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에서 가장 조회수가 많이 나오는 영상은 무엇일까? 내 생각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사과 영상'이다. 대체로 제목이 다 이러하다. [약속을 못 지켜 죄송합니다], [이렇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모든 게 다 저의 불찰입니다] 기타 등등.
썸네일도 똑같다. 어두운 배경에 고개를 푹 숙이고 있어 얼굴이 잘 보이지 않는다. 하긴, 사과 영상인데 정면을 똑바로 쳐다보고 있으면 안 되지. 구독한 채널도 아닌데, 도대체 왜 사과를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는데, 이상하게 이런 영상이 알고리즘에 뜨면 한 번씩은 클릭하게 된다.
멍하니 보고 있으면 대체 영상까지 찍어서 사과할 일인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허무한 내용이다. 그래도 나 같은 사람들은 궁금증에 못 이겨 클릭하고야 만다. 그래서 때로는 밈처럼 이런 사과 영상을 활용하는 유튜버들도 있는 것 같다.
두 번째는 '수익 공개' 영상이다. [유튜브로 얼마 벌었냐고요?], [유튜브 X 년 차, 과연 수익은?] 대개 이런 제목의 영상들로서, 주로 연말에 올라온다. 구독자들이 제일 궁금해하는 내용이기도 하다. 저 유튜버는 한 해에 돈을 얼마나 벌까? 직업이 따로 있나? 아니면 전업인가?
우리 역시 그런 질문들을 수차례 받았다. 구독자들은 '형은 유튜버 전업이에요? 아님 직업이 있나?' 뭐 이런 식으로 돌려서 물어보는데, 지인들은 이미 우리의 본업을 알고 있는 상황으로서 아예 대놓고 물어봤다.
"그래서 한 달에 얼마나 벌어?"
"내가 8시 뉴스를 보니까 상위 0.1% 유튜버 평균 수익이 얼마라더라. 진짜 그렇게나 벌어?"
"유튜브로 돈 많이 벌잖아. 술 값은 네가 내라."
나 역시 유튜브를 하기 전, 구독하고 있거나 혹은 구독하지 않은 채널에서도 수익 공개 영상이 올라오면 '아묻따' 클릭을 하곤 했으니까 그 호기심을 이해 못 하는 것도 아니다. 심지어 주변 사람들에게 수익 공개를 한 적도 없는데, 그들은 으레 구독자 4만 명의 유튜버라면 대충 이 정도는 벌겠지,라고 생각하는 지점이 있는 듯하다.
그들의 환상도 시원하게 깨줄 겸, 나 역시 다른 유튜버들이 과연 얼마나 벌까? 궁금해했던 사람으로서 오늘은 시원하게 바바TV의 수익을 공개해 볼까 한다. 참고로 말하자면 우리는 수익 공개 영상을 한 번도 찍은 적이 없다. 그러므로 웃기지만 최초 공개인 셈이다.
올해는 아직 두 달이 남아 있으므로 2023년부터 2020년까지의 3년 치 수익을 공개해볼까 한다. 유튜브의 재생 수익은 달러로 표기된다. 오늘 환율로 계산해 보면 1달러는 1,365원. 대충 쉽게 계산하기 위해 1,300원이라 가정해 보겠다.
- 2023년 (구독자 4만 명)
2023년에는 뒷자리 수 빼고 총 3,200$ 벌었다. 원으로 계산하면 4,160,000원. 이걸 다시 한 달씩 나누면 346,666원이다. 대충 한 달에 35만 원 정도 번 셈이다.
- 2022년 (구독자 3만 명)
2022년에는 총 5,700$를 벌었다. 원으로 계산하면 7,410,000원. 한 달로 나누면 610,000원씩 번 셈.
- 2021년 (구독자 2만 명)
2021년 수익이 가장 많다. 총 12,000$를 벌었다. 원으로 계산하면 15,600,000원. 똑같이 한 달 수익으로 나눠보면 1,300,000원 정도다.
이렇게 그래프를 놓고 보니 신기한 사실을 두 가지 발견했다. 정확히 일 년이 지날 때마다 반 토막씩 수익이 떨어졌다. 130만 원 > 60만 원 > 30만 원 이런 식으로. 또 하나는 구독자 수와 재생 수익은 크게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 년이 지날 때마다 구독자가 만 명씩 늘어났지만, 외려 수익은 절반이 됐다.
다시 정리해서 말하자면, 유튜브 만으로 한 달에 크게는 130만 원, 적게는 35만 원씩 벌었다는 소리다.
그럼 한 회 촬영에 들어가는 지출 비용도 계산해 볼까? 상황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우리가 한 번씩 차박을 갈 때마다 쓰는 비용은 다음과 같다.
- 캠핑장 예약 =50,000원
- 장 보기 (고기, 술, 햇반, 장작 등) =100,000원
- 왕복 기름값 =50,000원
대충 가볍게 계산해도 20만 원이다. 솔직히 말해 저기서 더 쓰면 더 썼지, 덜 쓴 적은 없다. 적어도 한 달에 3번 (혹은 그 이상) 촬영을 나가니, 그렇게 보자면 캠핑 준비에 쓰는 비용만 한 달에 60만 원이라는 소리다.
수익과 지출에 비례해 한번 따져보자면,
2023년 한 달 수익: 30만 원 / 지출: 60만 원 - 한 달에 30만 원 적자
2022년 한 달 수익: 60만 원 / 지출: 60만 원 - 또이또이
2021년 한 달 수익: 130만 원 / 지출: 60만 원 - 한 달 60만 원 수익
그러나 여기서 또 간과한 사실이 있다. 우리는 편집과 촬영을 직접 한다. 만약 편집자에게 작업을 의뢰할 경우 인건비가 생긴다. 대충 크몽에서 검색해 봤을 때, 20분 정도 되는 편집 영상을 의뢰하려면 적어도 건 당 30만 원은 지불해야 한다. (물론 지금 우리가 올리는 영상처럼 다양한 효과음에 자막까지 넣는다면, 그리고 안정된 작업 환경을 위해 건 by 건으로 의뢰하는 게 아니라 '직원'으로 고용한다면 나가는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한 달에 다섯 편 정도 올리니까 대충 한 달에 드는 편집 비용을 150만 원으로 가정해 보면,
2023년 한 달 수익: 30만 원 / 지출: 60만 원 + 150만 원 - 한 달에 180만 원씩 적자
2022년 한 달 수익: 60만 원 / 지출: 60만 원 + 150만 원 - 한 달에 150만 원씩 적자
2021년 한 달 수익: 130만 원 / 지출: 60만 원 + 150만 원 - 한 달에 80만 원씩 적자인 셈이다.
이게 내가 직접 편집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나 역시 이번 기회를 통해, 나 스스로도 외면하고 있었던 수익 그래프를 다시 보게 됐다. 정말 눈물이 앞을 가려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혹자들은 그래프를 보며 이런 질문을 던질 듯도 하다.
"돈 벌려고 유튜브 한 거라며? 이 정도 적자면 당장 접어야 되는 거 아니냐?"라고.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사실이 하나 또 있다. 사실 유튜버가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는 생각보다 다양하다는 것. 그러니 비단 영상 재생 수익만이 수익의 전부는 아니라는 소리다. 그런 의미로 나는 유튜브를 수익 구조 중앙에 놓는 자판기라고 생각하는 편인데, 마음 제대로 먹고 방법만 찾으면 의외의 곳에서도 소소한 수익을 거둘 수 있다.
1. 협찬
우리 같은 경우는 차박 채널이니만큼 당연히 캠핑용품 업체에서 협찬이 들어온다. 현물 협찬일 때도 있고, 영상 제작 비용을 제공하는 업체도 있다.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적어도 매년 영상 재생 수익보다는 좀 더 많은 협찬 비용을 거뒀다.
게다가 협찬품의 경우, 촬영이 끝나면 주변에 나눠주기도 하고 몇 개는 당근이나 중고나라에 팔기도 한다. 이것도 수익으로 친다면 수익이 될 듯하다.
재미있는 것은 협찬 비용에 정해진 공식은 없다는 것이다. 구독자가 몇 만이니 영상 건당 이 정도는 받아야 된다,라는 개념이 성립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본인 채널의 가치를 스스로 파악해서 적당한 단가를 스스로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 생각이긴 하지만 요즘엔 구독자 수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구독자가 많지 않더라도 조회수가 잘 나오는 채널, 나아가 제품 홍보 요소와 채널의 방향성이 비슷하다면 협찬 의뢰를 받을 수 있다.
2. 쿠팡 파트너스, 알리 링크
영상에 등장하는 제품을 쿠팡이나 알리의 구매 링크로 따서 본문 글에 올려둔다. 시청자가 그 링크를 타고 제품을 구매했을 때 일정 수수료가 떨어지는 방식이다.
3. 블로그, 인스타그램 등 SNS 광고
우리는 유튜브 이외에 다른 SNS는 하지 않지만, 타 캠핑 유튜버들의 경우 인스타그램을 열심히 운영하는 경우도 많이 봤다. 이런 경우 인스타그램 광고 문의도 제법 받는다고 들었다. 블로그도 마찬가지.
어쨌든 유튜브 채널을 하나 키워 놓으면 그걸 토대로 해서 다양한 수익 구조를 만들 수 있다. 물론 당연하지만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얼마나 하느냐에 따라 수익은 천차만별이다.
물론 너무나 당연하게도 이 모든 이야기의 첫 번째 전제는 유튜브를 '꾸준하게, 성실하게' 했을 때 생길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이다. 업로드 한 영상이 많을수록 알고리즘에 노출이 잘 될 테고, 채널에 단일한 콘셉트의 영상이 여러 개 있어야지 그걸로 홍보하고 싶은 업체에서 협찬 의뢰가 올 것이다.
즉, 몇 년 치 꾸준히 노력해서 얻은 의미 있는 '결과값'이 있어야 유튜브라는 자판기를 통한 다양한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런 이유로 처음 유튜브를 시작했을 때는, 당연히 투자한다는 마음으로 접근하지 않으면 안 된다. 시간, 돈, 재능.... 기타 등등. 의외로 뼈를 깎는 심정으로 많은 것들을 갈아 넣어야 한다. 장담하건대 꾸준하게, 성실하게만 할 수 있다면 유튜브로 얼마든지 수익을 낼 수 있다.
사실 우리가 유튜브를 하면서 가장 크게 얻은 수익은 바로 이것이다. 은바의 경우 원래 직업이 연희자다. 전통 예술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창작극을 만들고 올리는 사람이다. 요즘엔 독립 영화에 출연하기도 하는 등, 배우라는 궁극의 꿈을 이루기 위해 더욱 노력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유튜브는 은바에게 쉽고 간편하게 자신을 홍보할 수 있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물론 콘텐츠는 차박이지만 가끔 브이로그를 통해 지금 어떤 작업을 하고 있는지, 나중에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 보다 적극적으로 시청자들에게 자신을 홍보하는 기회를 만들기도 한다.
그리고 나 같은 경우에도 지금 이걸 소재로 브런치에 글까지 쓰고 있으니 말 다했지, 뭐.
또한 이것도 수익이라면 수익일지 모르겠지만, 이제 나는 웬만한 영상 편집은 다 할 수 있는 전문가가 되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나는 겨우 메일이나 보내고 워드 프로그램만 조금 사용하는 '컴알못'이었다. 그런 내가 어쩌다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게 되어, 매일 맨 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어렵게 편집을 익혔다.
요즘 100세 시대라는 데, 언젠가 내가 작가 일을 그만두게 된다면 영상 편집자로 전향할 수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가끔 대본이 너무 안 써질 때마다 유튜브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편집자 공고'글을 유심히 살펴보기도 한다.) 어쨌든 유튜브를 하지 않았다면 전혀 모르고 살았을 기술 하나를 익히게 되었고, 이건 나에게 또 다른 자신감을 선사해 주었다.
게다가 5년 정도 한 채널을 운영하다 보니 자연스레 터특하게 된 '사업적 노하우'는 덤이다. 콘텐츠를 직접 기획하고, 만들고, 촬영하고, 편집해 보는 경험. 어쩌면 유튜브를 하면서 내가 얻게 된 가장 큰 수익은 이것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