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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M Jul 30. 2021

[반항의 대중음악가] 조 스트러머②

암울한 영국 사회에 나타난 펑크의 영웅

  스트러머는 1978년 반나치동맹(ANL)에 가입했다. ANL은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노동당과는 다르다)을 중심으로 1977년 결성된 반파시즘 단체다. ANL은 ‘인종차별 반대 록(RAR)’ 운동을 주도했고, 클래시뿐 아니라 톰 로빈슨, X레이 스펙스 등의 음악가들도 RAR 운동에 동참했다. 

  RAR에 동참한 음악가들은 비틀즈나 레드 제플린 등 정상급 음악가들에 비하면 인지도는 떨어졌다. 그렇지만 영국 젊은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RAR 운동에 환호했다. 1978년 4월 런던 빅토리아 공원에서 열린 RAR 공연에 10만 명이 넘는 관객이 모였는가 하면 1978년 9월 하이드 공원에서 열린 공연에서도 비슷한 숫자의 관객이 모였다. 이후 RAR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고, 비슷한 이름의 ‘성차별 반대 록(SAR)’ 운동까지 등장할 정도였다. 클래시의 위상도 영국의 아웃사이더 펑크 밴드에서 좌파의 상징 밴드로 격상했다.  

  스트러머의 각종 기행도 클래시 인지도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당시 스트러머는 이탈리아의 극좌 테러조직 ‘붉은 여단’과 서독의 극좌파 무장단체 ‘적군파’의 문양이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다녔다. 1977년에는 한 호텔에서 베갯잇을 훔치다가 경찰에 체포돼 벌금 100파운드를 내고 나서야 풀려났다. 다른 호텔에서는 벽에 ‘더 클래시’라고 락카칠을 했다가 벌금을 내기도 했다. 스트러머의 행동이 정상적인 것은 아니었지만 불만으로 가득했던 당시 영국 젊은이들은 오히려 스트러머를 동경했다.  

  이 기세를 몰아 1978년 11월 발매된 클래시의 2집 앨범 《Give 'Em Enough Rope》는 

 영국 차트 2위에 올랐다. 클래시는 돌려서 비판하지 않고 그냥 대놓고 마구잡이로 비판했다. 테러가 발생한다느니 내전이 일어난다느니 정상적이지 않은 가사 투성이었다. 오히려 이 점이 클래시의 인기 요인이 됐는데 당장 일자리를 잃은 영국 젊은이들이 시적인 가사를 즐길 여유 따위는 없었기 때문이다. 

  젊은이들이 분노하건 말건 영국의 경제 상황이 좋아지기는커녕 오일 쇼크가 터지면서 더 많은 젊은이들이 런던 거리를 방황해야만 했다. 클래시도 분노하기는 마찬가지였고 이 분노를 터뜨릴만한 앨범을 기획하게 된다. 그렇게 1979년 12월 발매된 앨범이 그 유명한 《London Calling》이다. 그야말로 런던의 불우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앨범으로 전쟁, 기아, 자연재해 등등 온갖 악재를 다 겪고 있는 영국 젊은이들의 비참한 삶을 묘사했다.  

 
 

 ‘런던은 모방 구역에 알린다. 잊어버려 너는 혼자 할 수 있어. 런던은 죽음의 좀비들에게 알린다. 참지 말고 숨을 쉬어. 런던은 알린다. 나는 소리 지르기 싫어. 그러나 우리가 얘기할 때 나는 네가 졸고 있는 걸 봤어. 런던은 알린다. 우리는 더 이상 약에 취하지 않아. 노란 눈을 가진 한 녀석 빼고 말이야.’ - <London Calling> 

 
 

  《London Calling》은 단순히 분노를 표출하는 앨범이 아니었다. 이전까지 펑크는 단순한 코드의 간단한 음악이라는 편견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클래시는 레게, R&B, 스카 심지어 헤비메탈 사운드까지 앨범에 녹여냈고, 이는 곧 포스트펑크의 시발점이 됐다. 포스트펑크는 기존의 펑크처럼 간단한 코드를 사용하지만 기타 외에 다양한 악기와 사운드를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London Calling》이 최초의 포스트펑크 앨범은 아니지만 포스트펑크가 주목받기 시작한 건 사실상 이때부터다. 

  《London Calling》은 사회적 비판과 새로운 음악의 시도 등으로 현대에 와서 더욱 평가가 높아지는 앨범이다. 《London Calling》 2013년 『NME』가 선정한 500대 명반 순위 39위에 올랐고, 2020년 『Rolling Stone』이 선정한 500대 명반에서는 16위에 이름을 올렸다. 펑크 앨범 중에서는 가장 높은 순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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