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정신경염이 찾아온 프리랜서 이야기
한달 전쯤 어지러움 증상을 느껴서 병원에 가보니 전정신경염 진단을 받았다. 한달 이상 약을 먹으면서 치료받는 것인데, 시간이 걸리기야 하지만 낫는 것이라 하니 다행이다. 생소한 전정신경염이 내 삶에 찾아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다. (역시 나는 쌉T) 생각해보면 여름동안 달리고 또 달렸다. 나는 내 몸이 언제까지도 버텨줄 수 있을 것처럼 달리고 또 달렸다. 몸이 힘들다는 신호를 보내야만, 멈추고 돌아본다.
생전 안하던 일들을 휘몰아치듯 했다. 상담과 강의, 온라인 모습, 교회 여름사역, 아이의 여름방학, 유튜브 촬영, 업로드, 블로그 챌린지(주 5회 포스팅) 등등 뭐 그냥 휘몰아 치듯 했었다. 그런데도 나는 ‘내가 뭘 그렇게 많이 했다고?’, ‘이제 시작인데?‘, ’아직 본격적으로 하지도 않았는데…‘ 하면서 시간 틈만 나면 운동하고, 책읽고 … (작년까지 해서 갓생 루틴 벗어난 줄 알았는데 쓰다보니 아니네.) 내가 부담을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을 몰랐고, 인정하지도 못했다. 왜 그랬을까. 그러면서도 부족하다는 생각, 뭔가 놓치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의사선생님은 일을 줄여라, 과로하면 안된다 하시는데 갸우뚱 했다. ‘내가 무슨 과로?’
어제 친구와 대화하면서 알았다. 이게 다 일하는 사람으로서의 정체성이 약해서 생긴 일이다. 출근하지 않아서? 월급이 없어서? 여러가지 이유가 있는듯 하다. 실제로 나는 일을 하는 시간은 아침부터 밤까지, 어느때나 원하면 할 수 있고, 어디서나 일을 할 수 있다. 실제로 그렇게 살았다. 노트북이랑 패드만 있으면 어디서든 사무실이 되니까, 그러면서도 출근하지 않는 것 같았고, 월급이 없으니 일하는 사람, 워킹맘의 정체성도 약했다. 그러니 계속 언제 멈출까봐 두려워서 멈추지 못하고, 계속 나를 가동시키며 살았던 것이다. 으이그. 또 사이코진 2호에서 일에 대한 태도를 보니까 알아졌다. 한국 사람들이 일하는 시간이 제일 많단다. 번아웃이 와도 인정을 못한단다. 구조가 그런 문제가 있다고 하네? 구조 탓도 살짝 돌리고! ^.~
하지만, 일에서 느끼는 성취감, 감사한 경험들, 감사한 마음이 가장 크다. 더 잘하고 싶어하는 나도 기특하고. 쉽지 않을 거란 생각을 했지만, 그래도 뭐 나는 이 선택이 마음에 든다. 다시 돌아가도, 마찬가지일거고. 이 구조에서 어떻게 롱런할까? 그 생각을 구체화시켜본다. 그래서 오늘은 출근 리추얼을 만들었다. ‘이건 출근하는거야, 일하는거야. 일은 몇시부터 몇시까지 할거야.’ 내가 정해놓은 틀과 의미 안에서 다소 외롭지만 이 일을 계속 해나가야 한다. ’다시 천천히 돌아오면 되지‘ 라는 친구의 말이 마음에 남는다.
출근하고 일한다. 지금 일하는 중이다! 12시까지 하고, 점심시간 갖는다! 여긴 내 일터다! 천천히 다시 돌아가기로 마음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