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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장래 Feb 03. 2023

새해 목표는 마라탕 양 조절하기

“포장인가요?”

“아니오, 먹고 가요.”

사장님은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설마 테이블 하나를 혼자 차지하는 게 싫으셔서? 에이, 혼밥족이 늘어난 요즘 같은 시대에 설마.


“이거 혼자 먹기에는 너무 많을 텐데.”

아하. 머쓱한 표정으로 내가 집은 채소며 두부를 들여다봤다. 청경채 한 움큼, 배추 두 집게, 목이버섯 큰 걸로 하나... 최소한으로 집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도 과했나 보다. 그날 혼자 먹은 마라탕은 20800원이 나왔다. 자주 있는 일이다. 과식에 과소비를 해버렸다는 생각에 톡톡 쏘는 마라를 온전히 즐기지 못했다. 새해 목표가 하나 생겼다. 마라탕 재료 잘 담기.


하나하나 뜯어보자면 이유가 있었다. 느타리버섯은 씹는 맛이 일품이니 넣었고, 마라탕하면 숙주라고 하니 집었고, 사랑해 마지않는 고기는 욕심껏 더했다.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버섯은 먹다보니 질렸고, 숙주는 생각해보면 그렇게 좋아하지도 않았다. 야채 없이 고기만 잔뜩 남은 마라탕을 꾸역꾸역 먹었다. 느끼한 와중에 영양실조에 걸릴 것만 같았다.



이런 마라탕식 태도는 가방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메모의 습관화를 위해 다이어리와 펜을 챙기고, 이동 시간을 스마트폰으로 허비하고 싶지는 않으니 책을 넣는다. 30분 이상 시간이 뜰 때에는 글을 쓰기 위해 노트북과 충전기도 필요하다. 여기에 우산, 지갑, 양치도구, 선글라스 같은 비상용 물건들까지 더해지면 가방은 걷잡을 수 없이 무거워졌다.


가방을 등에 짊어지면 그 무게에 절로 숨이 막히곤 했다. 출발도 전에 나가기가 싫어졌다. 물건들을 하나씩 꺼내 ‘꼭 가져가야 하는가’ 알고리즘에 넣어보았지만 결론은 ‘그렇다’로 나왔다. 그렇게 행군하듯 나간 날이면 녹초가 되어 돌아오곤 했다. 알긴 알았다. 어딘가 잘못되었다. 나는 그 무엇도 포기하지 못했고, 그럴 때면 탐욕으로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 동화 속 등장인물들이 떠올랐다.




위장이 아플 때까지 마라탕을 먹으며, 어깨가 쪼그라드는 느낌으로 가방을 들며, 모든 것이 욕심의 대가구나 생각한다. 새해도 되었는데 뭔가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시작은 마라탕이다. 알맞은 양의 마라탕 재료를 담을 수 있는 날이면 가방도, 마음도 가벼워지지 않을까? 올해 목표는 마라탕 양 조절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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