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땐 졸랑졸랑 아버지 뒤를 따라갔었던 그곳.
대중목욕탕.
어느 날부터 '사우나'라는 간판이 걸리고
동네에 하나씩은 큰 목욕탕이 생기며 신기해하기도 했었지.
사우나 안에서 모래시계만 바라보던 나.
진짜 이탈리아에서 온 타월인 줄 알았던 '이태리타올'.
어설프게 아버지 등도 밀어드렸지.
집에 돌아오는 길,
시원한 음료수 하나는 정말 최고였어.
계절과 상관없이 냉탕 속으로 망설임 없이 들어가셨던 아버지.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함께 목욕탕을 가면서 본
참 자랑스럽고 선망스러운 모습이었지.
아버지와 함께 목욕탕을 다닌 시간보다
함께 가지 못한 시간의 길이가 더 많아졌지만.
아직도 내게는 어린 시절 추억의 목욕탕은 정말 잊지 못..
훗.
아홉 살 아들이 나를 보고 손짓하네.
내가 잠시 감상에 빠진 건가.
이봐 한국 아재, 왜 이렇게 센티멘탈해진 거야.
녀석, 냉탕 앞에서 망설이고 있구나.
그래.
이제는 내가 아들의 마음속에 듬직함으로 자리 잡을 때다.
뭐가 어렵냐.
겨울이면 어떠하리.
몸이 안 달궈졌어도 어떠하리.
아들이 보고 있고,
오랜 시간 아빠의 멋진 모습으로 남을 텐데.
뭐가 어렵단 말이냐.
'첨벙-!'
그래! 이 느낌이야!
온몸의 세포가 살아있는 이 느낌!!
왜 이걸 그동안 잊고 있었지!?
내 존재감! 내 자신감!
그래, 아들의 눈빛을 봐!
하하! 입 모양이 딱 우와잖아!
버튼을 누르자.
폭포 수련하는 도사님이 되어주는 거야!
우리 어릴 때 얼마나 신기했었냐고!? 하하!!
'쏴아아-!'
아들아 잘 보렴!
모두가 냉탕을 거절할 때,
아빠는 이렇게 머리로 냉수와 시비가 붙었어!!
이것이 바로 냉수마찰!
이것이 바로 한. 국. 아. 재!
너의 아빠 란다.
어때 아들아! 이 순간을 기억하렴.
히어로 같은 아빠의 모습을!!
"약국이죠? 주말에 죄송합니다. 혹시 몇 시까지 하세요?"
"아. 네네 감사합니다. (딸깍) 으이구. 저 인간.. 네 아빠 왜 겨울 이불속에 저러고 있냐."
"몰라 엄마. 냉탕에는 1분도 안 있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