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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장래 Feb 11. 2022

난 죽어라고 하는 건데 이런 식이면 곤란해

심란한 살리에리의 마음 다잡기(1)

노력이 중요할까, 재능이 중요할까? 노력으로 재능 있는 천재를 이길 수 있을까?

둘의 관계는 많은 이들의 관심사인 동시에 감히 진실을 밝혀서는 안 될 것 같은 인상을 준다.

재능이 성공의 필수이자 유일한 요건이라면 가진 게 노력뿐인 이들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그런 점에서 가영이는 이 외면하고 싶은 안건을 자꾸만 내 앞에 들이미는 존재다.


축구부 후배인 가영이는 크로스 장인이다. 적절한 위치에서 기가 막히게 공을 올려준다. 그 정도 실력이면 골 욕심을 낼 법도 한데 그러지도 않는다. 덕분에 가영이가 오는 날이면 멋진 골이 많이 터진다. 하지만 인생골의 주인공이 되었음에도 썩 즐겁지 않다. 축구 살리에리 7년 차, 나는 이유를 정확히 알고 있다. 

어쩌다 한 번씩 오는데 매주 참석하는 나보다 잘하는 거, 그게 나를 씁쓸하게 한다.


꼭 가영이가 아니더라도 빛나는 재능인들은 종종 등장했다. 축구부에 가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깔끔한 볼터치로 수비수들을 제치는 모습을 보면 아, 이런 게 재능이구나 싶다. 왜 이들은 분기에 한 번 공을 차면서도 축구 실력이 떨어지지 않는가. 운동을 안 하면 근육이든 실력이든 퇴화하는 게 자연법칙 아니었나. 내가 이들의 보이지 않는 땀방울을 과소평가하는 걸까? 차라리 그런 거였으면 좋겠다.


축구는 대학입시가 아니다. 혼자 잘나기보다 다 함께 잘할수록 좋다. 본받을 점이 많은 사람과 함께함은 좋은 자극이며, 하나를 가르쳐도 열을 해내는 후배는 답답하지도 않아 편하다. 이 모든 사실을 알면서도 다른 종류의 생각이 머릿속을 비집고 지나간다.


그래, 쟤는 체대니까 그럴 수 있지. 평소에도 운동 많이 할 거 아냐. 그런데 너는 공대고 신입 너는 사범대잖아. 그런데 벌써 공간이 보인다고? 왠지 이렇게 움직이면 될 것 같아서 해봤는데 된다고? 하하. 바람직하구나. 나는 몇 배는 더 빠르게 배우다니 정말 기뻐.


타인과 비교할 때 인간은 밑바닥까지 불행해질 수 있다. 사람은 모든 일에 재능이 있을 수 없고, 분야별로 뛰어난 사람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이 두 가지를 알았으나 나는 손쉽게 우울해졌다. 그림을 잘 그리는 친구에게 순수하게 감탄했고 비트코인에 성공한 지인도 별다른 배아픔 없이 받아들였다. 축구만은 그게 잘 되지 않았다. 내가 그만큼 축구에 진심이었다고 포장해본다.


나를 위해서라도 마음을 바꿔먹어야 했다. 대신 나는 공부를 잘하지, 위안을 삼아보기도 했고 헛다리는 쟤도 엉성하다며 상대의 결점을 어떻게든 찾으려 하기도 했다. 그렇게 오랜 시간 살리에리의 삶을 살다 보니 나름의 철학이 생겼다. 내 치열한 고민의 결과물을 나눠보려 한다. 이름하여 열등감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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