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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M Jul 20. 2021

[반항의 대중음악가] 스티비 원더②

흑인 운동을 넘어 세계 평화까지 이끈 모타운의 스타

  모타운이 아니었으면 지금 우리가 아는 원더는 없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11세 시각장애인이었던 원더를 데뷔시킨 것 자체가 모타운 입장에서는 모험이었다. 원더와 고디는 개인적인 견해에 차이가 있었을 뿐 악의를 갖고 있는 것도 아니었고, 원더 입장에서 모타운만한 소속사도 없었다. 이런 이유에서 원더는 모타운과 계약을 해지했지만 인연마저 끊지는 않았다. 대신 앨범 제작에 있어서 모든 권한을 자신이 가진다는 조건으로 재계약을 요구했다. 고디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조건이었지만 결국 원더의 뜻을 들어줬다. 


  자유의 몸(?)이 된 원더는 1971년 말 존 싱클레어 석방을 위한 공연에 참여하게 된다. 싱클레어는 인종차별 반대를 모토로 하는 ‘화이트팬서당’ 설립을 주도한 인물이다. 화이트팬서당은 미국 내 흑인 급진단체 ‘블랙팬서’를 돕는 백인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1년 후인 1969년, 싱클레어는 마리화나를 소지했다는 이유로 경찰에 붙잡혀 징역 10년을 선고 받았다. 훗날 밝혀지기로는 존 싱클레어가 두 갑의 마리화나를 밀매했는데 운 없게도 구입한 사람은 마약 담당 위장 경찰관이었다. 

  마리화나 밀매가 올바른 행동이라고 볼 수는 없겠지만 마리화나 두 개를 팔았다는 이유로 징역 10년형은 과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이에 1971년 12월, 미시건대학교 크라이슬러 아레나에서는 싱클레어 석방을 위한 공연 『Ten for Two』가 열렸다. 싱클레어를 따르는 사람들이 주도한 공연으로 이들은 투옥 배후에 닉슨 행정부가 있다고 주장했다. 원더는 『Ten for Two』에 흔쾌히 참여했고, 원더 외에도 존 레논, 데이비드 필, 필 옥스 등 유명 음악가들이 참여했다. 이 덕분인지 공연이 있은 지 얼마 후 싱클레어는 풀려났다. 

  1972년 3월에는 원더 주도로 만들어진 첫 앨범 《Music of My Mind》가 발매됐다. 이 시기 원더는 톤토즈 익스팬딩 헤드 밴드의 앨범 《Zero Time》을 듣고 신디사이저 음악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원더는 《Music of My Mind》 녹음 과정에서 신디사이저를 적극 반영했고, 이는 기존 모타운 스타일의 음악과 다른 원더만의 독창적인 음악이었다. 원더가 지휘하는 첫 앨범이었기에 우려도 적지 않았지만 빌보드 차트 21위에 오르면서 상업적으로도 나쁘지 않은 성과를 거뒀다. 다만 비슷한 시기 발매된 마빈 게이의 《What's Going On》이 빌보드 차트 6위에 올랐고, 싱글 <What's Going On>은 2위까지 차지해 아무래도 비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또 음악성에만 집중했는지 이 앨범에서 원더가 열망했던 저항정신은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원더가 그해 10월 발매한 《Talking Book》은 상업적 성과를 거둔 정도가 아니라 차트를 휩쓸다시피 했다. 《Talking Book》은 빌보드 3위에 올랐고, 앨범에 수록된 곡 <Superstition>와 <You Are the Sunshine of My Life>는 빌보드 1위에 오르는 대성공을 거뒀다. 앨범 녹음 당시 원더는 아내 시리타 라이트와 막 이혼한 상태였다. 그래서인지 앨범의 수록된 곡은 대부분 사랑을 주제로 한 노래였다. 원더가 모타운과 재계약을 맺으면서 추구했던 사회성 짙은 음악은 이번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어쩌면 여러 흑인들이 원더에게 실망감을 느꼈을 수도 있었다. 

  원더가 본격적인 사회적 가수로 거듭난 것은 1973년 8월 3일 발매한 앨범 《Innervisions》에서 부터다. 그는 곡 <Living for the City>에서 인종 문제를, <Too High>에서는 마약 문제를 다뤘다. <He's Misstra Know-It-All>에서는 아예 닉슨 대통령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마침 당시 닉슨 대통령은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인해 곤혹을 치루고 있었다. 

 
 

 ‘그는 계획을 가진 사람이야. 그의 손에는 위조지폐가 있어. 그는 뭐든지 아는 사람이야. 열심히 놀고 빠르게 말하고 꼴등이 되지 않도록 하지. 그는 뭐든지 아는 사람이야. 웃으면서 거래하지. 항상 그의 거짓말이 많다는 걸 알지.’ - <He's Misstra Know-It-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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