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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M Jun 23. 2021

[반항의 대중음악가] 마빈 게이②

모타운발 흑인의 반란, 소울 음악의 정석

  마퀴즈는 주로 워싱턴 D.C.에서 활동하며 자신들의 역량을 키워나갔다. 1957년에는 싱글 <Wyatt Earp>를 발매하기도 했지만 차트에 오르지도 못하는 등 주목은 전혀 받지 못했다. 마퀴즈는 이후 하비 푸쿠아에게 발탁돼 그의 백보컬 그룹 문그로우로 활동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는 푸쿠아와 마퀴즈 모두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해 결국 1960년 해체하게 된다. 

  게이는 마퀴즈 해제 후 푸쿠아와 디트로이트로 떠났다. 푸쿠아가 디트로이트 지역 음반 제작사인 트리-파이 레코드와 세션 계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무작정 푸쿠아를 따라간 게이 역시 디트로이트 지역 사람들을 소개받을 수 있었고 베리 고디의 눈에도 띄게 된다. 물론 게이의 뛰어난 실력이 고디의 눈에 띈 가장 큰 이유였겠지만 그와 인연을 맺게 된 다른 이유도 있었다. 이 시기 베리 고디의 누나 안나 고디와 게이가 만나 연인 사이로 발전했기 때문이다. 게이와 안나 고디는 1963년 정식으로 결혼하게 된다. 

  아무튼 게이는 모타운과 정식 계약을 맺어 1961년 싱글 <Let Your Conscience Be Your Guide>와 앨범 《The Soulful Moods of Marvin Gaye》를 발매했다. 그렇지만 철저한 무명 가수였던 게이는 차트 순위에 이름을 올리지도 못했다. 그래도 1962년 발매한 싱글 <Stubborn Kind of Fellow>는 빌보드 차트 46위까지 오르는 등 점점 성장하기 시작했고, 이후에도 꾸준히 차트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점점 괜찮은 가수가 됐다. 소위 메가히트 싱글은 없었지만 그가 싱글을 내면 차트 10~20위 사이에는 자주 올라갔고, 가끔 10위권 안에도 들어가곤 했다. 

  게이의 본격적인 전성기는 1968년부터 시작한다. 그가 발매한 싱글 <I Heard It Through the Grapevine>가 빌보드 차트 1위, 영국 차트 1위 등 각종 차트를 석권하며 일약 스타가수에 등극한 것이다. 1969년 싱글 <Too Busy Thinking About My Baby>도 빌보드 차트 4위에 오르며 꽤 괜찮은 가수 수준을 넘어선 모타운의 차세대 스타로 올라서게 된다. 

 
 

  1960년대 후반까지 게이는 인기 음악가로 대접받았지만 대중들이 그를 사회운동과 연관 짓지는 않았다. 게이는 본인이 흑인으로서 겪었던 차별 대우, 군대에서 느꼈던 부조리, 베트남 전쟁 등을 음악에서 다루고 싶었지만 모타운의 수장 고디는 이를 탐탁지 않게 여겼다. 당연히 고디와 게이의 신경전으로 이어졌고, 게이는 차기 앨범 《What's Going On》을 녹음하면서 본인이 직접 프로듀싱을 하는 등 독자적인 앨범 발매 준비에 나섰다. 고디가 끝까지 앨범 발매를 거부하자 게이는 파업이라는 초강수를 두기에 이른다. 결국 고디는 게이의 뜻을 꺾지 못했고, 게이의 지향점이 드러난 앨범 《What's Going On》이 1971년 5월 발매됐다. 게이는 『Rolling Stone』에 《What's Going On》을 제작할 당시 심경을 다음과 같이 말했다.  

 
 

 ‘1969년과 1970년, 나는 내 음악이 말하는 모든 컨셉을 재정비하기 시작했다. 나는 집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회적 상황뿐 아니라 베트남에 있는 동생이 보내준 편지에도 큰 영향을 받았다. 사람들의 영혼에 다가갈 수 있는 곡을 쓰고 싶다면 내 모든 판타지를 내려놓아야 한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세상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사람들이 봤으면 좋겠다.’ - 2003년 12월 11일 『Rolling Stone』 

 
 

  고디의 우려와 달리 《What's Going On》은 빌보드 차트 6위에 오르며 이때까지 게이가 발매한 앨범 중 가장 좋은 차트 성적을 거뒀다. 이 앨범은 뛰어난 음악성과 사회문제에 대한 깊은 고민 덕에 지금까지도 높은 평가를 받는다. 일례로 《What's Going On》은 베트남 전쟁에 참여했던 동생을 위한 곡 <What's Happening Brother>, 어린이들을 위한 <Save the Children>, 환경오염 문제를 호소하는 <Mercy Mercy Me>까지 광범위하면서도 깊이가 있는 곡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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