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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장래 Nov 03. 2021

가슴이 일렁입니까, 움직이십시오

일렁거릴 때 나도 함께 일렁거려줘야 일렁거림은 힘을 얻어 다음 물살을 만들 수 있다

살다 보면 가슴이 일렁일 때가 있다.

마치 물결처럼 내 영혼이 위아래로 마구 흔들리며 무언가에 사로잡히는 것이다.


이 기분 좋은 떨림을 묘사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다. 드라마 '멜로가 체질'에서는 이를 이렇게 표현했다.


나 그거 흥미롭던데. 가슴이 폴짝폴짝. 나랑 한번 해 보는 거 어때요, 그거?


나는 일렁이는데, 그 사람은 폴짝이나보다.

누군가는 일렁일렁, 폴짝폴짝. 아마 쿵쾅쿵쾅이나 둥둥- 하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

저마다 자신만의 기분 좋은 떨림 신호들이 있다.




문제는 내 열정이 '우르르 쾅쾅'이 아니고 '일렁일렁'에 불과해서 금방 가라앉고 만다는 데에 있다.

불타오르는 마음으로 산 피아노 연주곡집은 그 두께만큼이나 두터운 먼지가 쌓여있다.

베이스 기타의 앰프 역시 방의 수호신처럼 귀퉁이를 지키고만 있다.

앰프 위에 올려져 있는 종이 뭉치는 서예에 빠졌을 때 준비한 화선지다.


네모로직, 스도쿠, 캔버스에 그림 그리기... 내 일렁임은 슬프게도 그 뜨거움만큼이나 굉장히 가벼운 것이었다.

분명 진심이었는데, 왜 이리도 쉽게 식어버리는지. 

나의 일렁일렁은 충동을 그럴듯하게 포장한 것에 불과한 건 아닌지 고민했다.




끈기 없는 모습에 못마땅해하던 시절도 있었으나 이제는 아니다.

살면서 스스로를 관찰하다 보니 나의 일렁일렁은 꽤나 소중한 것이었다. 혹시 나와 같은 성향으로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면 도움이 되길 바라며 적어본다.





1) 일렁임은 옮겨갈 뿐 사라지지 않는다



일렁임은 쉽게 생기는 만큼 수월하게 다음 자리로 번져간다.

알량한 순간의 충동으로 보일 수 있으나 일렁임의 역사를 훑다 보면 내가 보인다.

중구난방의 일렁임들을 모아놓으면 이 모든 게 '나'라는 하나의 사람을 가리키고 있다.


나는 예술적 영감에 취하는 일을 좋아하고(각종 악기들, 서예나 그림 그리기)

논리적으로 완성되는 결과물을 좋아한다(스도쿠, 네모로직, 퍼즐 등).



쉽게 열정을 느끼는 것이 하고 싶은 일이 없는 것보다 축복임을 이제는 안다.


한 번 나의 일렁거림이 어떻게 움직여가는지 관찰해보자.

일렁거림의 속살거림에 못 이기는 척 넘어가 주자.

그리고 보는 것이다. 나는 어떤 사람인지.


일렁거릴 때 나도 함께 일렁거려줘야 일렁거림은 힘을 얻어 다음 물살을 만들 수 있다.



2) 도전도 습관이다.


행동은 습관을 형성하고, 습관은 성격을 결정한다. 성격은 우리의 운명을 굳힌다. 
-트라이언 에드워즈-


위의 말에 도전을 넣는다면 이렇게 된다.


도전하는 행동은 도전하는 습관을 형성하고, 도전하는 습관은 도전하는 성격을 결정한다.

도전하는 성격은 우리의 도전하는 운명을 굳힌다.


고기는 먹어본 사람이 먹고, 도전도 해본 사람이 한다.

도전의 과정에서 실패한다면 미래의 터무니없는 실패를 막을 수 있다.

우여곡절 끝에 성공한다면 성취의 기쁨을 맛보고 더욱 성장할 수 있다.


어떤 결과든 상관없다.

순간에 충실하게 임해서 후회를 남기지 않는 법을 익힐 테니.



나의 경우 글이 그 좋은 예다.

판타지에 심취하던 시절 멋진 글을 뽑아내겠다며 흥미로운 인물, 배경을 설정해놓고는 재미가 떨어져 그만뒀다.

하지만 그 덕에 현대소설로 눈을 돌렸을 때 어설프게나마 단편 하나를 완성할 수 있었다.

그 경험은 현재 에세이를 완성시키는 데에 톡톡하게 제 몫을 하고 있다.

아마 동화를 쓸 때에는 완결을 넘어서서 교훈과 재미를 잡는 글이 나오지 않을까.




기꺼이 도전하는 습관을 갖자.

피아노 치기도 머뭇거리는 사람이 어느 날 큰 맘을 먹었다고 디지털 앨범을 제작-판매하기는 어려운 법이다.










기름은 몸에 나쁘지만 그렇다고 지방을 아예 섭취하지 않으면 문제가 생긴다.

산소는 호흡에 필요하지만 지구에 산소만 가득했다면 세상은 불바다가 되었을 것이다.

사람이 어떻게 효율성만 추구하고 살겠나.


우리의 행동은 지름길을 놔두고 돌아가는 일이 아니라 둘레길을 돌면서 산책 중일뿐이다.

인생이라는 여행을 하기에 가장 행복한 방법을 알아가는 중이다.




모든 것에 가능성을 열어두고 세상을 마주하는 일이 나는 참 좋다.

가슴이 일렁거리기 시작할 때, 더 이상 이를 외면하거나 억누르지 않는다.

가보련다, 또 어떤 멋진 일이 벌어질는지.


적다 보니 피아노가 치고 싶어 진다. 오랜만에 악보를 펼쳐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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