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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대로 삶 Jul 21. 2021

사진일기41_저녁 한끼_2021.7.20




오늘 저녁 한끼로 딸과 함께 두끼 떡볶이를 먹으러 갔다.

딸은 7월 초에 기말고사가 끝나고 일주일정도 성적확인기간을 거친 뒤 2주후면 방학이었는데 

코로나 4차 대유행으로 전면 비대면으로 바뀌었다.

시험끝나자마자 집에만 있어야 하는 상황이 되어 버린 것이다

시험끝나면 영화 보고 친구도 만나려고 했던 계획은 또다시 기약없이 미뤄졌다.     


그리고 오늘은 공식적으로 방학이 시작되는 날이기도 하다.


딸은 정말정말 떡볶이가 너무 먹고 싶다고 노래를 일주일 전부터 불렀던 터라 퇴근 후

둘이서 조심히 떡볶이를 먹으러 가기로 계획했다.


우리딸은 두끼 떡볶이를 좋아한다

왜 좋아하냐고 물어보니 가성비가 좋아서 많이 이용하다보니 어느 시간이 지나면 생각이 난단다

음료수오뎅김말이를 많이 먹을 수 있어서 좋고 무엇보다 떡볶이 먹은 후 볶음밥누룽지가 제일 

맛있어서 간다고 한다.     


6시 조금 넘어 매장에 도착했는데 속으로 놀랐다


6시가 넘은 시간이었는데 손님이 한명도 없었다


식당에 가서 먹는것에 부담을 느꼈던 내 자신이 조금 무색할 정도로 오늘 영업하는 거 맞나’ 싶게 

어울리지 않는 고요함이 느껴졌다.

자영업자들이 힘들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넓은 매장에 한 명의 손님도 없는 것을 내 눈으로

확인하니 실감이 났다.   

 

처음 온 손님에게 사장님은 에어컨이랑 가까운 자리로 안내해 주었고 우린 오랜 만에 만난 친구처럼

이야기꽃을 피우며 떡볶이오뎅튀김볶음밥까지 야무지게 먹었다.


나는 간만에 딸이 좋아하는 몬스타엑스 아이돌 그룹의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인다

모두 우스갯소리고 쓸모없고 전혀 생산적인것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들인데 그 쓸데없는 포인트들에서 

진짜 웃음이 나온다.     


맛있게 먹으면서 우스갯소리를 하며 머리 속에는 쓸데없는 생각을 한다

이 떡볶이 매장이 처음 오픈했을때부터 지금까지 딸만큼은 아니지만 딸에게 이끌려 

일년에 두 번은 방문했다


처음에는 아르바이트생이 3명이나 있었고 주방에 아주머니도 2명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언제부터인가 남자사장님 한분주방에는 왠지 사장님어머님으로 느껴지는 분 1명이 지금은 전부이다.

6시 20분정도 도착해 8시까지 있었는데 우리 다음으로 초등학생 2젊은 대학생커플아이를 동반한 

부부가 손님 전부였다


AI음성으로 배달의 민족에서 배달주문이 2건이었다


9시에 문을 닫기에 8시부터 음식마감을 시작하고 더 이상 손님은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낮이라고 더 손님이 많지는 않았을 것이다


계산기도 필요없이 내 머릿속에는 대략의 하루매출금액이 계산되었고 하루종일 영업해서 식재료와 

임대료관리비전기요금수도요금배달수수료가맹점수수료카드수수료 다 빼고 나면 남는 것이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마이너스가 되겠다는 결론이 나왔다


어떻게 이 상황을 버틸 수 있을 까 싶어 마음이 편치가 않았다

짐작만 하는 것과 눈으로 확인하는 것은 참 이렇게 다르구나 싶었다. 

    

머릿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면서 떡볶이를 먹고 있자니 그냥 해맑게 웃기는 어려웠다

그냥 웃픈 상황이었던 거 같다

내가 할 수 있는 배려는 고작 최대한 먹을 만큼만 가져와서 남기지 않는 것과 계산하면서 자주오겠다는 

말이 전부였다.     


오늘 나의 저녁 한 끼는 간만에 딸과 재미있는 시간을 보낸 시간이었다


하지만 내 돈을 내고 저녁을 먹었는데 왠지 저녁 한끼를 빚진거 같은 느낌은 지울수 없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이 될 때 만족스러운데 오늘 저녁은 나만 즐거웠다는 생각에 마음 한편은 무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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