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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M Jun 25. 2021

[반항의 대중음악가] 마빈 게이③

모타운발 흑인의 반란, 소울 음악의 정석

  게이가 《What's Going On》을 제작하게 된 계기는 베트남 전쟁, 1967년 디트로이트 폭동, 켄트주립대 발포사건, 크게 세 가지로 알려졌다. 1967년 당시 경찰이 무허가 술집을 단속하는 과정에서 흑인 손님 80여 명을 무더기로 체포하는 사건이 있었다. 이에 반발한 흑인들은 처음에는 집단 항의로 시작하더니 이내 대규모 폭동으로 이어졌다. 디트로이트 폭동 관련 사망자는 43명, 부상자는 수천 명이 넘는 것으로 전해진다. 

  켄트주립대 발포사건은 1970년 5월 켄트주립대에서 벌어진 반전 시위 도중 주방위군의 발포로 대학생 4명이 숨진 사건이다. 이후 학교는 휴교에 들어가 여름방학 전까지 정상적인 운영을 하지 못했다. 또 이 사건을 계기로 미국 전역에 있는 대학교에서 학생들이 반전 시위를 벌였고, 동맹휴학에 들어가기에 이르렀다. 

  《What's Going On》은 사회문제를 다룬 것 외에 소울 음악 최초의 컨셉 앨범이라는 점에서도 가치가 있다. 단순히 여러 곡을 넣어 앨범을 만든 게 아닌 앨범의 수록곡이 이어지며 하나의 스토리를 만드는 마치 뮤지컬과 같은 것이었다. 이전에도 비틀즈의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 등 컨셉 앨범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흑인 음악계에서는 아직 생소한 개념이었다. 

  사회에 강렬한 메시지를 줬다는 점에서 《What's Going On》은 항상 명반 순위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다. 심지어 2020년 『Rolling Stone』이 선정한 세계 500대 명반에서 《What's Going On》은 비틀즈의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나 비치 보이즈의 《Pet Sounds》, 밥 딜런의 《Highway 61 Revisited》 등을 제치고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좋은 평가를 받는 대표적인 예다. 

  이후 모타운 소속 흑인 가수들은 너도 나도 사회운동에 적극 참여하기 시작했고, 고디도 사회운동을 반대하지만은 않았다. 오히려 모타운은 1970년 ‘블랙 포럼 레코드’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설립하기도 했다. 주로 마틴 루터 킹 목사, 스토클리 카마이클, 엘라이 브라운 등 흑인 사회운동가들의 연설을 녹음해 앨범으로 만드는 곳이었다. 초창기에는 활동이 많지 않았지만 《What's Going On》 발매 후 활동을 늘어난 것이었다. 1971년 블랙 포럼 레코드를 통해 발매된 킹 목사의 연설 《Why I Oppose The War In Vietnam》이 그래미상 최우수 낭독 앨범상을 수상하면서 모타운도 일약 사회운동의 상징적인 곳이 된다. 게이도 1975년 유네스코 자선공연을 하는 등 사회운동을 이어갔고, 그 결과 UN 사무실에도 초대하는 거물급 음악가가 됐다. 

 
 

 ‘1960년대 초반 일부 백인이 흑인 인권 운동 선봉에 서기는 했지만 비 사회운동가들이 흑인과 동료로 사회운동에 참여한 건 라디오와 무도장에서 흘러나오는 모타운 음악 덕분이었다. (…) 내 시각으로는 고디의 뛰어난 비즈니스가 내 세대 백인들이 흑인 문화에 열광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그리고 부모 세대에 있었던 인종 차별이 없어지기 시작했다. 그의 음악 제국이 없었다면 버락 오바마도 대통령으로 뽑힐 수 없었을 것이다. 음악을 통한 통합이 없었다면 다수의 백인들이 흑인에게 표를 주지 않았을 것이다.’ -2013년 9월 9일 『The Guardian』 

 
 

  게이의 활약 덕에 모타운은 흑인 사회운동의 상징이 됐지만 안타깝게도 그 영광이 오래가지는 못했다. 1972년 모타운은 본사를 LA로 이전했다. 평소 영화에 관심이 많았던 고디가 할리우드와 연계한 사업을 펼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게이와 스티비 원더에 이은 차세대 스타로 주목받았던 잭슨 파이브가 1975년 모타운을 떠나 에픽 레코드와 계약을 맺었고, 이후 모타운은 이렇다 할 거물을 발굴하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일명 H-D-H로 불린 모타운의 작곡가 에디 홀랜드, 라몬트 도지어, 브라이언 홀랜드가 부당한 대우를 이유로 모타운을 떠나면서 모타운 음악의 인기도 갈수록 떨어졌다. 여담으로 잭슨 파이브는 에픽 레코드에서 잭슨스라는 이름으로 활동했고, 멤버 중 한 명인 마이클 잭슨이 1979년 솔로 앨범 《Off the Wall》을 발매하면서 일약 세계적인 스타로 떠오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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