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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M Jun 06. 2021

[반항의 대중음악가] 빌리 조 암스트롱④

'전쟁보다는 평화를' 미국을 흔든 펑크의 부활

  암스트롱도 40대에 접어들었지만 그는 조용한 중년을 보낼 생각이 없었다.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전이 시작하자 암스트롱은 2000년대 중반 못지않게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피력했다. 당초 암스트롱은 민주당 예비후보 버니 샌더스 지지자였지만 민주당 경선에서 힐러리 클린턴이 후보로 선출되자 암스트롱도 클린턴을 지지했다. 사실 암스트롱은 클린턴을 썩 마음에 들어 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럼에도 클린턴을 지지한 이유는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에 대한 크나큰 반감 때문이었다.  

  그러나 대선은 결국 트럼프의 승리로 끝났다. 대선 3일 후인 2016년 11월 11일, 암스트롱은 『The Guardian』이 주최한 독자들과의 대화에서 “나는 처음에 샌더스에게 투표했다. 클린턴은 미국의 대통령감이 아니라는 것을 본인도 인정해야 한다. 더 큰 문제는 트럼프. 그리고 파시즘에 어떻게 대처해야하는지. 이메일은 한물갔다. 나는 지난 사흘 동안 파시즘 대통령을 봤다. 아직 파시즘이 어떻게 다뤄질지는 모르겠다”라고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했다.

  암스트롱은 대선 이전부터 트럼프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백인 우월주의자이자 파시스트라고 주장하며 ‘위험한 사람’으로 취급했다. 심지어 어떤 인터뷰에서는 트럼프를 아돌프 히틀러에 비유했다. 보수주의자들의 비판을 받았지만 암스트롱이 비판을 의식해 할 말을 못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2016년 말은 그린데이가 음악적으로도 다시 광풍을 일으킨 때다. 그해 10월 발매된 앨범 《Revolution Radio》는 빌보드 차트 1위에 올랐을 뿐 아니라 한국 가온 국외 차트에서도 1위를 차지하는 등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다.

  당연하게도 그린데이는 2016년 11월 20일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에 초대받아 공연을 하게 됐다. 암스트롱은 이날 공연에서 곡 <Bang Bang>을 부르는 도중 별안간 “트럼프 반대. KKK 반대. 파시스트 미국 반대”를 수차례 외쳤다. 축제의 장에서 정치적 발언을 했다는 비판이 나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반대파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통쾌한 공연이었다.

  암스트롱은 과거 부시 대통령을 비판한 것 이상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했다. 2017년 11월 발매된 그린데이 베스트 앨범 《Greatest Hits: God's Favorite Band》에는 신곡 <Back in the USA>도 수록됐다. 말할 것도 없이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는 곡이다. 마치 <American Idiot>으로 돌아간 듯한 가사와 암스트롱의 저항정신 그리고 에너지가 넘치는 곡이었다. 무작정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시적인 비유까지 곁들여 과거보다 더 좋은 평가를 받았다.

 
 

 ‘내가 들은 가장 슬픈 이야기는 끝없는 전쟁 속 군인처럼 우리의 평범한 집이 안전하게 느껴진다는 거야. 그리고 모든 교회가 술 가게를 가진다는 거야. 행진 위에 모든 미친 것들과 함께 자유의 종을 울리자. 레몬에이드 맛의 독을 먹이자.’ - <Back in the USA>

 
 

  암스트롱은 말로만 떠드는 사람이 아니었다. 2016년 말 암스트롱은 경찰이 스탠딩록 시위를 무력 진압한 것에 대해 공개적으로 항의했다. 스탠딩록 시위의 내용은 미국이 추진 중인 다코타 파이프라인 사업을 반대하는 것이었다. 환경문제, 문화제 파괴 등이 염려된다는 이유에서였다. 파이프라인 사업은 강행됐지만 오랜 법적 공방 끝에 2020년 7월 미국 워싱턴DC 연방법원은 파이프라인 운영을 중단하라고 명령했다. 암스트롱의 항의가 빛을 보는 순간이었다.

  이쯤 되니 미국 대통령 선거가 다가올 때마다 언론은 암스트롱에 주목했다. 2020년 선거 때도 마찬가지였다. 누구나 예상하듯 암스트롱은 민주당의 샌더스를 지지했고, 민주당 경선 이후에는 최종 후보인 조 바이든을 지지했다. 이렇듯 암스트롱은 어느 샌가 정치사회적으로 크게 주목받는 인물이 됐다.  

  이처럼 사회적으로나 무대 위에서나 암스트롱은 강렬한 모습을 보여줬지만 무대 밖에서의 행동은 결코 과하지 않았다. 적지 않은 음악가들이 부적절한 사생활로 비판 받았지만 암스트롱은 그렇게 큰 문제가 된 적도 없다. 오히려 아내 에이드리언 네서와 결혼한 후 좋은 남편, 좋은 아빠로 불린다. 암스트롱은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표현하기 위해 다소 과격한 방법도 사용했지만 팬들과 약자에게는 누구보다 따뜻한 사람이었다. 나설 때를 구분할 줄 알고, 나설 때는 누구보다 앞장서는 모습이 그린데이를 이끄는 힘이자 원동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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