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 이후의 시대 준비 01_어느 식당 사장님의 일기
코로나 19.
종식 선언과 함께 모두가 마스크를 벗고 예전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
하지만.
싫지만.
함께 살아가야 하는 방법도 고민해야 하는 시기이다.
이 글은
아직도 이 상황이 꿈같은 우리에게
그리고 생업에서 우리 생활에 가장 밀접한 '식당 사장님'에게
드리는 소소한 팁에 대한 이야기이다.
Untact ; 언택트
평소에 많이 써본 적도 없는 단어 'Contact(접속하다)'의 부정의 의미란다.
기술의 발전을 통해 접촉 없이 물건을 구매하는 등의 새로운 소비 경향을 의미한다고 한다.
당장 식당에서 하루 종일 생활해야 하는 나에게 무슨 상관인가 싶긴 하다.
잠이 오지 않아 페이스북에서 검색을 했던 탓일까.
요즘은 한 술 더 떠서 'ontact'라는 단어도 인스타그램에서 자꾸 보인다.
온택트는 비대면을 일컫는 ‘언택트(Untact)’에 온라인을 통한 외부와의 ‘연결(On)’을 더한 개념으로, 온라인을 통해 외부활동을 이어가는 방식을 말합니다.
검색을 해서 뜻을 알았다.
어느 정도 와닿는 이유가 있다.
얼마 전 새벽에 야채 사러 가기 전에 집 앞에 커다란 스티로폼 택배 박스가 와있었다.
안에는 OOO 부대찌개 6팩이 아이스팩과 함께 다소곳이 정렬해있었다.
"그냥 맛있어 보여서 샀어"
궁금해한 나에게 돌아온 아내의 대답은 쿨 할 정도로 심플했다.
인스타그램에 보이길래,
맛있어 보이길래,
댓글이 많길래,
고민 없이 '구매하기'버튼을 클릭해서 부대찌개를 집으로 불렀단다.
놀라웠다.
내가 부대찌개 음식점 사장님인데.
#실화냐
얼마 전 하도 답답해서 아내에게 매장을 잠시 맡기고 마케팅 세미나에 다녀왔다.
버스 안. 여름의 더위 속에 마스크 속에서 땀이 흘렀다.
하지만 벗을 수 없었다. 방송으로 바로 경고가 들려올 것 같았다.
#우뛰
어색했다.
머리숱에서 부대찌개 냄새가 배어있지는 않을지 신경이 쓰였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가 없다.
내 얼굴의 반은 이미 마스크로 가려져있으니까. 훗.
얼굴 전체를 신경 써야 했던 예전과는 달리 눈 표정만 잘 관리하면 되는 요즘이 고마웠다.
그런데 웃픈 이 감정은 뭐지.
100년 넘은 브랜드 '휠라'.
왜 몇 년 만에 평균 고객 연령이 47세에서 35세로 내려왔을까요?
내가 어떻게 알아 ㅠ
하지만 그다음 말이 인상적이었다.
'회춘'했기 때문이란다.
Z세대와의 소통. 그리고 트렌드와 디지털을 결합하고 다양한 시도를 했기 때문이란다.
분홍색 신발을 딸기우유라고 부르고, 인기 유튜버와 결합해서 콜라보레이션이 아닌 '필라보레이션'을 했기 때문이란다.
이게 뭔 소리인가 싶었다.
하지만 동시에 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 경험이 떠올랐다.
'아! 나도 경험한 적이 있었지!'
얼마 전 카카오톡을 하다가 우연히 보이길래 클릭을 했다.
'모바일 전단지' 전단지를 모바일로 뿌린다고?
수많은 물음표가 생겼었다.
전단지의 맛은 그래도 직접 대면으로 전달하고 주택가 우편함에 넣는 것이 제맛 아닌가? (남으면 창고에 일단 넣어놓지 뭐)
한 번에 다 뿌리진 못하지만 알바 써서 나누어주는 거 아니었나? (몇 장이 배포되는지는 모르지만 배포하시는 사진은 보내주시니까)
인쇄해서 택배로 매장에 받아야 전단지 아닌가? (이런 것을 실물 경제라고 하나 후후)
그런데 이게 뭐지.
나도 모르게 블로그를 통해 모바일 전단지의 내용을 스크롤을 내리고 있었다.
내가 아는 것이 다가 아니었다.
내가 아는 것이 틀린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지금 시대에는 조금, 아니 많이 맞지 않았다.
내가 아는 것이 적합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우쒸
뭐 그래도 종이 전단지 인쇄하고 배포 대행 맡기고 하면 다 돌리지는 못해도 50만 원 정도 드는데 가격도 더 저렴하고 하니 월 10만 원씩 홍보비 쓴다 생각하고 한번 해보지 뭐. 그때.
'대박이야~ 대대대대박이야~ ♪'
전화가 울렸다.
부대찌개 식당을 오픈할 때 '대박이야' 벨소리를 깔아준 친한 형님이었다.
야~ 장사 잘 되냐? 너 이거 한번 해봐라
형이 카카오톡으로 이미지를 보내줬다.
어라?
내가 해봐야지 생각한 그거네?
이런 상황도 온택트인가? 무슨 마음 연결 알고리즘이여?
#실화냐
그로부터 2달이 지났다.
요즘 SNS에서 자주 보이더라고요.
매장은 조금 활기를 되찾았다.
엄마 손님들의 방문이 부쩍 늘었고 저녁 직장인 고객들도 하나둘씩 찾아오기 시작했다.
나와 같은 식당 사장님은 정보의 비대칭에서 본의 아니게 소외받기 쉽다.
매장에서 하루 종일 재료 준비하고 손님맞이하다 보면 일상의 여유도 없을뿐더러, 주위의 돌아가는 흐름을 잘 알지 못한다.
나 역시 뒤떨어지지 않으려고 유튜브도 챙겨보지만 보기만 할 뿐.
행동하지 않았고 시도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 난 두 달 전 호기심에 행동한 것 하나로 많은 변화를 체감하였다.
매장의 객수 변화도 그렇지만, 비대면에 더 많은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N사 매장 정보를 관리하기 시작했고 인스타그램에 매장 계정을 만들어서 부대찌개 사진을 예쁘게 올리기 시작했다.
혹여나 SNS를 보고 온 손님들이 계시면 쇼케이스에서 요구르트를 꺼내드렸다.
그리고 테이블을 가리켰다. 내가 붙여놓은 해시태그였다. ㅋㅋㅋ
#부끄러움은나의몫
좋든 싫든 코로나 19는 쉽게 종식될 것 같지 않다.
'위드 코로나'시대라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이 상황에서 계속 하염없이 똑같이 생활하며 끝나기를 기다리는 것보다,
내가 할 수 있는 소소한 하나하나를 행동하고,
그 시도에서 마음의 여유도 찾고 육체적 에너지도 챙기는 것.
마케팅 트렌드, 디지털 혁신..
이런 단어 몰라도 괜찮다.
나 역시 모바일 전단지 하나로 우연히 발견하게 되었지만
그냥 이렇게 조금씩 지금 세상과 동기화를 해나가며 맛있는 부대찌개를 계속 손님들께 제공해 드리는 것.
이렇게 매출을 유지하며 배달 주문도 늘리는 것에서 즐거움을 찾으면 되지 않을까?
어차피 애플도 아이폰 출시하기 이전에 스마트폰을 개발한 적이 없었다고 하지 않았으니
(마케팅 콘퍼런스에서 들었던 것 활용ㅎㅎ)
피곤하지만 피로하지 않았던 하루.
매장 문을 나서며 편의점에서 소주를 샀다.
오늘은 아내가 사놓은 부대찌개에 라면사리 넣어 가볍게 한 잔 해야겠다.
두 달 전 방문했던 마케팅 컨퍼런스에서 들은 이야기가 생각난 문구를 떠올리며 마무리한다.
미래는 이미 와있다. 단지 널리 퍼져있지 않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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