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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대로 삶 Jul 24. 2021

사진일기43_가드닝사우나_2021.7.24.



연일 뉴스에는 ‘찜통 더위’라는 이름으로 앞으로 일주일은 무더위가 지속된다는 보도가 나온다. 우리나라는 4계절이 뚜렷한 온대기후였는데 언제부터인가 아열대기후로 바뀌었다. 4월만 되어도 덥고 5월부터 한 낮의 태양은 뜨거워 여름의 시작을 의미하고 뜨거운 봄처럼 되어버리고 있다. 선선한 바람이 불긴 하지만 9월도 여름에 가깝게 느껴지고 선선해지려나 하면 어느새 가을은 사라지고 겨울로 들어서니 말이다. 그리 계산하면 짧게는 4개월 길게는 5개월이 여름이 차지하고 있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7월, 8월은 종일 에어콘을 켜고 생활하고 있다. 재활용을 버리기 위해 세탁실베란다에 들어가면 사우나 열기같은 뜨거운 공기에 훅 들어와 깜짝 놀라 후다닥 다시 문을 닫는다.


이렇게 덥고 뜨거울 날씨에는 산이나 바다로 피서를 가는 것보다 집에서 시원한 에어컨 바람 맞으며 맛있는 음식과 과일을 먹는 것이 최고의 피서라고 생각한다.


나는 에어컨 바람으로 뜨거운 태양을 피해 그런대로 잘 지내고 있는데 거실에 모아 둔 화분들의 사정은 편안하지 못한 거 같다. 입이 쪼그라드는게 추워보였고 물러지는 느낌을 받았다.그래서 임시방편으로 에어컨 바로 옆에 4단 선반장을 설치해 햇볕도 받고 에어컨 바람도 피할 수 있게 배치했다. 뿌듯하고 인테리어 효과도 뛰어나다고 생각도 들었다. 이제 나도 화분을 잘 키울 수 있을 거 같았다.



하지만 에어컨으로 거실은 선선해서인지 기존의 화분들 뿐만 아니라 새롭게 들인 화분도 뿌리를 잘 내리고 있지 못한 거 같았다.


너무 더워서 종일 에어컨을 켜놓은 거실에서 시원하게 지내고 있었지만 화분들이 반응하는 것을 보면서 건강에 좋은 건 아니라는 것을 재확인한다. 어쩌면 화분들은 정직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비실비실하고 뿌리내리지 못하는 화분들을 위해 거실에서 내 시선이 머무는 곳에 모아놓은 것을 포기하고 안방 작은 베란다로 옮기는 것으로 결정한다. 선선한 거실에 내 시선에 두고선 나는 그걸 키우고 보살핀다고 이야기했구나 싶었다. 지극이 인간적이고 이기적인 발상이었다는 것을 깨달고 또 얼마나 많은 것들을 그런 식으로 대하고 인식했는지 가름이 안된다. 날씨가 다시 추워지면 다시 거실로 들여놓더라도 집에서 제일자연스러운 환경을 간직한 곳을 찾아 옮기기로 마음 먹는다.



이렇게 작은 베란다가 화분으로 꽉 차버렸다. 건조기를 구매하고 부터는 이 베란다는 아예 쓰지 않는 곳이다. 요즘은 너무 더워서 얼씬도 안 한다.


화분을 보려면 에어컨 바람도 포기하고 하던 일을 모두 멈추고 이리로 와야 한다.


화분 건너편에 동그란 작은 의자 하나 놓고 앉아 분무기로 잎에 물도 뿌려주고 조용히 앉아서 화분들 하나하나 들여다본다. 줄기를 조금씩 뻗어내면서 잘 적응하는 것도 있고 비실비실한 잎이 조금씩 생기를 보이는 것도 있다. 그리고 여전히 잎을 떨구다 못해 떨어뜨리는 것들도 보인다. 말은 없지만 인공적인 에어컨 바람의 환경보다 만족하고 나름의 방식대로 생명의 꿈틀대는 것이 보인다. 다음에는 목욕탕 앉은뱅이 의자를 하나 사야겠다고 마음먹는다. 내려다보는 것이 아니라 시선을 맞추고 싶어졌다. 같은 눈높이에서 바라봐야 작은 변화도 보이기 때문이다.


뜨거운 오후 태양의 열기가 오롯히 베란다로 들어온다. 이 뜨거움이 화분들에게는 좋은 자극이 되는거 같다. 불편한 작은 의자에 앉아 분무하고 가위로 가지를 잘라주니 땀이 송글송글 맺어간다. 열기와 흙냄새와 화분들이 발산하는 싱그러움으로 이 작은 공간이 온실같다. 신기하게도 덥기만 할거 같은 이곳에 더운 바람이지만 바람도 불고 익숙해져 인지 그리 덥지만은 않았다. 오롯이 화분들에게 고정하는 이 짧은 시간에 멍을 때린다. 어제보다 조금 뻗은 줄기의 변화가 느껴지고 하루새 잎을 내어 놓는 것이 신비롭다. 매일 10분은 뜨거운 열기속으로 뛰어들고 나는 그들의 작은 변화를 숨은 그림 찾기하듯이 화분이 전하여 주는 언어를 배우고 있다.


나는 지금 ‘가드닝사우나’ 중입니다.
땀을 흘리는 나만의 방식이 될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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