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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M May 21. 2021

[반항의 대중음악가] 데이비드 보위②

화려한 음악의 종합 예술가, 독일 통일의 일등공신

  보위는 이후 『Ziggy Stardust Tour』 공연을 다니면서 존재감을 확실히 알렸고, 1973년 일본 공연의 흥행을 계기로 일약 세계적인 스타로 떠올랐다. 당시 『Japan Times』는 “비틀즈 해체 이후 보위는 음악적으로 가장 흥미로운 음악가”라며 “그의 연극적인 모습은 팝 음악 장르에서 가장 흥미로운 공연자일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1973년 4월 발매한 후속 앨범 《Aladdin Sane》에서도 지기 스타더스트의 캐릭터를 이어갔다. ‘미국으로 간 지기 스타더스트’라는 컨셉의 새로운 페르소나 알라딘 세인을 선보인 것. 알라딘 세인의 특징은 얼굴에 번개무늬를 그린 것으로 《Aladdin Sane》 앨범 커버도 번개무늬를 그린 보위의 얼굴로 장식했다. 보위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도 너나 할 것 없이 얼굴에 번개무늬를 그렸다. 

  페르소나를 통해 큰 인기를 얻었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다. 지기 스타더스트나 알라딘 세인이 보위 본인보다 유명해졌기 때문이다. 보위 입장에서 지기 스타더스트는 공연용 캐릭터일 뿐, 보위 본인의 인생과는 무관한 것이었다. 정체성을 고민하던 보위는 1973년 7월 공연을 마친 후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공연은 우리 기억 속에 영원히 남을 겁니다. 이번 투어의 마지막 공연이어서가 아니라 우리의 마지막 쇼이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하며 지기 스타더스트의 은퇴를 선언했다. 보위는 이듬해인 1974년 돌연 미국으로 이사를 가면서 새로운 음악 인생을 시작했다. 

 
 

  보위가 미국에서 관심을 가진 것은 다름 아닌 소울 음악이었다. 1975년 발매한 앨범 《Young Americans》와 1976년 앨범 《Station to Station》에서는 보위의 몽환적인 목소리나 분위기를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피아노와 색소폰을 적극 사용한 재즈풍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음악을 만들어냈다. 

  당시 보위는 지기 스타더스트의 뒤를 이을 새로운 페르소나 ‘씬 화이트 듀크’를 구상했다. 씬 화이트 듀크는 흰색 셔츠에 멋진 조끼를 입은 단정한 차림으로 로맨틱한 분위기를 이끌었다. 씬 화이트 듀크는 《Station to Station》 수록곡 <Station to Station>에서 처음 언급됐고, 보위도 씬 화이트 듀크라는 이름으로 각종 공연을 다녔다. 

  하지만 씬 화이트 듀크는 정치적 논란에 휩싸이면서 보위의 흑역사로 남았다. 보위는 1975년 4월 『Playboy』와의 인터뷰에서 “말 할 필요도 없이 텔레비전은 가장 성공적인 파시스트다. 록 스타들도 파시스트다. 아돌프 히틀러는 초창기 록 스타 중 하나다”라며 “사람들은 자유를 원한 다지만 그 기회를 얻었을 때 니체 대신 히틀러를 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1976년 4월에는 스웨덴 공연에서 “나는 영국이 파시스트 리더로부터 많은 득을 볼 것으로 생각한다. 결국 파시즘은 진정한 국가주의다”라고 발언해 물의를 빚었다. 

  훗날 보위는 당시 제정신이 아니었다며 수차례 사과해야만 했다. 사실 보위는 당시 ‘인종차별 반대 록(RAR)’에 참여하는 등 극우 인사로 분류되는 인물이 아니었다. 하지만 히틀러가 워낙에 문제가 되는 인물이었던 만큼 나중까지도 비판을 피할 수는 없었다. 당시 보위는 마약에도 중독돼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힘든 상황이었고, 이에 1976년 말 독일 베를린으로 이사해 휴식을 취하기 시작했다. 

  보위는 1977~1979년 일명 베를린 3부작이라고 불리는 앨범 《Low》 《"Heroes"》 《Lodger》를 발표했다. 그는 페르소나를 앞세운 지금까지의 음악에서 벗어나 음악 자체에만 집중했고, 대중들과의 만남도 최소화했다. 그 결과 일렉트로닉, 아트 록 등 여러 장르가 혼합된 보위만의 예술적 작품이 탄생했다. 특히 《"Heroes"》는 『New Musical Express』가 선정한 1977년 올해의 앨범상을 수상하는 등 《The Rise and Fall of Ziggy Stardust and the Spiders from Mars》 이후 최고의 걸작으로 평가받았다. 

  보위가 냉전 시대를 비판한 것도 이때부터다. 보위는 베를린 한자 스튜디오에서 작업을 하던 어느 날 베를린 장벽 앞에서 한 커플이 키스를 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보위는 그 장면에서 영감을 떠올려 동독인과 서독인이 베를린 장벽 앞에서 사랑을 나누는 노래 <"Heroes">를 만들었다. <"Heroes">는 지금까지도 분단된 독일을 상징하는 노래로 꼽힌다. 

 
 

 ‘나는 벽 옆에 서있었을 때를 기억해. 총이 우리 머리 위로 날아다니고 우리는 키스했지. 마치 아무것도 떨어지지 않을 것처럼. 부끄러움은 다른 쪽에 있어. 우리는 그들을 이길 수 있어 영원히. 우리는 영웅이 될 거야. 단 하루만이라도.’ - <"Hero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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