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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M May 19. 2021

[반항의 대중음악가] 짐 모리슨③

히피의 상징, 따라갈 수 없는 반항아

  1968년 전후로 모리슨은 공연 현장에서 반전 메시지를 강조하기 시작했다. 강조라기보다 관객들이 반전을 외치도록 선동했다는 것이 옳은 표현일 수도 있다. 그가 반전 문구를 외치면 관객들은 그대로 따라했고, 그가 무대에서 구르면 관객들은 각자 자기들의 자리에서 굴러댔다. 특정 마니아들만 모리슨을 따른 것도 아니었다. 1968년 6월 발매된 싱글 <Hello, I Love You>와 7월 발매된 앨범 《Waiting for the Sun》은 빌보드 차트 1위를 기록하는 등 대중적 인기도 정상급이었다. 특히 《Waiting for the Sun》은 선주문만 50만 장을 기록할 정도였다. 

  도어즈의 공연은 하나하나가 이야깃거리로 남는다. 1968년 8월 뉴욕 싱어 볼 공연에서는 관객들이 단체로 무대 위에 난입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들이 제지하자 이번에는 무대 아래 관객들이 의자를 집어던졌다. 소동은 한 시간 넘게 이어졌고 결국 공연은 중단됐다. 이날 병원에 실려 간 사람만 수백 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해 9월에는 암스테르담 공연이 잡혀있었다. 네덜란드에 오기 전, 모리슨은 독일 팬으로부터 해시시(인도산 대마초로 만든 마약)를 선물로 받았다. 하지만 해시시를 들고 입국하면 세관 절차가 복잡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모리슨은 입국 직전에 해시시를 죄다 먹어버렸다. 그런데 네덜란드에 입국한 후에도 팬들이 모리슨에게 해시시를 가져다줬고, 안 그래도 술과 약물에 취한 모리슨은 기절 직전까지 갔다. 

  공연 첫 무대는 제퍼슨 에어플레인이 장식했다. 이때 사물을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취한 모리슨은 밴드를 구분하지 못하고 제퍼슨 에어플레인 무대에 올라가버렸다. 그는 무대에서 알 수 없는 몇 마디를 지껄인 후 쓰러져버렸다. 

  그해 11월 미국투어는 더 가관이었다. 관객들은 이날 공연에서 도어즈가 평소 보다 블루스 곡을 많이 부른다는 이유로 물건을 집어던졌다. 매 공연마다 부상자가 발생한 건 물론이고 적지 않은 관객들이 체포되는 등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다. 모리슨은 평화를 외쳤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공연에서는 폭력이 난무하고 있었다.  

  광기의 절정은 1969년 3월 마이애미 공연이었다. 이날 모리슨은 무슨 생각이었는지 간단하지만 가볍지 않은 이야기를 해댔다. 모리슨은 무대 위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물론 만취한 상태에서 한 이야기였다. 

  “나는 혁명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야. 시위를 이야기하는 것도 아니야. 즐겁게 노는 걸 이야기하는 거야. 춤추고 이웃을 사랑하라는 거야. 사랑, 사랑,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어. 네 빌어먹을 친구를 잡고 사랑하라고” 

  이 말을 외친 후 모리슨은 셔츠를 벗어 관객들에게 집어던졌다. 만자렉은 <Touch Me>를 부르려고 했지만 모리슨은 그 누구의 말도 듣지 않았다. 모리슨은 욕을 하더니 별안간 허리띠를 풀기 시작했다. 사태를 파악한 경찰들이 무대 위로 올라갔지만 이미 모리슨은 바지를 벗어버린 상태였다. 다만 향간에 알려진 무대 위 자위행위는 실제로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여하튼 마이애미 공연 후 모리슨은 외설행위, 성기노출, 만취, 모독 등의 죄목으로 기소됐다. 

  모리슨 개인은 5만 달러를 내고 보석으로 풀려났지만 이날 이후 도어즈에게 급격한 변화가 생겼다. 공연 프로모터들은 도어즈의 공연을 취소했고, 라디오에서도 도어즈의 음악을 빼기 시작했다. 모리슨에 우호적이었던 언론도 등을 돌렸다. 보통 사람이면 반성하거나 당황할 법도 하지만 이때 모리슨은 개인적 삶을 즐겼다. 평소 시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시집『The Lords』와 『The New Creatures』를 출판했다.  

  1969년 7월 도어즈는 앨범 《The Soft Parade》를 발매했지만 모리슨의 관심은 온통 시에만 쏠려있었고 이전처럼 앨범 작업에 열심히 참여하지도 않았다. 물론 모리슨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The Soft Parade》는 빌보드 차트 6위에 오르는 괜찮은 성적을 거뒀고, 싱글로 발매된 <Touch Me>는 빌보드 3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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