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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M Sep 13. 2021

[반항의 대중음악가] 데이브 머스테인③

스래시 메탈의 부흥…반전 운동에 온 힘을!

  《Peace Sells… but Who's Buying?》로 성공을 거둔 메가데스는 곧바로 다음 앨범 작업에 착수해 1988년 앨범 《So Far, So Good… So What!》을 발매했다. 머스테인은 앨범 곡 대부분을 작곡한 건 물론이고 프로듀싱까지 맡으면서 앨범 제작을 주도했다. 이 때문인지 앨범은 머스테인의 개인적 경험과 사상이 진하게 녹아있다. 일례로 <In My Darkest Hour>는 1986년 교통사고로 사망한 메탈리카 베이시스트 클리프 버튼 추모곡이고, <Liar>는 메가데스를 탈퇴한 폴랜드를 비판하는 곡이다. 당시 폴랜드는 마약 구매를 위해 메가데스의 장비를 빼돌려 팔아먹었다는 의혹을 받았다. 

  그런가 하면 섹스피스톨즈의 인기곡 <Anarchy in the U.K.>를 커버하기도 했다. <Anarchy in the U.K.>는 영국 정부를 비판하면서 아나키스트를 추구하는 곡으로 영국 펑크의 상징으로 꼽힌다. 메가데스도 정부에 대한 불만이 컸지만 미국 밴드인 메가데스가 영국을 굳이 비판할 이유는 없었다. 이에 U.K. 부분을 U.S.A.로 가사를 바꿔 불러 미국 시장을 겨냥했지만 원곡이 영국이었던 탓인지 곡의 인기는 영국에서 더 높은 편이었다. 

  머스테인의 사상이 드러난 또 다른 곡은 <Set the World Afire>다. 1980년대 후반 공산권 국가들이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했지만 아직은 미국과 소련의 양강구도가 깨지기 전이었다. 두 국가는 핵개발 경쟁에 한창이었고, 만일 전쟁이 일어난다면 핵전쟁이 일어날게 뻔한 상황이었다. 머스테인은 <Set the World Afire>를 통해 핵전쟁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보여주려 했다. 《So Far, So Good… So What!》의 앨범 커버도 해골이 군복을 입고 총을 들고 있는 전쟁을 연상케 하는 그림이었다. 여담으로 <Set the World Afire>의 가사는 머스테인이 메탈리카에서 해고된 날 울면서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전성기 메가데스의 앨범에는 평화를 외치는 곡이 적어도 한 개 이상 있었다. 그만큼 머스테인은 평화를 중요시하는 인물이었고, 때로는 이를 의무로 받아들였다. 머스테인은 1986년 10월 『Los Angeles Times』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정치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 있다. 나는 판에 박힌 멍청한 헤비메탈 키즈가 아니다. 밴드는 음악에만 몰두하지 말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알아야만 한다”고 말했다. 

 
 

 ‘빨간 불빛과 구름이 아침 하늘을 숨 막히게 하고 있어. 그들은 그런 날이 오지 않을 거라고 했지만 우리는 그게 거짓말이라는 걸 알지. 모든 형태의 생명은 죽었어. 사람들은 모두 굴복했어. 끝이 다가오고 있어. 죽을 준비 해.’ - <Set the World Afire> 

 
 

  《So Far, So Good… So What!》은 전작 《Peace Sells… but Who's Buying?》 못지않은 판매량과 인기를 얻었다. 몸값이 높아진 메가데스는 1988년 8월 영국 『Monsters of Rock』 페스티벌 무대에 오르는 등 메탈리카의 아류밴드에서 메탈리카의 자리를 위협하는 밴드로 성장했다. 1988년 메가데스와 함께 『Monsters of Rock』에 참여한 음악가를 살펴보면 건스 앤 로지스, 키스, 아이언 메이든, 데이비드 리 로스 등 세계적인 메탈 음악가들이었다.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머스테인의 평화 메시지도 더욱 빛을 보였다. 1988년, 메가데스의 북아일랜드 공연에서 머스테인은 돌연 “아일랜드를 아일랜드인들에게 돌려주라. 이번 곡은 The Cause에게 바친다”고 말했다. The Cause는 아일랜드 무장 단체 IRA를 뜻하는 단어였다. 관객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지만 메가데스는 주저하지 않고 <Anarchy in the U.K.>를 연주했다. 머스테인은 훗날 술에 취한 나머지 자신도 모르게 그런 말을 했다고 밝혔지만 이유야 어쨌든 공연 다음날 온갖 협박을 받아야 했다.  


  메가데스의 1990년 앨범 《Rust in Peace》는 머스테인의 사상, 개인사, 고뇌 등을 담아내면서 말 그대로 머스테인의 모든 것을 표현했다. 일례로 <Rust in Peace… Polaris> <Take No Prisoners> <Holy Wars… The Punishment Due> 등은 전쟁에 대한 참상을 표현한 곡들이다. 그런가 하면 <Dawn Patrol>처럼 환경오염을 경고하는 곡도 있었다. 머스테인은 <Dawn Patrol>에서 “온실효과로 인해 환경이 망가지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웃는 것뿐이다. 마치 우리의 묘비명을 읽듯”이라고 경고했다. 

  <Hangar 18>은 외계인을 다룬 다소 엉뚱한 곡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는 외계인 존재 가능성에 대해 크고 작은 토론이 끊이지 않았다. 심지어 미국 정보기관에서 외계인과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는 음모론까지 돌았다. <Hangar 18>은 바로 이 음모론을 다뤘는데 그간 머스테인이 보여준 행동이나 성향으로 봐서는 뜬금없는 곡이었다.  

  곡의 내용이야 어떻든 <Hangar 18> 뮤직비디오는 매우 훌륭한 평가를 받았다. 비밀기지 안에서 외계인과 지구인이 각종 연구를 하는 모습과 메가데스의 연주 장면을 조화롭게 배치한 게 특징이다. <Hangar 18>은 1991년 싱글로 발매된 후 1992년 그래미상 최고의 메탈 퍼포먼스상 후보에도 올랐지만 아쉽게도 메탈리카에 밀려 수상에는 실패했다. 

  사회적으로는 북아일랜드를 다룬 곡 <Holy Wars… The Punishment Due>가 반항을 일으켰다. 1988년 북아일랜드 공연에서 알 수 있듯 머스테인은 이전부터 북아일랜드 문제에 큰 관심을 갖고 있었다. 스래시 메탈이 기본적으로 저항 정신이 부각되는 장르긴 하지만 《Rust in Peace》 덕에 메가데스는 그 중에서도 돋보이는 음악가가 될 수 있었다.  

  이어진 앨범 《Countdown to Extinction》과 《Youthanasia》도 핵전쟁, 환경오염 문제, 동물보호 등을 다루면서 메가데스의 정체성을 확고히 했다. <Countdown to Extinction>은 미국동물애호협회(HSUS)로부터 도리스 데이 음악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메탈 음악가도 포크 음악가나 펑크 음악가처럼 얼마든지 사회운동에 참여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특정 마니아가 즐겼던 스래시 메탈이 일반 대중들에게 환호를 받기 시작한 것도 메가데스가 인기를 얻은 후부터다. 《Countdown to Extinction》은 빌보드 차트 2위, 《Youthanasia》은 4위에 오르며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다만 스래시 메탈 팬들 사이에서는 《Rust in Peace》가 더 높은 평가를 받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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