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할 수록 돌아가라는 말
상담사 처우가 별로, 전공자는 많아지는데 상담 수요는 그에 못 따르는 현실, 센터 쪽에서도 프리랜서 상담사 잘 구해야 하는 게 아주 중요한 이슈인 것은 알겠으나, 그래도 그렇지. 사람 마음 다루는 사람이 사람을 그렇게 대하면 되나 싶게, 사람을 비굴하게 만들어. 처음 본 사람이 나를 비굴하게 만드는 건 나도 싫다고. 그렇게 일하기 싫다고. 나도 내가 일하고 싶은 센터는 정할 수 있잖아. 내가 같이 할 수 있는 사람인지 아닌지는 나도 판단할 수 있으니까.
가난한 마음에 아무것도 묻지 않고 따지지 않고 들어갔다가, 나중에 나오면서 내담자에게 피해를 주느니 처음부터 내 노선을 명확하게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돌아갈 수 있지만, 더 오래 걸릴 수 있지만 내 노선은 내가 정해야지. 판 돌아가는 거 보고, 그래도 내 생존전략은 내가 세워야지 라는 생각이 헛된 게 아니길 바랐다.
모든 직군이 마찬가지지만, 프리랜서는 일이 들어와야 프리랜서로서의 의미가 있다. 일을 만들고, 일을 받아야 한다. 그러려면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이어야 한다. 일의 의미를 잘 알고 있어야 하고, 열정 있고 유능해야 한다. 의사소통도 잘해야 하고, 자신감도 있어야 한다. 자기 역량이 정말 중요하다. 그리고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불확실한 시간들을 견딜 수 있는 내성도 필요하다.
올해 몇 번의 선택의 기로에서 판단을 내렸고, 몇 번의 감사한 제안들을 받았다. 처음엔 아리송했던 것들이 점점 선명해진다. 또 다시 안개 속을 걷더라도, 푯대가 있음에 그저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