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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M Jun 09. 2021

[반항의 대중음악가] 오지 오스본①

헤비메탈의 태동, 냉전 시대를 관통한 기행

  1970년대부터 헤비메탈이 대중음악 주류 장르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헤비메탈의 기원에 대해서는 평론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비틀즈의 <Helter Skelter>나 더 후의 <My Generation>을 최초의 헤비메탈 곡으로 보는 시각도 있고, 지미 핸드릭스나 크림이 보여준 시끄러운 음악을 헤비메탈로 정의하기도 한다. 하지만 초창기 헤비메탈 전문 밴드를 꼽으라면 대부분 레드 제플린, 딥 퍼플, 블랙 사바스를 선택한다.

  국내에서나 해외에서나 블랙 사바스는 레드 제플린이나 딥 퍼플에 비해 한 수 아래로 평가받는 경향이 강하다. 레드 제플린의 기타리스트 로버트 플랜트나 딥 퍼플의 리치 블랙모어는 이미 1960년대부터 두각을 나타낸 인물들이었다. 반면 블랙 사바스 기타리스트 토니 아이오미는 앞의 두 사람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명성이 낮은 편이었다. 또 이미 1960년대 후반부터 활동을 시작한 레드 제플린이나 딥 퍼플과 달리 블랙 사바스는 1970년에야 첫 앨범 《Black Sabbath》를 발매하는 등 후발주자였다. 특히 레드 제플린은 1969년 발매한 《Led Zeppelin II》가 영국 차트 1위, 빌보드 차트 1위를 석권하는 등 이미 절정의 인기를 달리고 있었다. 그럼에도 블랙 사바스가 저들과 비슷한 급으로 대우받는 배경에는 블랙 사바스 특유의 기타 리프와 단순하면서도 무거운 분위기 그리고 보컬 오지 오스본의 갖가지 기행 덕분이었다.

  오스본은 1948년 영국 버밍엄 아스톤이라는 지역에서 태어났다. 그의 본명은 존 마이클 오스본이지만 초등학생 시절 친구들이 ‘오지’라는 별명을 붙여줬고, 오스본도 별명이 마음에 들었는지 오지라는 이름을 평생 쓰게 된다. 오스본은 어렸을 적 비틀즈의 음악을 광적으로 좋아했고, 이미 10대 초반부터 비틀즈 같은 음악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결심을 굳힌 오스본은 15살에 학교를 그만두고 건설 현장에서 각종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음악가의 꿈을 키워나갔다.

  1967년 오스본은 레어 브리드라는 밴드에 보컬로 합류했지만 얼마 가지 않아 밴드는 해체되고 말았다. 이후 오스본은 레어 브리드에서 만난 베이시스트 기저 버틀러와 폴카 툴크라는 밴드를 조직했고, 새로운 멤버로 기타리스트 토니 아이오미, 드러머 빌 워드를 영입했다. 마침 이들도 활동 중인 밴드가 해체돼 할 일이 없었기에 오스본의 제안을 흔쾌히 수락했다. 라인업 구성 완료 후 밴드 이름을 어스로 변경했고, 동명의 다른 밴드가 있었던 탓에 블랙 사바스로 다시 이름을 바꿨다. 블랙 사바스는 1963년 개봉한 동명의 공포 영화 『Black Sabbath』에서 따온 것으로 이름을 통해 무서운 이미지를 만들고자 했다.

  그렇게 클럽 공연을 전전하던 블랙 사바스는 필립레코드와 계약을 맺고 1970년 2월 첫 앨범 《Black Sabbath》를 발매했다. 데뷔작임에도 영국 차트 8위, 빌보드 차트 23위에 오르며 성공적인 성적을 거뒀다. 『Allmusic』은 《Black Sabbath》에 대해 “우리가 아는 헤비메탈의 탄생”이라고 극찬하는 등 시대가 지난 후에도 명반으로 평가받고 있다.

  첫 앨범이 성공을 거두자 블랙 사바스는 곧바로 차기 앨범 작업에 착수했다. 《Black Sabbath》가 발매된 지 불과 7개월 후 블랙 사바스는 헤비메탈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앨범 《Paranoid》를 세상에 내놓았다. 싱글로 나온 <Paranoid>는 차트 4위를 기록했고, 앨범 《Paranoid》는 영국 차트 1위를 차지하면서 단숨에 블랙 사바스를 스타로 만들었다.

  세간의 인식과 달리 오스본은 사회문제에 큰 관심을 갖고 있었다. 《Paranoid》를 작업할 당시 블랙 사바스는 앨범 제목을 《War Pigs》라고 지으려 했다. 앨범에 수록된 곡 <War Pigs>는 베트남 전쟁을 비판하는 음악으로 당시 시대상과도 연관이 깊다. 레코드사의 반대로 앨범 제목은 《Paranoid》로 결정됐지만 <War Pigs>를 통해 당시 오스본이 바라본 세상을 엿볼 수 있다.

 
 

 ‘정치인들은 스스로 몸을 숨기지. 그들은 전쟁을 시작했을 뿐인데. 왜 저들이 싸우러 나가야 하지? 그들은 그 역할을 가난한 자들에게 맡기지.’ - <War Pi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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