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이자 마지막일 대나무숲 (1)

이제 정말 괜찮아졌다는 뜻으로

by 채 은

학부생 때, 1학년과 2학년은 죽 쑤듯 말아먹고서 제대로 된 이유는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서 휴학을 했다. 남들보다 짧아야 4개월 길어야 반년 늦어지는 거 뭐 문제 될까 싶었지만, 많지 않았던 면접 자리에선 간혹 이와 관련된 질문을 받는다. '휴학은 왜 하셨나요?'


가감 없이 내 이야기를 하는 데는 정제할 필요도 없으니 거침이 없는 것이 맞지만, 앞선 질문에 나는 '아, '하는 추임새를 굳이 넣어 생각할 시간을 벌기를 택한다. '캠퍼스 생활 외에서 얻을 수 있는 경험들을 채우고자 했습니다.'라는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답변은 생각을 거쳐야 나온다. 꾸며내는 게 더 어려운 건 예전부터 그랬다.


몇 번 경험 삼아 거치고 나니, 가장 사실과 가까운 1) 건강상의 이유2) 왕복 4시간의 통학에 지쳤다는 이유 모두 꼬리 질문받기에 딱 좋다는 걸 깨달았다. 특히나 첫 번째 이유가 퍽 난감했다. 나도 차라리 허리가 다쳤다던지, 깁스를 했다던지 외상의 문제였으면 좋았을 것 같은데, 그렇지 못해서 난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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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통틀어 잠을 3시간 자던 때가 있었다. 당시에 아무래도 독립을 하는 것이 여러모로 나한테 더 좋은 변화를 만들어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난 사교육붐 세대라서 질리도록 들으면서 21살이 된 건데, 집 오면 여전히 우리 집은 9살, 15살이랑 핸드폰으로, 숙제로, 학원으로 큰소리가 오가는 게 너무도 지겨웠다.


원룸 계약하기가 미안해서 월 35만 원짜리 학교 주변 고시원에 들어가겠다고 주장했다. 어차피 학생회를 하고 있었고, 학생회실에 거의 살다시피 하다가 집은 자러만 오는 곳이니까 괜찮다고 생각했다. 뭐가 그렇게 급했는지 1층은 남녀 모두 입주가 가능한 층, 2층은 여자 전용 층, 3층은 남자 전용 층이었는데 가장 빨리 계약할 수 있는 1층 방을 계약하고 홀랑 챙겨 본가에서 나왔다.


집인데 집이 아니라고 생각했고, 이웃이지만 낯설고 서로 얼굴 보기를 매우 꺼려하는 사람들이 문 밖에 분리수거를 하러 가는 길, 빨래를 돌리러 가는 길, 슬리퍼 끌고 나간다, 3신데 어디 가는 거지,… 여하튼 나만의 첫 자취방과는 거리가 아주 멀었다. 의자를 빼면 침대로 갈 수가 없는 곳에 서 있는 내가 내가 아닌 것 같았다. 제일 팔자 좋고 꽤 아늑한 노숙을 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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