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의 실체

절도죄 보다 사기죄의 형량이 조금 더 높은 이유.

by 서이든

절도죄보다 사기죄의 형량이 조금 더 높은 이유는 단순한 재산 피해 때문이 아니다.
거기에는 인격 모독이 더해지고, 인간의 존엄성이 훼손되기 때문이다.
절도를 당하면 보통 ‘내가 잘못했다’는 자책은 없다. 하지만 사기를 당하면 “내가 부족해서 당했구나, 내가 멍청했구나”와 같은 자기 비난으로 방향이 바뀐다. 가해자의 잘못이 피해자의 자책으로 전가되는 것이다.


나는 외도와 불륜도 사기, 성범죄와 모두 같은 범주에 놓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맞이하는 파괴이기 때문이다.


왜 배신당한 사람은 제정신을 잃고, 배신자는 멀쩡하게 살아갈까?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외도는 그냥 부부 문제야.”
“이혼하면 서로 자유 아니야?”
“배신한 사람도 사연이 있었겠지.”

하지만 나는 안다. 배신의 실체는 그런 가벼운 말로 설명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배신은 한 사람의 세계를 무너뜨리는 사건이다.
그리고 그 세계가 무너질 때, 피해자는 단순히 마음에 상처를 입는 것이 아니라 현실감각 자체가 찢겨 나간다.


방금 나는 배신을 당한 사람을 “피해자”라고 표현했다.
내가 왜 배신에 의한 이혼을 가해자와 피해자로 설명하는지, 이제부터 이야기해 보려 한다.


외도란 결혼을 한 상태에서 상대방 몰래 또 다른 이성 파트너를 만드는 행위다.
그 과정이 어떻든, 상대방이 모르게 숨기고 뒤에서 벌어진 일이기 때문에 배신은 명백하다.
그리고 그 배신은 단순한 상처의 수준이 아니라 한 사람의 세계를 붕괴시키는 폭력이다.


그렇다면 ‘세계가 붕괴된다’는 것은 무엇일까.
내 설명이, 한 사람을 배신하는 행위가 얼마나 파괴적이며 얼마나 큰 죄가 될 수 있는지 전달되길 바란다.


사람의 세계란 무엇인가


우리가 “사람의 세계”라고 말할 때 그것은 거창한 철학이 아니다.
그 사람이 믿고 살아온 삶의 지도, 즉 마음속에 그려져 있는 작은 세계를 말한다.

그 세계 안에는 이런 것들이 있다.


나는 어떤 사람인지

어떤 관계를 믿고 있는지

누가 내 편인지

누가 우리 아이들의 편인지

어떤 미래를 기대하고 있는지

내가 살아가는 하루의 질서가 어떤지

무엇이 안전하고 무엇이 위험한지


이 모든 것이 합쳐져서 한 사람의 ‘세계(World)’가 된다.
쉽게 말하면, 한 사람이 지금까지 삶을 바라보는 큰 그림이며 ‘내가 믿고 있는 삶의 틀’이다.

그렇다면, 이 세계는 왜 그렇게 중요할까?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감정의 바탕에는 “내 세계는 안전하다”라는 믿음이 있다. 예를 들면:

남편은 나와 우리 아이들의 편이다.

가정은 안전한 공간이다.

이 사람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우리는 같은 방향을 보고 있다.

나와 아이들은 보호받고 있다.

이 관계는 오래 갈 것이다.


이런 믿음이 모여 “내 삶은 괜찮아, 안전해”라는 감각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이 전체가 바로 “내 세계”다.


배신은 왜 ‘세계 붕괴’인가


외도나 불륜으로 인해 이혼을 결정하게 될 때, 그것은 단순히 “결혼이 끝났다”, “사랑이 끝났다”라는 문제가 아니다.
그 순간은 내 세계 전체가 동시에 무너지는 순간이다.

왜냐하면:

내가 믿었던 관계는 사실이 아니었고

내가 기대하던 미래는 사라지고

안전하다고 믿은 집도 더 이상 안전하지 않고

내 편이라고 믿었던 사람은 사라지고

무엇이 진실인지 알 수 없고

나 자신에 대한 판단까지 흔들리고


이렇게 되면 사람이 제정신을 유지하기가 어렵다.
배신의 고통은 감정보다 ‘세계 붕괴의 충격’이 훨씬 크다.

즉, 배신이 무너뜨리는 것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내가 믿고 의지하던 삶의 토대다.

외도란 사랑이 깨지는 수준이 아니라, 내가 의지하던 현실이 통째로 뒤집히는 경험이다.
배신은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질서를 깨뜨리는 사건이다.


내가 경험한 세계의 붕괴


외도의 충격은 이 정도다.
나는 전남편의 마지막 외도 이후, 내 세계가 완전히 산산조각 나는 그 느낌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마치 내 몸과 마음이 돌로 유리창을 내려쳐 모든 조각이 한꺼번에 쏟아져 내리듯,
힘으로 붙여놓고 버티던 유리창이 테이프와 보드째 함께 부서져 바닥으로 와르르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그 충격을 나는 온몸과 마음, 정신으로 겪었다.


그때 나는 내 의지로는 제어할 수 없는 감정 때문에 정신과를 찾았고, 의사 선생님께 울며 도움을 청했다.
아직도 기억난다. 나는 의사에게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저는 엄마이고, 아이들을 지켜야 하는데 제가 무너져서 아이들을 지키지 못할까 봐 두렵습니다.
저를 도와주세요. 제 몸과 마음이 파편처럼 조각나는 이상한 느낌이 계속 듭니다.
제가 살던 현실이 아닌, 무슨 영화 속 세계에 들어온 것 같은 기분이 자꾸 들어요.
내가 누구인지도 모르겠고, 내가 나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도와주세요. 저는 제 가정을 지켜야 하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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