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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대로 삶 Aug 02. 2021

독서일기18_당신과 이렇게 살고 싶어요_구딩 노부부


독서일기18_당신과 이렇게 살고 싶어요_구딩 노부부처럼 김숨 그림 에세이     

작가 김숨은 일러스트레이터이고 고등학생 시절 “긴 숨 한번 몰아쉬고 백 번 웃자!”라는 것을 외치며 2010년부터 블로그를 시작했고 수업 시간에 한 낙서, 친구들 주려고 만든 편지지를 블로그에 올리면서 다양한 곳에서 의뢰가 들어와 일러스트레이터 일을 시작했다고 한다. 


지은이는 취미가 직업이 되고 우연한 기회로 일을 시작했지만 일을 시작한 이후의 행보는 긴 시간 꾸준히 배우기와 일하기를 멈추지 않았던 거 같다. 현재는 구딩아트를 운영하며, 구딩 노부부의 귀여운 일상을 그려나가고 있다.     


사람들은 내 나이대보다 더 멀리 바라보면서 살기는 어렵다. 

중학생은 고등학생이 되면, 고등학생은 대학생이 되면, 대학생은 취업만 되면, 직장인은 결혼만 하면, 결혼하면 아이 낳고, 그 아이가 다시 유치원, 초등학생 무수히 그다음만을 보면서 살기도 버거운 게 인생인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평범한 사람들의 시야라는 게 넓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지은이 김숨은 유럽 여행 중에 손잡고 다니는 노부부를 보면서 ‘나도 저렇게 나이 들고 싶다’라는 생각에 구딩 노부부를 그리기 시작했고 <당신과 이렇게 살고 싶어요>는 구딩 노부부의 소소한 일상을 그린 그림 에세이집이다. 여기서 구딩은 좋은 것이 계속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지어진 이름이라고 한다. 의미도 좋고 부르기에도 부담스럽지 않아서 좋다.   

  

젊은 세대의 눈으로 아름다운 노년 부부의 삶을 조명해보고 늙어서도 여전히 사랑하고 평범한 일상에서 행복을 꿈꾸는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들었던 생각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작가가 프롤로그에서 말한 것처럼 처음 그림 속 구딩부부의 모습은 현실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환상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30세에 결혼해서 70세까지 결혼생활을 한다고 해도 40년이라는 세월 동안 부부는 여전히 사랑하고 서로를 아끼며 살아간다는 설정이 너무 현실감각이 없는 것은 아니냐고 생각했다. 하지만 책 속에 나오는 어느 일상 몇 가지 정도는 실천할 수 있고, 시도해 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 

행복은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님을 이야기해주고 있다. 지금, 여기, 당신과 함께 말이다. 

둘째, 20대는 뜨거운 사랑을 하고 30대는 치열한 결혼생활에 적응하고 40대는 무거운 어깨에 짓눌리며 50대는 포기하고 무관심하며 지낸다. 우리가 부모, 자녀라는 역할에서 벗어나 매일 아침 출근해야 하는 직장이 없어지는 60세 이후의 삶은 상상하기에 쓸쓸하고 무료하고 레이스에 벗어나 있는 선수같이 느껴졌다. 하지만 아침에 어딘가 가야 하는 부담감에서 벗어나 여유로운 일상을 누릴 수 있는 삶으로 살수도 있을 거 같아 기대하는 마음도 생겼다. 아침에 함께 운동하고 건강 주스를 만들어 마시는 아침 풍경과 함께 준비해서 마주한 소박한 밥상은 바쁜 일정에 구애받지 않고 천천히 누리는 일상은 행복이 아니고 뭐라고 명명할까?     


셋째, <당신과 이렇게 살고 싶어요> 읽으면서 우리가 맞이하게 될 노년의 모습이 서글프거나 서럽지가 않아서 좋았다. 소소하고 아기자기한 일상으로 하루가 충만해 보였다.

열정과 성과는 없을지 몰라도 오늘의 소중함을 알고 그것을 실천하며 사는 삶은 노년이라고 모두 얻어지는 성과는 아니다. 그려지는 구딩부부의 아름답고 이상적인 노년의 삶은 청년과 중년의 삶들이 쌓이고 쌓여 얻어진 결과라고 생각했다. 현재는 과거라는 과정을 통해 얻은 현실이며 오늘이라는 현재가 쌓이고 쌓여 뚜렷한 미래가 보이는 것으로 생각한다. 노년 시기에 매일 반복되는 소소한 일상이라는 관점에서 과거, 현재, 미래는 어쩌면 같은 시점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러한 노년의 삶은 변화는 없을지라도 평안을 얻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내가 발견한 구딩부부에게 없는 것 세 가지를 찾았다. 첫 번째는 주름살이 없다는 것, 두 번째는 자녀가 나오지 않는다는 점, 세 번째는 빈곤이 없다는 점이다.

주름살이 없다는 건 건강을 의미한다고 생각했다. 이 책에서 그려진 모든 일상의 무언 전제는 건강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녀가 나오지 않는다는 점은 자녀가 있어도 자녀와 독립적인 부부만의 삶을 강조했다고 생각했고 노년의 삶에서 자녀들 걱정이 없는 그 자체만으로 충분히 평안할 수 있다고 느꼈다. 둘이 살기에 아주 넓어 보이는 단독주택에서 화초를 가꾸고 채소를 재배하고 그려진 구딩부부는 엄청난 재력은 느껴지지 않지만, 생활비를 벌어야 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역으로 말하면 아름다운 노년의 삶을 살기 위해서는 건강과 자녀독립과 어느 정도의 경제력이 필수요건이라고 결론지었다.      

행복한 삶을 살기위해서 구딩부부처럼 노년까지 바라볼 필요가 있을까 생각했다. 오늘의 삶에서 우리가 행복하려면 먼저 나를 포함한 내 주변 사람들의 건강하고 안녕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주어진 조건과 환경에서 만족하고 서로를 보듬는 삶은 그 모습이 어떠하든지 간에 감동적일 수 있다.


어제와 오늘이 별일없이 내일도 마찬가지로 아무 일 없이 살아가는 평범한 일상이 위대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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