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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M May 30. 2021

[반항의 대중음악가] 척 디②

억압받았던 흑인의 과격한 반란, 초창기 힙합의 정신적 지주

  퍼블릭 에너미는 1987년 데프 잼 레코드에서 1집 앨범 《Yo! Bum Rush the Show》를 발매했다. 흑인 혁명을 주도한 퍼블릭 에너미의 시작을 알리는 앨범으로 <Too Much Posse> <Rightstarter (Message to a Black Man)> 등 노래 이름만 봐도 저항 정신이 눈에 띈다. 1987년 『New Musical Express』가 선정한 최고의 앨범 1위에 오르는 등 언론도 퍼블릭 에너미의 거침없는 도전에 주목했다. 

 
 

 ‘퍼블릭 에너미의 데뷔 앨범 《Yo! Bum Rush the Show》는 올해 가장 투지 있는 랩 앨범이자 가장 빠르게 팔린 랩 앨범 중 하나다. 앨범은 "어-오. 척. 저들이 우리에게 못된 행동을 하려고 해"라고 시작한다. 여기서 우리는 척 디와 플래브를 뜻한다. 그들은 남을 설교하려 들지 않으면서 최하층 흑인들을 위하는 모습을 보인다. 앨범의 커버와 재킷에 그들의 타깃을 보여주기도 한다. 최근 지하철에서 네 명의 흑인 젊은이들을 쏜 버나드 게츠나 흑인을 상대로 한 사건이 벌어진 하워드 비치는 퍼블릭 에너미의 주제가 되지 않을 수 없다.’ - 1987년 5월 10일 『New York Times』 

 
 

  기사에 나온 버나드 게츠는 1984년 뉴욕 지하철에서 5달러를 요구한 10대 흑인 소년들을 총으로 쏜 사람이다. 게츠는 정당방위를 주장했고, 이에 법원은 총기 소지와 관련한 것만 일부 유죄로 판결해 징역 8개월이라는 비교적 가벼운 판결을 내렸다. 다행히 흑인 소년들은 사망하지 않았지만 이 판결은 두고두고 논란이 됐다. 또 1986년 12월, 뉴욕 인근 하워드 비치에서는 마이클 그리피스라는 흑인 청년이 백인들과의 시비 끝에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실 퍼블릭 에너미가 노래에서 이 사건들을 직접적으로 다루지는 않았지만 그와 별개로 여전히 인종차별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것이다. 이때는 마틴 루터 킹과 같은 흑인의 정신적 지주도 없었기에 1960년대에 비하면 흑인들의 단결력도 부족했다. 흑인들이 힙합을 통해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주는 퍼블릭 에너미에게 열광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퍼블릭 에너미는 1988년 2집 앨범 《It Takes a Nation of Millions to Hold Us Back》을 통해 기대에 완벽하게 부응했다. <Countdown to Armageddon> <Bring the Noise> <Mind Terrorist> <Louder Than a Bomb> <Rebel Without A Pause> <Prophets of Rage> 등등 제목부터가 가히 혁명적인 수준이다. 퍼블릭 에너미 스스로도 마빈 게이 앨범 《What's Going On》의 힙합 버전이라면서 사회적 메시지가 들어있음을 숨기지 않았다. 

  음악적으로도 의의가 큰 앨범이다. 당시 퍼블릭 에너미의 음악은 이스트코스트 힙합으로 분류됐다. 이스트코스트 힙합은 다음절 라임, 복잡한 은유적 표현, 공격적인 비트 등 각종 기교가 특징이며 뉴욕 지역을 중심으로 발전한 장르다.  

  퍼블릭 에너미는 이스트코스트 힙합에 머물지 않고 하드코어 힙합 진출을 시도했다. 하드코어 힙합은 이스트코스트 힙합에서 파생된 장르로 직설적이고 공격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 하드코어 힙합의 시작은 런-DMC로 보지만 본격적인 인기를 얻기 시작한 건 《It Takes a Nation of Millions to Hold Us Back》 발매 이후였다. 퍼블릭 에너미는 록 사운드를 힙합에 도입함으로써 독특한 음악을 만들었고, 하드코어 힙합을 대중음악 주류 장르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상업적인 성과는 말할 것도 없이 대성공이었다. 빌보드 R&B/힙합 차트 1위, 1988년 『New Musical Express』가 선정한 최고의 앨범 1위, 『The Village Voice』 선정 1988년 올해의 앨범 1위 등등 온갖 상을 휩쓸었다. 멀리 한국까지 영향을 미쳐 서태지와 아이들의 히트곡 <난 알아요> 도입 부문에 퍼블릭 에너미의 <Bring the Noise>가 삽입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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