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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장래 Feb 28. 2022

언제는 음성이라면서요- 코로나 확진 썰 풉니다

(3) 어떤 쪽이 효도였을까

2022년 2월 25일 금요일(4일 차)


"에잉? 양성이라고요?"

목소리가 너무 컸던지 간호사는 당황하는 눈치였다. 그는 들어가서 이야기하자며 진료실로 나를 데려갔다.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멍해진 채 의사의 설명에 집중하려 애썼다. 의사는 하루에 몇 번, 식후 30분과 같은 말을 이어갔으나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어느새 손에는 검사의뢰서라는, 추리 소설에나 어울릴 법한 이름의 종이가 들려있었다.

출근하기 전 병원에 먼저 들르길 잘했다.




어젯밤 피맛 나는 가래와 함께하는 시간을 보냈다. 목구멍이 많이 부어 침을 삼킬 때 부피감이 상당했다. 원래는 일을 하다가 조퇴하고 병원에 갈 계획이었다. 생각보다 상태가 심각한 듯해 계획을 바꿨다. 대체 내 목에 무슨 일이 생기고 있는 건지 알아야 마음이 편해질 듯했다.


이미 인터넷을 통해 증상 검색이 끝난 후였다. 구글 검색을 통해 스스로 내린 진단명은 편도염이었다. 내가 원하는 바는 그저 의사가 어서 내 목구멍을 보고 이 정도면 상태가 심한 건지, 완치될 때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이야기해주는 것이었다. 코로나 시국에 그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목이 아파서 왔다고 하자 먼저 코로나 검사를 진행하고 봐줄 수 있는데 괜찮냐고 물었다. 또? 이미 3일 전에도 신속항원검사를 한 지라 별로 내키지 않았다. 의사에게 목구멍 보여주기가 이리도 어려울 줄이야. 혼자서도 쑤실 수 있는 콧구멍 여기서는 돈 내고 쑤셔야겠지. 내키지 않았으나 선택지가 없었다. 여기까지 온 이상 내 목구멍 상태를 꼭 확인하고 싶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의사에게 내가 당장 3일 전에도 신속항원검사를 해봤음을 어필해봤다. 아, 신속항원검사요. 의사의 말투에서 신속항원검사의 입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의사는 이제 '해보시면 알겠지만' 신속항원검사로는 코로나가 잡힐 수가 없다고 했다. 

해보시면 알겠지만. 그 '해본다'의 의미를 알았다고 해서 바뀌는 건 없었을 것이다. 의사가 아플 거라고 몇 번이고 겁을 줬으나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PCR 검사야 몇 번씩 해봤으니까. 그러나 이비인후과에서의 검사는 그동안의 검사와는 차원이 달랐다. 콧구멍 깊숙이 면봉을 넣더니 쉬지 않고 돌리는데 미쳐버리는 줄 알았다. 성질을 내며 벗어나고 싶은 욕망을 간신히 참아냈다. 어른이라면 모름지기 자제력이 있어야 한다.


끔찍한 이비인후과식 콧구멍 후비기는 한 번 더 이어졌다. 처음 채취해 간 물질에 콧물이 너무 가득해 검사를 할 수가 없다고 했다. 키트를 보니 검사 구멍에 누런 콧물이 슬라임처럼 자리하고 있었다. 그 부담스러운 모습을 보고 있자니 검사 키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이번에는 다른 쪽을 쑤시면 안 되겠냐고 하자 의사는 반대했다. 나는 오른쪽 콧구멍이 더 크단다. 차라리 큰 곳을 후비는 게 낫다고 하니 눈물을 머금고 오른쪽을 한 번 더 쑤셨다. 검사를 두 번 했다고 진료비도 두 배로 받으려나. 검사 키트가 2개 들었으니 그럴 것 같기도 하고 한편으로  이 정도면 봐줄 것 같기도 했다. 그렇게 철없이 돈 생각만 하고 있다가 코로나 양성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듣게 된 것이다.




신속검사 키트에서 나온 양성은 별 의미가 없었다. 의료자격증을 가진 의사가 내 코를 쑤셔줬어도 신속항원키트에서 뜬 두 줄 가지고는 확진 판결을 받을 수 없었다. 3일 전에 갔던 보건소에 또 가야만 했다. 검사의뢰서를 보여주니 이번에는 PCR를 받을 수 있었다. 앞에서 줄 서있던 남자가 증상만 있지 증빙서류가 없어 신속항원검사 줄로 보내졌다. 지난번 내 모습과 같아서 남일 같지가 않았다. 왜 안내 문구에는 의심증상자도 써놨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PCR은 빠르게 끝났다. 의사 선생님 말대로 과연 왼쪽 콧구멍이 더 아팠다. 다음부터는 검사를 할 일이 있을 때 오른쪽 콧구멍을 쑤셔달라고 해야겠다 다짐했다.


검사 결과는 다음날 아침이 되어야 나올 터였다.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엄마는 내가 이번 주 동안 아팠었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으셨다. 통화하는 내내 엄마의 목소리에서 울먹거림이 묻어 나왔다. 목소리만 들어도 마음이 느껴지는 건 꼭 부모가 자식에게만 발휘하는 초능력만은 아니다.

엄마가 너무 슬퍼하다 보니 전화를 끊고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저 엄마가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엄마가 옆에 있는다고 해서 몸이 낫는 것도 아니다. 그럴 바에는 한 명이라도 즐겁게 지내는 게 낫지 않겠는가. 나의 생각이 합리적이었을지는 모르겠으나 엄마에게 죄책감을 심어주고 말았다. 이렇게 슬퍼하실 줄 알았으면 초반에 아플 때 말할 걸 그랬다. 마음이 무거워졌다.


집에 돌아와 새로 받은 약을 먹었다. 그 사이 가래는 점도가 높아졌고 콧물이 많이 나오기 시작했다. 자가격리가 됐을 때 연락해야 하는 사람들의 목록을 정리했다. 당장 내일 만나야 할 사람들의 경우 결과가 나온 뒤에 말하면 너무 늦는 건 아닌가 싶었다. 기사를 찾아보니 신속항원검사에서 양성이 나온 5명 중 1명은 PCR에서 음성이 나온다고 했다. 20%면 꽤나 높은 확률이니 우선 기다려 보기로 했다.


코로나에 걸린 사람의 24%만 신속항원검사를 했을 때 양성이 나온다는 기사도 보였다. 76%가 코로나여도 검사 키트로는 음성이 뜬다는 뜻이다. 숫자가 너무 커서 어이가 없었다. 이 정도면 점쟁이한테 물어보는 게 더 정확도가 높지 않을까. 화요일에 밝혀졌어야 할 코로나가 금요일에 와서야 확인이 되려고 하고 있었다. 불만이야 많았으나 모든 판단은 내일 검사 결과가 나온 후 내리기로 했다.







사진은 다음의 기사에서 가져왔음을 밝힙니다

http://www.bosa.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5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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