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배우자에 대한 나의 의견
배우자는 단순한 연인이 아니다.
결혼은 로맨틱한 감정으로 시작할 수 있지만,
그 감정 하나로 지속되지는 않는다.
우리의 결혼 생활이 열정과 로맨스로만 이루어졌다면 얼마나 좋은가. 그러나,,,
우리의 삶은 낭만으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사실 더 많은 시간을
실망, 고통, 실연, 고뇌와 함께 보낸다.
결혼 생활은 함께 가파른 언덕을 오르고,
때로는 급경사의 내리막을 구르며,
서로를 부여잡고 일어서는 동반자와의 여정이다.
그리고 이 여정 속에는 반드시 위기의 순간들이 찾아온다.
그 순간엔 감정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태도와 의지.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세.
끝까지 함께 풀어보겠다는 마음.
함께 다음 단계를 만들겠다는 책임감.
나는 이것을 '능력'이라고 부른다.
즐거울 땐 누구나 낭만적일 수 있다.
하지만 결혼이란, 낭만이 끝난 뒤에도 남는 관계다.
진짜 결혼은
“어떻게 이 위기를 함께 견뎌내는가”에서 결정된다.
나는 15년간의 결혼 생활에서 참 많은 문제들을 겪었다.
애정 표현의 차이
안정적인 삶을 만드는 과정
부부가 동업을 하며 생긴 마찰
반복되는 금전적인 위기
26주에 아이를 잃은 슬픔
일과 육아를 동시에 감당해야 했던 피로
자녀 교육 문제
그리고 지금은 생각이 잘 안 나지만 그 외 수많은 크고 작은 문제들...
그 많은 갈등 속에서
나는 언제나 한 방향을 만들고 싶어 했다.
어떤 결론이든, 서로 책임을 지고
문제를 직면하고
결국 ‘우리’라는 울타리를 지키고 싶었다.
하지만 전 남편은 반복적으로 회피를 선택했다.
작은 문제든, 큰 위기든
그는 문제를 마주하지 않았다.
감정이 쌓이고, 해소되지 않고,
어떤 것도 끝까지 해결되지 않았다.
회피는 쌓이면 무감각이 되고,
무감각은 결국 관계를 죽인다.
나는 외도도 회피의 한 형태라고 생각한다.
현실에서 쌓인 스트레스, 불만족을
해결할 능력이나 용기가 없을 때
사람은 현실을 그대로 둔 채 다른 세계로 도피한다.
그쪽에서 위로받고, 즐거움을 찾는다.
그리고 그 세계에 확신이 들면
기존의 세계를 버리고 옮겨 탄다.
아니면,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돌아온다.
그게 외도의 기본 구조라고 나는 생각한다.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그냥 사라져 버리는 방식.
전 남편도 그랬다.
내가 상간녀를 상대로 소송을 걸자
그는 더 이상 도망칠 공간이 없었다.
그제야 완전히 사라졌다.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말 한마디 없이 가방 하나를 메고
집을 나갔다.
사람들은 말한다.
“아이들을 두고 집을 나가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데.”
하지만 나는 안다.
그게 가장 쉬운 길이었다.
아무것도 해명하지 않아도 되고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아도 되고
그냥 눈앞에서 사라지면
당장 고통은 멈추니까.
어린아이가 잘못을 하고
방 안에 들어가 문을 잠그거나,
그냥 집을 나가버리는 것과 비슷하다.
부모의 입장에선 속이 다 타들어가지만
아이 입장에선 그게 가장 편한 선택이다.
결혼 생활에서도 이런 식의 회피는 반복된다. 회피가 반복되면 무시무시한 일들이 생겨난다.
작은 문제들이 계속 해결되지 않은 채 쌓이는 것이다.
말하지 않은 감정들, 애매한 갈등들,
계속 미뤄놓은 결론들이
서서히 그 결혼이 만든 한 가정을 마비시킨다.
그러니,
좋은 배우자란 누구인가?
그건 로맨틱한 연인이 아니다.
위기의 순간에,
감정이 아니라 태도와 책임감으로 함께 버텨줄 사람.
문제를 마주하는 힘.
그것을 피하지 않고 함께 해결하고자 하는 마음.
그건 상대방에게만 필요한 능력이 아니다.
나에게도 있어야 할 능력이다.
서로가 그런 태도를 갖추고 있을 때
결혼은 비로소 ‘동반자 관계’가 된다.
결혼을 앞둔 이들이여,
또는 지금 고민 중인 이들이여—
그 사람은 문제를 함께 마주할 수 있는 사람인가?
함께 울고, 싸우고, 결정하고,
그리고 끝까지 남아서 수습하는 사람인가?
만약 그 대답이 “아니”라면
그 관계는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