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황하는 20대 끝자락
예전부터 내 책상 앞엔 뉴욕 풍경 사진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뉴욕’ 단어만 들어도 내 가슴이 뛰었고, 도시에 대한 환상과 꿈들로 나를 행복하게 만들었다. 그 당시 김리연 간호사님의 책을 읽으면서 더욱더 뉴욕 간호사에 대한 꿈을 꾸었다.
그리고 그 꿈은 단순한 동경으로만 끝나지 않았다. 나는 점점 더 ‘나도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기 시작했고, 작은 준비들을 하나씩 해 나갔다. 영어 공부, 정보 찾기, 그리고 나 자신을 믿는 연습까지.
나는 원래 여러 가지를 동시에 잘 해내는 사람이 아니다. 그래서 과감히 퇴사를 선택했고, 오직 엔클렉스(NCLEX) 공부에만 매진했다. 다행히 한 번에 합격할 수 있었고, 그 경험은 내게 큰 자신감을 주었다. 그 후 영어 공부를 위해 캐나다로 오게 되었고, 이곳에서 지금의 소중한 남자친구도 만났다.
그러자 새로운 꿈이 생겨버렸다. 이제는 뉴욕보다도, 나만의 가정을 꾸리고 소소한 행복을 누리며 살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거의 다 와 있던 뉴욕 간호사의 꿈을 포기하고 싶지 않은 마음도 여전히 내 안에 자리 잡고 있었다. 캐나다에서 아이를 낳고 가정을 이루고 싶은 바람과, 미국에서 간호사로서 커리어를 펼치고 싶은 열망이 공존하며 부딪쳤다.
분명 행복한 고민이었지만, 동시에 내 인생의 방향을 완전히 바꿔 놓을 수 있는 중요한 선택이었기에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없었다. 부모님은 언제나 그렇듯 “네가 행복하다면 어떤 길이든 좋다”라며 내 편이 되어주셨다. 그러나 주변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하면 대부분은 미국을 권했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 인생인데, 왜 내가 원하는 대로 살지 못할까?’
나는 꿈을 포기한 게 아니었다. 다만 꿈을 향해 달려가던 도중 새로운 길을 만났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 길을 택한다고 해서 누가 나를 비난하거나 말릴 자격이 있을까?
나는 이제 정말로 ‘행복해지고 싶다’고 결심했다. 지금의 내가 불행해서가 아니라, 남의 시선과 조언에 휘둘리지 않고 오롯이 내 삶을 살기로 한 것이다. 누군가는 내가 바보 같다고 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내가 행복하다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
그날 이후로 나는 작은 것들에서 기쁨을 찾기 시작했다. 사진 속 뉴욕도, 간호사의 커리어도 여전히 내 안에 있지만, 지금 손에 쥔 사랑과 평온이 먼저라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결국 나는 누군가의 기준이 아니라, 오직 나의 행복을 기준으로 선택했다. 그리고 이제는 그 선택의 무게마저 온전히 즐기며 살아간다.
예전의 나는 악착같이 위로 올라가야만 한다고 믿었지만, 지금의 나는 소소한 행복을 누릴 줄 안다. 요즘 나의 작은 기쁨은 발코니에 나가 캠핑 의자에 앉아 책을 읽는 것이다. 솔솔 부는 바람과 푸릇푸릇한 캐나다의 풍경은 나를 한층 더 행복하게 만들어준다. 그리고 매일 이렇게 속삭여준다.
“네가 내린 선택은 틀리지 않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