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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M Feb 04. 2022

[반항의 대중음악가] 마이클 스타이프③

밑바닥에서 시작해 얼터너티브 록의 상징적 밴드로 우뚝

  R.E.M.은 잠시의 휴식기를 거친 후인 1991년 《Out of Time》을 내놓는다. 마침 헤비메탈의 인기가 떨어지고, 얼터너티브 록이 대세로 떠오르면서 R.E.M.도 최전성기를 맞는다. 《Out of Time》은 R.E.M. 앨범 최초로 빌보드 1위를 차지했고, 세계적으로 1000만 장 이상 팔리는 대성공을 거뒀다. 이밖에 그래미상 최고의 얼터너티브 록 앨범상, 『Q Magazine』가 선정한 올해의 앨범상 등 각종 상도 휩쓸었다. 바이올린, 호른, 만돌린 등의 악기를 사용해 기존 록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이색적인 사운드를 내고, 어쿠스틱 기타를 통해 조용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등 음악적으로도 진화된 모습을 보였다. 

  《Out of Time》은 상업적으로 성공했지만 R.E.M. 특유의 냉소적인 사회 비판적 가사는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사회의 밝은 면을 묘사하거나 개인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데 주력했다. 스타이프를 비롯한 R.E.M. 멤버들이 오랜 밴드 생활로 지쳐있기 때문이었다. 밀스는 훗날 “당시 우리의 커리어가 너무 완만했기에 인생을 바꿀만한 이벤트가 거의 없었다”고 회고했다. 

  아무튼 R.E.M.은 《Out of Time》에 이어 1992년 발매한 《Automatic for the People》으로 다시 한 번 세상의 주목을 받았다. 《Out of Time》과 같은 서정적인 분위기를 묘사했지만 이번에는 사회 비판 메시지도 곳곳에 담았다. 영국 차트 1위, 빌보드 차트 2위를 거두는 등 대중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었고, 『New Musical Express』가 선정한 올해의 앨범상, 『Q Magazine』가 선정한 올해의 앨범상 등을 수상하면서 비평가들에게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스타이프 개인적으로도 환경, 인권 등 사회문제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했다. 환경단체에 기금을 전달하는가 하면 공연장에서도 환경 문제를 자주 언급했다. 1991년 『MTV』 비디오 음악 시상식에서는 여러 장의 티셔츠를 가져왔다. 각 티셔츠에는 환경 문제를 의미하는 ‘우림’ 인권 문제를 뜻하는 ‘사랑은 인종을 모른다’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세계적인 동물보호단체 PETA와도 각종 캠페인을 벌일 정도였다. 

 
 

 ‘이 잡것들은 수년간 미국과 싸운 희생자들의 힘을 빼앗았어. 모든 도덕과 진실을 부숴버렸어. 사회 민주주의를 최악의 구렁텅이로 넣어버리고 벼랑 끝에서 잃어버린 양은 수영장으로 흘려버렸어.’ - <Ignoreland> 

 
 

  1994년 너바나의 커트 코베인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 얼터너티브 록에도 일대 변화가 발생했다. 너바나가 사실상 해체되면서 얼터너티브 록의 중심도 그런지에서 펑크와 브릿팝으로 넘어갔다. 얼터너티브 록은 펑크의 단순한 코드와 사회 비판적인 태도를 계승한 장르지만 1990년대 네오 펑크는 얼터너티브 록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네오 펑크는 기존 펑크에 팝적인 요소를 가미한 것이 특징으로 대중적인 인기가 상당히 높았다. 

  R.E.M.은 반대로 펑크에서 그런지로의 변화를 시도했다. 이전까지 R.E.M.은 포크 같은 장르에 도전한 적도 있었지만 음악의 기초는 어디까지나 펑크에 있었다. 그러나 R.E.M.의 1994년 앨범 《Monster》는 펑크도 아니고, 가끔 시도했던 포크도 아닌 누가 뭐래도 그런지 스타일의 음악이었다. 앨범 곳곳에는 코베인을 추모하는 듯한 메시지도 보인다. 특히 <Let Me In>에서 “나는 그저 너의 속삭임을 들을 수라도 있으면 좋겠어”라며 안타까워했다. 

  R.E.M.에게 있어 《Monster》는 새로운 시도였지만 빌보드 차트와 영국 차트 모두 1위에 오르면서 대중들에게 인정받았다. 그런지의 또 다른 거장 펄 잼의 1994년 앨범 《Vitalogy》도 빌보드 1위에 오르는 등 적어도 1994년까지는 그런지가 대세였던 것이다.  

  문제는 다른 곳에서 찾아왔다. 1995년 R.E.M.의 스위스 공연에서 베리가 갑자기 쓰러진 것이다. 베리는 뇌동맥류 진단을 받았고, 다행히 치료는 무사히 끝났지만 정상적인 음악 활동은 하지 못해 결국 1997년 R.E.M.을 탈퇴했다. 한편 밀스도 1995년 장관유착 치료를 위해 복부 수술을 했고, 스타이프는 탈장 치료를 받는 등 한동안 R.E.M. 멤버들은 건강 문제로 고생했다. 이들이 휴식을 취하는 사이 록의 주류는 네오 펑크와 브릿팝이 양분했고, 그런지의 존재감은 희미해졌다. 그나마 1996년 앨범 《New Adventures in Hi-Fi》와 1998년 앨범 《Up》은 각각 빌보드 차트 2위, 3위에 오르면서 체면치레는 했지만 2001년 앨범 《Reveal》은 빌보드 차트 6위라는 R.E.M.에게 어울리지 않는 성적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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