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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M Aug 16. 2021

[반항의 대중음악가] 존 레논③

비틀즈의 전설 그리고 미국과의 정면 승부

  《Imagine》이 전달하는 메시지는 거대한 것이었지만 타이틀 곡 <Imagine>에 묻힌 경향이 없잖아 있다. <Imagine>에는 반전과 평화, 재산 소유 반대 등 여러 복합적인 뜻이 담겨 있다. 문제는 곡이 너무 좋아서 정작 레논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별로 주목받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그래도 지금은 <Imagine>이 진보주의자 혹은 평화주의자의 상징적인 노래로 꼽힌다. 9·11 테러 당시 닐 영은 추모의 뜻으로 <Imagine>을 불렀고, 국내에서도 제16대 대통령선거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선 광고에 <Imagine>을 삽입했다. 2012년 런던 올림픽 폐막식,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 등 스포츠 행사에서도 <Imagine>은 자주 등장한다. 

  시간이 지나 사람들의 가치관이 변하면서 <Imagine>에 대한 다른 평가도 나오고 있다. 무소유를 주장한 레논이 사실은 억만장자였다는 점에서 나오는 비판이다. 사실 이는 과거에도 종종 나왔던 비판으로 펑크 음악가 엘비스 코스텔로는 1991년 싱글 <The Other Side of Summer>에서 “소유가 없는 세상을 상상해보라던 사람은 백만장자가 아니었나?”라고 일갈했다. 멀리 갈 것 없이 국내에도 비슷한 사례는 많다. 부동산으로 돈 벌 수 없는 세상을 원한다는 유시민 작가는 수년 전 강남으로 이사했고, 굳이 개천의 용이 될 필요가 없는 세상을 원한다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자녀 입시에 보통 사람은 할 수도 없는 편법을 썼던 것이 떠오른다. 조국 전 장관은 과거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 자녀의 장학금 수령을 비판했지만 본인 자녀는 장학금을 수령했고, 검사장의 관용차랑 제도를 폐지하자면서 본인은 장관 시절 휴일에 관용차량을 사용하기도 했다.

 
 

  이어진 레논의 1972년 앨범 《Some Time in New York City》는 그야말로 미국 정부에 대한 도전이었다. 존 싱클레어 석방을 요구하는 <John Sinclair>, 아티카 교도소 폭동 사건을 다룬 <Attica State>와 <Angela> 등은 대놓고 미국의 현실을 꼬집는 곡들이다. 아티카 교도소 폭동 사건이란 정치범들을 중심으로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던 죄수들이 교도관들을 인질로 잡고 ‘일주일에 한 번 샤워를 하게 해달라’는 등 28가지 사항을 요구한 사건이다. 넬슨 록펠러 당시 뉴욕 주지사는 협상을 거부하고 진압에 나섰으며 이로 인해 교도관 10명을 포함해 43명이 사망했다. 

  이밖에 여성 인권을 다룬 <Woman Is the Nigger of the World>, 민간인을 상대로 발포해 논란이 된 아일랜드를 다룬 <Sunday Bloody Sunday>와 <The Luck of The Irish>도 주목을 받았다. 

 
 

  레논은 이처럼 정치적인 노래를 부르는 한편 각종 시위대를 찾아 크고 작은 공연을 열었다. 미국 정부는 레논을 위험인물로 분류하며 예의주시했다. 그렇지만 시위 현장을 방문했다는 이유로 벌을 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대신 미국 정부는 레논의 비자 갱신을 거부하는 방법으로 그를 추방하려 했다. 비자 갱신 거부의 직접적인 이유는 레논이 과거 대마를 소지했다가 발각된 전력이 있다는 것이었다. 당연히 레논은 항의했지만 미국 정부는 1973년 3월 존에게 60일 내 미국을 떠날 것을 명령했다. 

  레논에게 천운이 따랐는지 1973년 5월 워터게이트 청문회가 열리면서 레논에 대한 미국 정부의 감시망은 느슨해졌다. 워터게이트 사건이란 1972년 재선을 노리던 닉슨 대통령 측이 워싱턴 워터게이트빌딩에 있는 민주당 사무실에 도청장치를 설치하다가 발각된 사건이다. 사건의 여파로 닉슨은 1974년 대통령 자리에서 사임해야만 했다. 후임 미국 대통령인 제럴드 포드 정부 체제인 1975년, 드디어 미국은 레논의 추방 명령을 취소했다. 

  미국 체류를 희망한 레논이었지만 사실 그는 국가의 개념이 없는 세상을 원했다. 1973년 4월 2일, 레논과 요코는 뉴욕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뉴토피아’라는 신개념 국가를 소개했다. 만우절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레논의 이상향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당시 레논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신개념 국가 뉴토피아의 탄생을 선언합니다. 당신이 뉴토피아에 대해 안다면 이 국가의 시민권을 얻을 수 있습니다. 뉴토피아에는 땅, 국경, 여권이 없고 사람만 있습니다. 뉴토피아에는 법이 없습니다. 뉴토피아의 모든 사람들은 국가의 대사입니다. 저와 요코는 뉴토피아의 대사로서 UN에 외교관의 권리와 면책특권을 요구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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