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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장래 Nov 21. 2021

실패가 뭐에요?

먹는 건가 봅니다

누구에게나 실패의 경험은 있다. 그렇기에 타인의 실패 일화를 들으며 공감하고, 위로를 받는 게 아닐까. 그래, 저렇게 크게 실패했는데도 딛고 일어났잖아, 나도 할 수 있어, 같은 감동 말이다.


나 역시도 그런 감동을 주는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러나 나폴레옹의 사전에는 불가능이, 내 사전에는 실패가 없다. 진심과 머쓱함을 담아 말한다. 나는 실패한 적이 딱히 없다.




서울대 의대에 수석입학하여 현재 병원을 개업하고 돈방석에 오르...지 않았다. 매순간 승승장구하는 삶은 확실히 아니다. 그렇다고 박혁거세나 주몽처럼 날 때부터 특출한 무언가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나는 인생을 아무리 뒤져도 ‘실패’라고 정의내릴 일을 발견하지 못했다.


형광 주황색 잠바와 바지를 세트로 입고 나갔다가 친구들에게 함께 있기 부끄럽다는 한줄평을 들은 적이 있다. 오늘은 이기적인 너를 부숴버리겠다 다짐했지만 결국 말려들기만 하고 씩씩거리며 돌아온 날은 너무 분했다. 수능 답지를 밀려 썼다는 사실을 알아차렸을 때는 어땠던가. 삶의 일부분을 집어 올려 보자면 좀 구렸다 싶은 일들은 있다. 하지만 나는 그 일들이 실패라고 정의 내려지지가 않는 것이다.




총천연색의 옷들을 입어보던 그 시기는 내게 맞는 패션이 무엇인지 찾아가는 시간이었다. 결국 그에게 말싸움은 말싸움대로 지고, 단물만 빨아 먹혔지만 덕분에 나를 지키는 대인관계법을 배웠다. 그 모든 일들이 나를 알아가는 시간이었으며, 성장해가는 과정이었다. 이게 어떻게 실패인가. 경험치를 얼마나 많이 줬는데.               

누군가에게는 너무나 크고 쓰라린 실패들이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다. 사람마다 그 실패는 깊이도 모양도 달라서 함부로 이에 대해 아는 체 하는 것은 교만이다. 그러나 감히 말해본다. 모든 실패란 그저 인생의 일부분이다. 보다 나은 삶을 살아가기 위한, 다소 힘든 실습이다. 우리에게 실패란 없다. 도전의 과정만이 있을 뿐이다.          



요즘 나의 주식 계좌는 파란색으로 뒤덮여 있다. 눈치 챘겠지만 이건 실패가 아니다. 주식에 대한 실전 경력을 쌓으며 경제를 배우는 과정에 불과하다. 삶에는 참 이런저런 이벤트가 많이 터진다. 나는 오늘도 성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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