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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M May 19. 2021

[반항의 대중음악가] 짐 모리슨①

히피의 상징, 따라갈 수 없는 반항아

  1967년 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필모어 오디토리엄에서 공연이 열렸다. 이날 공연의 시작은 R&B 그룹 영 래스컬스가 장식했고, 이어 사이키델릭 그룹 소프위드 카멜의 연주가 이어졌다. 세 번째 무대에는 도어즈라는 그룹이 등장했다. 도어즈는 막 첫 앨범 《The Doors》와 첫 싱글 <Break on Through (To the Other Side)>를 발매한 신인 그룹이었다. 당시 공연 마지막 순서는 가장 급이 떨어지는 음악가가 나오는 게 일반적인 관례였다. 

  그러나 이날 가장 관심을 끌었던 그룹은 단연 도어즈였다. 도어즈는 첫 곡으로 <Break on Through (To the Other Side)>를 연주해 관객을 사로잡았고, <Light My Fire>라는 곡으로 관객들을 홀려버렸다. 공연이 끝나자마자 도어즈에 대한 소문은 샌프란시스코뿐 아니라 다른 도시에까지 순식간에 퍼졌다. 일주일 후 필모어 오디토리엄은 다시 도어즈를 초대했다. 이번에도 도어즈는 그레이트풀 데드, 주니어 웰스 시카고 블루스 밴드에 이어 세 번째 순서였다. 그레이트풀 데드는 당시 큰 인기를 구사하던 사이키델릭 그룹이었지만 이날도 최고의 인기는 도어즈의 차지였다. 

  도어즈의 음악은 기타리스트 로비 크리거와 키보디스트 레이 만자렉의 몽환적인 연주 그리고 보컬 짐 모리슨의 독특한 창법이 섞인 사이키델릭 음악이었다. 1960년대 중후반은 사이키델릭 음악이 대세였던 시기로 비틀즈, 롤링 스톤즈, 비치 보이즈 등 당대 최고의 음악가들도 사이키델릭을 연주했다. 도어즈는 차트 성적으로 이들을 이기지는 못했지만 모리슨의 반항끼만큼은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었다. 지금도 1960년대 후반 최고의 반항아를 꼽으라면 적지 않은 사람들이 모리슨을 택한다. 

 
 

  데뷔 전 모리슨은 시를 좋아하던 대학생이었지만 어렸을 때부터 술을 마시며 온갖 말썽을 부리는 등 평범한 학생은 아니었다. 그는 1962년 세인트 피터스버그 주니어 칼리지에 입학해 1963년 플로리다주립대학에 편입했다. 1964년에는 평소 동경했던 영화를 공부하기 위해 캘리포니아대학교 로스앤젤레스캠퍼스(UCLA)로 다시 적을 옮겼다. 그는 UCLA에서 평생을 함께할 친구 만자렉을 만나 밴드를 조직했고, 이후 만자렉이 드러머 존 덴스모어와 크리거를 영입해 지금의 도어즈가 만들어졌다. 

  여느 밴드가 그렇듯 도어즈도 처음에는 동네 클럽을 전전하며 공연했다. 클럽 사장들은 이들의 노골적인 가사와 외설적인 행동에 사고가 터지지 않을까 늘 불안해했지만 관객들은 도어즈의 모습에 넋을 잃었다. 이를 눈여겨본 일렉트라 레코드가 도어즈와 정식 계약을 맺었고, 첫 앨범 《The Doors》가 발매됐다. 앨범 홍보 과정에서 모리슨이 작성한 소개글은 그와 도어즈의 정체성을 잘 드러낸다. 

  “저는 혁명, 무질서, 혼란에 흥미를 느낍니다. 특히 무의미한 것처럼 보이는 행동에 관심이 많습니다. 제가 자유를 향한 길에 서있는 것 같거든요. 외부의 혁명은 내부의 자유를 가져다주는 길입니다” 

  1960년대 중반 젊은이들이 기성세대에 반항하는 건 일종의 유행이었다. 그 당시 히피들은 평화를 외치는 한편 온갖 마약을 해대면서 자유분방한 삶을 즐겼다. 모리슨은 히피 정신을 충실히 따르는 인물이었고 히피들도 그런 모리슨을 동경했다. 반면 기성세대들은 도를 넘은 모리슨의 행동을 못마땅하게 여겼다. 도어즈의 가사만 봐도 당시 기성세대들의 마음을 짐작할 수 있을 듯하다. 

 
 

 ‘킬러는 새벽이 오기 전에 일어났어. 그는 부츠를 신고 고대 미술관으로부터 고개를 돌렸어. 그리고 복도 아래로 걸어 내려갔어. 그의 여동생이 사는 방 안으로 들어갔고, 그의 남동생을 만났어. 그리고 복도 아래로 걸어 내려갔어. 문 앞에서 안을 쳐다봤어. 아버지? 그래 아들아. 나는 당신을 죽이고 싶어요. 어머니? 나는 당신과 관계를 맺고 싶어요.’ -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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