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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장래 Feb 23. 2022

대충 하는 쟤가 나보다 나아 심란하신가요

심란한 살리에리의 마음 다잡기(2)

지난 글에서는 뭣같은 현실에 대해 이야기했다. 노력한다고 재능 가득한 사람을 따라잡기 어려운 현실 말이다. 두 배로 더 노력한다고 해서 두 배 더 잘하게 되는 기적은 잘 일어나지 않았다. 세상은 그랬다.


왜 세상은 이런 것인가 분노하기도 하고, 나름대로 열심히 했는데 결과가 신통치 않아 좌절한 적도 있다. 그 모든 시기를 지나 현재는 나름의 마음 다잡는 법을 터득했다. 오늘 적을 내용은 노력하였으나 결과는 신통치 못했던 열정인의 깨달음 모음집이다. 나와 비슷한 상황에 처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



첫째, 노력 없이는 누구도 최고가 될 수 없다.

나보다 쉽게 그 일을 해내는 사람이야 많을 수 있다. 그러나 왕위에 오르는 것은 다른 문제다. 적당히 해도 상위권에 드는 사람과 뼈를 깎는 노력 끝에 1등을 차지하는 사람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조금만 해도 어깨가 되던 사람은 고통을 감수해 머리가 되는 과정을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게으른 천재들은 최고가 되지 못한다. '노력만 해주면 될 텐데 그걸 안 하는' 존재까지가 그들의 한계다. 노력 없이 꼭대기에 오르지 못한다는 점에서 우리는 평등하다.



둘째, 현실은 분노로 외면하기보다 받아들이고 노력하는 편이 더 이득이다.

앞서 말한 첫 번째 깨달음은 따지고 보면 되게 구리다. 결국 게으른 천재가 정신을 차리면 나 같은 사람들은 어디에도 낄 자리가 없다는 말이다. 토끼가 낮잠 정도는 자 줘야 거북이가 승리할 수 있다는 뜻인가.

분노가 가라앉으며 깨달은 것은 현실이 그렇다는 사실이었다. 현실의 뜻은 '실제로 존재하는 사실이나 상태'이다. 실제로 존재한다. 투덜거린다고 사라지는 판타지가 아니라. 몇 번 나오지 않았는데도 축구를 쉽게 하는 후배들이 얄밉고 불공평하다 싶은가? 그게 현실이다. 말도 안 된다고 화내고 있을 시간에 기본기 연습이라도 한 번 더 하는 편이 이득이다. 현실이 그렇다는 데 어떡하겠나.



셋째, 부질없어 보이는 땀방울의 대가는 인내의 근육이다.

우리는 모든 일을 대가를 치르고 얻는다. 살면서 많이 생각하는 교훈 중 하나인데 이 이야기를 제대로 풀자면 글을 따로 써야 할 것이다. 예시를 한 개만 들어보겠다. '사람을 겉모습만 보고 믿지 말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을 듣기만 한 사람은 맞는 말이라는데 동의하면서도 그다지 와닿지 않는다. 보이는 대로 사람을 신뢰했다가 그 대가를 치렀을 때, 비로소 사람의 겉모습에 속지 말라는 말은 좋은 격언을 뛰어넘어 삶의 좌우명이 된다.


최선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신통치 않은 결과를 얻는 경험 역시 대가를 치르고 성장하는 과정이다. 숨이 턱까지 차올라 몸이 어딘가 잘못될 것만 같은 상황까지 가본 사람만이 인내의 근육을 기를 수 있다. 우리는 열심, 최선을 우습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최선을 다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사람의 뇌는 간사하다. 해도 안 될 것 같으면 힘을 빼버리는 습성이 있다. 같은 키와 몸무게를 가졌다 해도 모든 사람이 오래 달리기에서 똑같은 성과를 내지는 못한다. 결과는 평소 그 사람이 얼마나 운동을 했는가에 따라 갈릴 것이다.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경험을 할 때마다 인내의 근육은 커져간다. 최선의 폭이 점점 넓어진다. 무언가에 진심을 다했던 경험은 삶의 어딘가에서 빛을 발할 것이다. 당신은 대가를 치렀다.






고등학생 때부터 해오던 축구는 여전히 신통치 않다. 아직도 수비수 하나 제대로 제치지 못할 때, 풋살 경기에서 공이 나에게 오기만 하면 경기 흐름이 끊길 때마다 괴롭다. 여기에 해본 적도 얼마 없다면서 혜성처럼 나타나 풋살장을 휩쓰는 후배가 등장하면 비참함은 배가 된다. 정말이지 축구는 가장 사랑하는 취미인 동시에 가장 자존감을 깎아먹는 존재다.

재능이 부족하다는 사실도, 열심히 해도 메시가 되기는 힘들다는 현실도 안다. 상관없다. 가끔 얼굴을 비추는 가영이가 매주 나오는 나보다 축구를 잘하고, 몇 년째 슈팅을 연습하는데도 공이 형편없이 데굴거림에도 불구하고, 나는 축구를 하고 싶다. 원망하고만 있기에는 시간이 짧다. 오늘도 불평의 한마디 대신 트래핑을 선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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