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전 8기

영어 못하는 간호사

by 헬로벨라

내 이력만 보면 사람들은 내가 영어를 엄청 잘하는 줄 안다. 미국 간호사 시험을 한 번에 붙고, 캐나다에서 간호사로 일하고 있으니 당연히 영어도 술술 나올 거라 생각하는 거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다르다. 가까운 내 동생만 해도 “내가 너보다 영어 더 잘한다”라며 비꼬곤 한다. 웃긴 건, 그 말이 사실이라는 점이다.


동생은 외국인들과 이야기할 때 부끄러움이 없다. 틀리든 말든 그냥 부딪혀 나가는 스타일이다. 반면 나는 늘 창피를 당할까, 실수할까 두려워서 말문조차 열지 못했다. 간호사로서는 당당했지만, 영어 앞에서는 겁부터 먹는 소심한 사람이 되어버렸다.


그래도 내 장점이라면 제목처럼 바로 ‘7전 8기’다. 미국 간호사 비자스크린 과정에서 영어 시험이 필요했는데, 나는 PTE라는 시험에서 무려 7번이나 떨어졌다. 그리고 8번째 도전 끝에 드디어 합격할 수 있었다. 덕분에 비자스크린도 마감 일주일을 앞두고 겨우 완료할 수 있었다.


캐나다 간호사로 일하면서 벌써 네 번은 무너진 것 같은 경험을 했다. 영어가 서툰 나를 바라보던 코워커들의 눈빛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차지널스가 질문을 던졌을 때 대답조차 하지 못했던 순간, 그 자리에서 스스로가 너무나도 창피했다. 무엇보다도 주변 간호사들이 나를 어떻게 바라볼지 의식하는 그 시선이 숨을 턱턱 막히게 했다.


결국 나는 의사소통 문제 때문에 오리엔테이션만 두 달이 넘게 받았다. 주변에서 “너 언제까지 오티 하냐”는 말을 들을 때마다 고개를 들기 힘들었고, 스스로도 ‘이제 혼자서도 할 수 있는데…’라는 생각과 함께 자신감이 뚝뚝 떨어졌다. 사실 한국어로라면 누구보다 능숙하게 할 수 있는데, 영어 앞에서는 늘 주눅 들어야 했다. 그 속에서 나 혼자 참 많이 애쓰며 버텼다.



그러다 우연히 내 상황과 비슷한 한 블로그 글을 발견했다. 정확한 기억은 가물가물하지만, 그 선생님도 미국에 처음 갔을 때 언어 문제로 오리엔테이션을 두 달이나 받았다고 했다. 그 글은 5~6년 전에 쓰여 있었고, 최근에 찾아보니 지금은 미국 시민권자가 되어 잘 살고 계셨다. 그분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비로소 깨달았다. 그냥 버티는 사람이 결국 이긴다는 것. 그리고 도전하는 사람에게 눈물과 고통 없는 버티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까지.


오리엔테이션을 하면서 정말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부족한 내 영어실력을 보고 학생간호사냐고 물어보시는 환자도 있었고, 내가 ‘인터내셔널 널스’라고 답하면 “웰컴 투 캐나다!”라며 반겨주시는 환자들도 있었다. 심지어 너무 고맙다며 안아주시는 분도 계셨다.


스웨덴에서 온 할아버지 환자는, 내가 데이 마지막 날 인사하러 가자 내 손등에 뽀뽀를 해주셨다.


영어가 서툴러도 진심은 통한다는 사실에, 나는 정말 안도하고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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