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한다고 해야 하나, 안 한다고 해야 하나
진짜 좀 웃픈 이야기다. 둘째 유치원 친구 엄마랑 오며 가며 인사하는 분인데, 어제 하원할 때 유치원 앞에서 만났다. '일 하시죠? 일하고 오시는 거죠?' 나의 직장의 여부를 묻는 질문을 받았다. '그래, 그런 질문을 받을 때가 되었지.' 대화할 기회가 생기면 으레 묻게 되는 질문이다. 서로 알아가기에 필요한 질문이다.
"음.. 어... 일을.. 음 안 다녀요."
"어? 맨날 출근했다가 오시는 것처럼 보였어요."
내가 당황하니까, 그분도 조금 당황하셨을 듯. 부연설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말하기 싫어서가 아니라 정말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라서 그런 건데.
"음. 일을 다니고 있지는 않고요. 여러 가지 일을 막 많이 해요. n잡러예요. 음, ㅋㅋㅋㅋㅋ 뭐라고 해야 하지. 그러니까 상담을 공부해서 자격증 따려고 수련과정을 거치고 있고요. (아~~ 그렇구나!) 음 요즘에는 온라인으로 상담소를 개업(?)해보려고 방향을 고민하고 구조를 만들고 있어요.... ㅎㅎㅎㅎㅎ 프리랜서 같은 거죠?"
"아~~ 그렇구나!!! 그게 일 하는 거죠."
"네 ㅋㅋㅋㅋ 일하는 거죠..ㅋㅋㅋ (머쓱)"
정말 얘기하기 싫은 게 아니고, 이렇게 장황하게 말해야 하는 내가 웃퍼서 그렇다. 실은 1인기업이에요, 디지털노매드예요, 크리에이터예요, 작가 지망생이에요. 이런 단어는 아직 입에 담지 못하겠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더 자세히 삶을 나누겠어. (관심 고마워요! ㅇㅇ이 엄마)
나 왜 그러지? 누가 봐도 일하는 거지. 출근하지 않거나, 경제적 소득으로 보상되지 않는다고 해서 일 안 하는 사람으로 규정짓고 있나 봐. 또 그래서 머뭇거리고 제대로 대답 못했어. 이거 남편 알면 또 답답해하고 혼낸다. 아 솔직히, 일을 준비하는 사람이라고 하자. 이제 막 개업준비 중이라고 하자. 일을 한다고 하기엔 아직 머니가 없잖아.
내가 일한다는 정체성을 가져야 내 시간을 더 확보할 수 있거든. 사람들이 나를 일 안 하는 사람으로 볼 때, 내 시간을 값지게 여겨주지 않는다. 내 시간이 돈으로 환산되어야 그만큼의 값이 생기는 거거든. 그러니까 나는 일을 해서 돈을 벌고 싶은 거야. 그래야 아이들도 엄마의 시간 (9-16시)를 지켜주고 존중하지. 애들 뿐이 아니야, 나의 가족들, 친구들 모두 '현진이는 일하는 시간'이라는 으레 그런 게 있어야 지켜주지. 존중해 주지. 그게 아니면, '넌 뭐 한다고 그렇게 바쁘냐 혼자.' 이게 이렇게 되는 거거든.
그래서 일을 해서 돈을 벌고 싶은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