똑같은 건 아닐까?  

   

지금은 정년 퇴직했지만 강화에서 집을 짓고 농사를 짓는 교장선생님이 나의 빈화분의 공급원이 되었다. 교장실은 온통 화분들로 가득차 있었다. 예쁜 화분이나 잘 가꾸어진 꽃나무가 아닌 투박하고 소박한 화분들이었다. 하리보젤리 플라스틱 통, 생수통, 깡통, 등 무언가 담을 수 있는 것들은 모두 화분이 되었다. 참 신기한게 교장선생님의 손만 다으면 꽃과 나무들은 잘 자라는 것이 나는 신기했던 것 같다.      


교장선생님은 교장실 뿐만 아니라 1층 정문의 화단도 손수 가꾸셨는데 화단안의 꽃이지만 주인의 성품을 닮아서인지 들쑥날쑥 제멋대로 자라고 퍼지고 두서없이 꽃피는 모습이 왠지 들꽃같고 어떤 틀에 갇혀 있지 않는 자유로운 존재처럼 보였다. 


잘 키우신 화분들을 분갈이 하실 때 한 두 개씩 아낌없이 나누어주셨는데 여기서 그걸 원하는 사람과 원하지 않는 사람으로 나뉘었다. 싫어했던 사람은 아예 받기를 사양하고 받아도 그걸 일이라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만 나누어주게 되었는데 그 중에 한 사람이 나이다.      


나는 기본적으로 누군가 주는 것을 사양하지 않는다. 준다는 것은 용기이고 상대방이 건네는 마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잉여가 있는곳에 나눔이라는 것이 활성화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건 넉넉한 마음이고 무엇이든 오고가는 것에 감정도 싹튼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필요없는 것이라도 취향에 맞지 않아도 일단 받아놓는 편이다. 어쩌면 우유부단한 내 성격의 단면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무책임한 모습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받는다는 것이 마냥 편하고 소극적인 것은 또한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라면 문제가 되지 않고 필요했던 것이라면 요긴하게 쓰일텐데 그닥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게다가 좋아하지도 않고 자신없는 것의 하나라면 조금 문제가 다르다. 

내가 건네받는 화분들과 꽃은 후자에 속했던 거 같다.      


어쩌면 주는 행위나 마음보다 받는다는 것과 그 마음가짐은 더 많은 능동적인 태도와 상대방이 보지 못하는 상대방에 대한 예의가 필요한 행위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 흑역사처럼 화분을 말라죽여버리면 화분에게 미안한 것이 아니라 교장선생님께 미안할거 같았다. 어쩌면 그분은 내가 관심을 기울이지도 못하고 과하거나 부족해서 죽여 버릴것라는 것을 아실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약간의 책임감 같은 것이 더해져서 화분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그런 관심이 화분을 한 개, 두 개였던 것이 늘어나 지금의 상황까지 이르렀다. 잘 가꾸고 있는 분들에게는 한참 못 미치고 여전히 아는 것도 없고 내가 키우고 있는 화분의 이름을 거의 모르는 상태에서 키우고 있다.      


작년부터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우울하거나 답답할 때 시선이 가던 화분에서 나름 위로를 받았다. 하지만 베란다가 없는 거실 에어컨 앞에 모여있어서인지 내의 시선에 언제든 머물 수 있어 좋았지만 베란다가 없는 거실 에어컨 앞에 모여있어서인지 날이 더워져 항상 에어컨 가동중인 우리집 거실에서 화분들이 힘들겠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기존의 화분들 분갈이도 해주고 작은 화분들 새로 구입해 구색도 맞춘다. 베란다가 없는 거실은 4단 철제선반과 거실선반장을 이용하여 화분을 올려놓는다. 요리에서 맛도 중요하지만 그릇이 거의 한다는 말에 화분도 화분받침도 새로 샀다.     


왠지 우아해진 느낌은 나만의 느낌일까? 

새로 산 화분, 선반들을 다 합쳐도 15만원이 넘지 않는다. 이미 마음은 부자된 느낌이다.      


잘 자라주어야 할텐데.. 잘 관리해야 할텐데.. 

오늘은 그런 고민이 들어올 자리가 없다. 

오늘은 충분히 화분들에게 최선을 다했고 행복했다는 사실만을 기억하기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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