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M Jun 13. 2021

[반항의 대중음악가] 오지 오스본③

헤비메탈의 태동, 냉전 시대를 관통한 기행

  《Blizzard of Ozz》에서 가장 문제가 된 곡은 <Suicide Solution>이다. 이 곡은 청소년의 자살을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았고, 실제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청소년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존 오코너 추기경은 <Suicide Solution>에 대해 “폭력적인 가사의 전형적인 노래”라고 비판했다. 1985년 11월에는 한 학생이 <Suicide Solution>을 듣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며 학생의 부모가 오스본을 고소하기도 했다. 오스본이 법적으로는 승소했지만 여기저기서 나오는 비판을 피하지는 못했다. 훗날 오스본은 <Suicide Solution>이 1980년 사망한 AC/DC의 보컬 본 스코트를 위한 노래라고 회고했다. 

  오스본이 비판을 받은 배경에는 그가 보여준 갖가지 기행도 한몫했다. 1981년 어느 날, 오스본은 평화 운동의 일환으로 비둘기를 하늘로 날려 보내는 퍼포먼스를 기획했다. 늘 그랬듯 마약에 찌들어있었던 오스본은 제정신이 아니었고, 정신을 아예 잃었는지 그 자리에서 비둘기의 목을 물어뜯는 기행을 선보이고야 만다. 이 장면은 수많은 패러디를 양산하면서 오스본을 유명하게 만들었지만 당연하게도 논란이 된 행동이었다. 

  이듬해에는 비둘기에 이어 박쥐까지 물어뜯었다. 1982년 1월, 오스본은 아이오와주 데스 모이네스에 있는 한 클럽의 무대에 올랐다. 공연이 무르익어갈 무렵 한 관객이 무대 위로 박쥐를 집어던졌고 오스본은 이를 장난감 박쥐로 착각했다. 퍼포먼스 차원에서 박쥐의 머리를 물자 박쥐는 날개를 펄럭이며 고통스러워했고, 오스본도 이에 당황했지만 이미 박쥐의 목은 부러진 후였다. 시간이 흘러 2019년 1월, 박쥐 사건 37주년을 기념해(?) 목 분리가 가능한 박쥐 장난감이 출시되기도 했다. 박쥐 장난감 출시 소식을 들은 오스본은 트위터를 통해 “오늘은 내가 그 빌어먹을 박쥐의 머리를 물어뜯은 지 37주년이 되는 날이다”라며 “목 분리가 가능한 이 기념적인 고급 장난감으로 축하해 달라”고 전했다. 

  온갖 비정상적인 일을 벌이면서 멘탈이 뛰어났을 것 같은 오스본이었지만 그에게도 힘들었던 시절이 있었다. 1982년 3월, 미국 투어를 다니던 중 오스본의 기타리스트 랜디 로즈가 비행기 사고로 사망한 것이다. 로즈로 말할 것 같으면 클래식 기타를 섭렵한 인물로 오스본의 음악적 스케일을 한 단계 키운 인물이다. 당시만 해도 잘 알려지지 않은 네오클래식메탈 장르의 새로운 지평을 연 사람도 바로 로즈였다. 네오클래식메탈은 훗날 잉베이 맘스틴에 의해 전성기를 맡게 된다. 로즈가 없었다면 오스본도 블랙 사바스과 별 다를 게 없는 음악을 했을 가능성이 높고, 《Blizzard of Ozz》의 성공도 힘들었을 것이다. 오스본도 로즈를 단순 동료가 아닌 자신의 모든 걸 공유하는 절친으로 대우했다. 오스본은 1987년 로즈를 추모하는 앨범 《Tribute》를 발매하는 등 로즈 사후에도 그를 잊지 않았다. 

  로즈의 사망 후인 1983년, 오스본은 새로운 기타리스트 제이크 E. 리를 영입해 앨범 《Bark at the Moon》을 발매했다. 《Bark at the Moon》은 영국 차트 24위, 빌보드 차트 19위라는 준수한 성적을 거뒀지만 이번에도 문제가 터지고 말았다. 캐나다에서 한 청년이 《Bark at the Moon》을 듣고 한 여성과 그의 두 아이를 살해한 것이다. 오스본의 잘못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Commit Suicide>에 이어 언론의 집중 포화를 당해야만 했다. 

  오스본은 아무리 봐도 비정상적인 인물이었지만 평화에 대한 신념은 늘 품고 있었다. 마음을 어느 정도 추스른 1986년, 그는 평화의 메시지를 담은 앨범 《The Ultimate Sin》을 발매했다. 음악적으로도 제이크 E. 리의 무거운 연주가 로즈 시절과는 또 다른 사운드를 만들어 냈다. 하지만 제이크 E. 리는 오스본과 음악적 견해 차이로 불화를 겪었고 결국 이 앨범을 마지막으로 오스본과 결별했다. 

 
 

 ‘우리들 중 아무도 전쟁을 믿지 않는다면 무기가 무엇을 위한 것인지 말해줄 수 있니. 다들 내 말을 들어봐. 버튼을 누르면 달아날 곳이 없어.’ - <Killer of Giants> 

 
 

 ‘불길에 뛰어드는 나방처럼 사람은 절대 바뀌지 않는 걸까. 시간은 실로 엄청난 공격과 고통으로 보여. 시간이 전쟁을 멈추게 하는 유일한 것이라면 말이야.’ - <Thank God for the Bomb> 

매거진의 이전글 [반항의 대중음악가] 오지 오스본②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