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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M May 20. 2021

[반항의 대중음악가] 데이비드 보위①

화려한 음악의 종합 예술가, 독일 통일의 일등공신

  2020년 들어 한국 연예계에서는 일명 부캐 열풍이 불었다. 부캐는 부캐릭터의 약자로 본인과 완전히 다른 인물로 컨셉을 잡아 별개의 활동하는 것을 뜻한다. 부캐의 대표적인 예로는 가수 ‘유산슬’로 데뷔한 개그맨 유재석 씨가 있다.

  사실 부캐는 연예계에서 생긴 열풍이라기보다 인디 음악계에서 유행한 ‘멀티 페르소나’가 연예계에 퍼진 것에 가깝다. 멀티 페르소나란 다중 자아라는 뜻으로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든 후 상황에 따라 본인 대신 해당 캐릭터로 등장하는 것이다. 인디 음악계에서는 다른 장르를 연주하거나 혹은 작곡 등 아예 다른 작업을 할 때 멀티 페르소나를 활용하곤 한다.

  멀티 페르소나를 최초로 활용한 사람이 누구인지는 확인되지 않지만 멀티 페르소나를 활용한 유명 음악가로는 단연 데이비드 보위가 꼽힌다. 보위가 수십 년 후의 한국을 예상하고 멀티 페르소나 활동을 한 것은 아니겠지만 당시까지 생소한 개념의 멀티 페르소나를 널리 알린 인물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반론의 여지가 없다. 물론 그를 평가하는 데 있어서 멀티 페르소나는 일부일 뿐 보위는 뮤직비디오, 패션 심지어 영화와 미술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친 종합 예술가였다.  

  보위는 음악적으로 글램 록이라는 장르를 개척한 동시에 소울, 일렉트로니카, 헤비메탈, 재즈에 이르기까지 각종 장르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쳤다. 예술 외적으로는 냉전 시대의 비극을 고발하면서 평화와 화합을 호소했다. 일각에서는 독일 통일에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람으로 보위를 뽑을 정도다.

 
 

  1947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난 보위는 어릴 때부터 엘비스 프레슬리의 음악을 들으며 음악가의 꿈을 키워나갔다. 가족들도 음악에 관심이 많아 보위에게 색소폰을 사주는 등 음악 활동을 적극 지원해줬다. 덕분에 보위는 1962년 15세라는 어린 나이부터 콘래드, 킹 비스 등 여러 밴드에서 활동하며 경력을 쌓았고, 1964년에는 킹 비스 명의로 싱글 <Liza Jane>을 발매했다. 딱히 상업적 성공을 거둔 건 아니었지만 동년배 다른 가수들에 비하면 상당히 빠른 데뷔였다.

  데뷔가 빨랐다고 성공도 빨랐던 건 아니었다. 그는 이후 솔로로 독립해 <Do Anything You Say> <I Dig Everything> <Rubber Band> 등 여러 싱글을 발표했지만 차트 순위에도 들지 못했다. 1967년에는 첫 앨범 《David Bowie》를 발매했지만 이 역시 영국 차트 125위로 딱히 대단한 성적은 거두지 못했다. 보위 음악의 기반은 사이키델릭이었지만 당시 워낙 쟁쟁한 사이키델릭 음악가가 많았기에 남들과의 차별화 없이는 눈에 띄기 어려웠다.

  이때 보위가 만난 사람이 안무가 린제이 켐프였다. 켐프는 춤 외에도 배우로도 활동하며 1970년대부터는 영화에도 여럿 출연했다. 1960년대 후반 보위는 켐프로부터 춤과 연극을 배우면서 예술 전체를 바라보는 눈이 생겼고, 기타와 시를 섞은 당시로는 생소한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그렇게 보위는 예술적 감각을 기초서부터 길렀고 이는 1969년 싱글 <Space Oddity>와 앨범 《David Bowie》(1집 앨범과 이름이 같다)의 대성공으로 이어졌다. <Space Oddity>가 발매될 때는 마침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했던 때로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한 제목과 가사였다.

  <Space Oddity>의 성공 후 보위는 외계 캐릭터를 적극적으로 사용했다. 1970년 보위는 그의 백밴드 이름을 ‘화성에서 온 거미들(The Spiders from Mars)’로 명명하고, 본인 스스로도 붉은 머리에 높은 굽의 신발, 반짝거리는 목걸이 등을 착용하는 파격적인 패션을 하고 다녔다. 그렇게 보위는 1972년 외계인 컨셉 효과를 극대화한 앨범 《The Rise and Fall of Ziggy Stardust and the Spiders from Mars》를 발매했다. 영국 차트 5위에 오르는 등 상업적인 성공은 물론이고 글램 록이라는 새로운 음악 장르를 개척해 음악적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글램 록은 화려한 의상과 퇴폐적인 분위기 속에서 청자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전에도 글램 록을 시도한 음악가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글램 록으로 성공을 거둔 건 사실상 보위가 처음이었다.

  보위의 페르소나인 지기 스타더스트가 등장한 것도 이때부터다. 지기 스타더스트는 즉흥적으로 생긴 것이 아닌 보위의 철저한 연구에 의해 만들어진 캐릭터다. 보위는 1993년 『Q Magazine』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우리가 하는 음악이 개성을 상실한 시대의 음악이라고 본다. 나는 상실한 시대로부터 폭력과 무정을 빼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보위는 화려하면서도 특이한 복장을 한 동시에 온갖 난해한 가사와 몽환적인 음악으로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시켰다.

 
 

 ‘하늘에서 기다리는 우주인이 있어. 그는 이곳에 와서 우리를 만나고 싶지만 우리의 마음을 날려버린 것으로 생각하나봐. 하늘에서 기다리는 우주인이 있어. 그는 우리에게 날리지 말라고 해. 왜냐면 그 모든 게 가치가 있다는 걸 그는 알거든.’ - <Star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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