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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M May 26. 2021

[반항의 대중음악가] 밥 말리③

자메이카의 화합을 이끈 레게 음악의 대부

  자메이카 정권이 교체된 1970년대 초반, 밥 말리 앤 더 웨일러즈는 위기를 겪고 있었다. 멤버들의 정치적 성향은 비슷했지만 표현하는 방식에 있어 서로 의견 차이를 보였다. 적극적인 투쟁을 원한 말리와 다른 멤버들 간 갈등이 수면위로 오른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1974년 미국 ‘프레이크 클럽’ 공연이다. 프레이크 클럽은 게이들이 모여 마약을 하는 곳으로 유명한 곳이었다. 말리는 공연을 강행하려 했지만 웨일러와 토시는 라스타파리교 정신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공연을 거부했다. 이 일을 계기로 멤버들의 불화는 걷잡을 수 없어졌고, 웨일러와 토시는 그룹을 탈퇴하기에 이르렀다. 말리는 새로운 멤버들을 영입해 재정비에 나섰지만 예전에 비해 힘이 부족해 보이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탈퇴 후에도 웨일러와 토시가 말리와의 연락 자체를 끊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1974년 10월, 밥 말리 앤 더 웨일러즈는 새로운 멤버로 앨범 《Natty Dread》를 발매했다. 세간의 예상과 달리 《Natty Dread》는 영국 차트 43위, 빌보드 차트 92위라는 예상외의 성적을 거뒀다. 그간 말리가 레게로 유명했다지만 그의 앨범이 영국 차트 순위에 올라간 적은 없었고, 빌보드 차트에서도 100위 안에 들어간 적이 없었다. 자메이카라는 변방 출신의 음악가라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성과였다. 보수적 성향으로 유명했던 자메이카 방송국들이 말리를 적극적으로 초청한 것도 이때부터였다. 

  말리는 방송에서 라스타파리교 관련 이야기를 자주 꺼냈다. 주변에서는 음악 소개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고 조언했지만 말리는 본인의 사상 전파를 우선시했다. 그는 방송에 교육적인 내용이 있어야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자메이카 노동당이 말리를 위험인물로 분류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말리는 빈민가 청소년 구제에도 적극적이었다. 시대와 장소를 막론하고 빈민가 지역의 범죄율은 높고, 자메이카도 예외는 아니었다. 말리는 자신이 아는 변호사를 총동원해 범죄 청소년들을 도왔다. 범죄자를 돕는다는 점에서 비판도 있었지만 말리의 신념은 확고한 것이었다. 그의 사상은 《Natty Dread》 수록곡 <No Woman No Cry>에서 잘 드러난다. 

 
 

 ‘여인이여 울지 말아요. 우리가 트렌치타운 관청에 앉아있었을 때를 기억하거든요. 위선자들을 지켜보면서 우리가 만난 좋은 사람들과 어울려요. 좋은 친구가 있고, 좋은 친구를 잃었어요. 이 길을 따라 좋은 미래가 다가오면 과거를 잊지 못할 거예요. 눈물을 닦으세요.’ - <No Woman No Cry> 

 
 

  가사에 등장하는 트렌치타운은 말리가 어렸을 적 살았던 곳이었다. 말리는 성공해서 트렌치타운으로 돌아왔지만 그렇다고 트렌치타운의 소득 수준이 오른 것은 아니었다. 심지어 쓰레기장에 버려진 음식을 차지하기 위해 사람과 독수리가 싸우는 풍경까지 볼 수 있었다. 말리는 해외 공연에서 자메이카의 실상을 알리는 데 주력했고, 이제는 해외에서도 기자를 몰고 다닐 수준의 음악가로 성장해 그의 노력과 발언은 충분히 영향력이 있었다. 

  1976년 4월 밥 말리 앤 더 웨일러즈는 앨범 《Rastaman Vibration》을 발매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라스타파리교에 대한 강한 믿음이 드러난다. 말리는 앨범을 통해 인종차별, 전쟁, 기아 등 각종 참담한 모습을 표현했다. 상업적으로도 성공해 《Rastaman Vibration》은 빌보드 차트 8위라는 대성공을 거뒀다. 레게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사회성과 음악성 그리고 상업적 성과까지 모두 챙긴 셈이었다. 여담으로 비슷한 시기 웨일러는 솔로 앨범 《Blackheart Man》을 발매했고, 토시는 《Legalize It》을 발매했다. 두 앨범 모두 나쁘지 않은 성과를 거뒀고, 시간이 지날수록 평가가 좋아지고 있지만 《Rastaman Vibration》에 비할 수준은 아니었다. 

 
 

 ‘한 인종이 우수하고 다른 인종은 열등하다는 철학은 마침내 그리고 영구히 없어지고 사라져야해. 모든 곳은 전쟁이야. 나는 전쟁을 말하고 있어.’ - <W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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