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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익 Jun 15. 2023

내가 집단을 좋아하는 이유

강력하다. 강력해.

누구나 마음이 아프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상처가 있다.

한 번은 꺼내줘야 할 타이밍을 기다린 채로.




올해 했던 일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격려수업이라는 책을 기반으로 집단상담 8회기를 기획했고 오프라인 쫑파티까지 9회를 마친 것이다. 슈퍼비전을 위해 보고서 작성을 할 겸, 2기를 준비할 겸 1기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1회기 때 우리가 나눈 이야기들을 글로 적어보니까 가슴이 아팠다. 1회기를 마치고 나서, 나는 여러 번 눈시울이 붉어졌고, 마음이 미어졌다. 누구나 마음의 아픔을 가지고 있다. 한 분은 한 번도 꺼내보이지 않았던 상처는 이렇게 '낯선 사람의 효과' 덕분에 꺼낼 수 있게 되었다. 엄마에게도, 남편에게도 한 번도 이야기하지 않았던 20여 년 전의 일을 꺼내면 사람이 어떻게 될까? 무너질까? 개운해질까?



의외로 후자였다. 그 회기가 지나고 다음 주에 만났을 때 그 집단원은 그렇게 말했다. "지금은 예전과 다르다. 그리고 이야기하고 나니까 남편에게도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는 성장했다. 꺼낼 타이밍과 장소가 없어서 묻어두고 있었지만 이제 성장하고 단단해졌기 때문에 어린 시절의 아픔을 다룰 준비가 되어있다. 집단은 그런 장소가 되어준다. 나와 전혀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들이 때문에 이야기하는 게 더 쉬울 수도 있다. 내가 이야기했을 때 엄마가 무너질까 봐 말하지 못했던 13살의 아이는 20여 년 만에 대신 울어주는 누군가를 만났다.



겉으로는 그럭저럭 잘 살고 있는 것 같은 우리라도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다. 그래서 우리는 어떤 이야기를 나눠도 서로 연결될 만한 슬픔을 가지고 있다. 내가 이야기했을 때 울어주는 사람, 자기 이야기랑 닿았다고 안아주고 싶다고 위로해 주고, 이제는 이런 선택을 했으면 좋겠다고 도전해 주는 사람이 있어서 용기를 낼 수 있게 된다. 어린 시절에 내가 듣고 싶었던 이야기를 듣게 되고, 과거로부터 놓여나는 경험을 하게 되면 익숙했던 패턴을 벗어나 힘을 받아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된다.



집단원들에게 오랜만에 단톡에 안부를 물었다. 다들 어떻게 지내는지 문득 궁금해졌다. 본인이 왜 이렇게 느릴까 했던 분은 드디어 자기 속도를 받아들이고, 한 스텝 나가셨다. 이력서를 내보았다고 했고, 프로그램을 짜서 모임을 운영해볼까 한다고 하셨다. (우와!) 또 다른 분은 취업을 했고, 막상 ㅇㅇ를 만나니까 너무너무너무 좋다고 하셨다. 다시 반짝이던 그때로 돌아가는 것 같다고. (우와!) 또 누군가는 진짜 필요한 자기 격려로서 휴식을 잘 취하고 계신다고(우와!), 또 남편과 관계가 회복되어 가고 여전히 자기 격려를 시도하고 계시는 모습(우와!), 그리고 자기 안에 견고한 장애물들을 빨리빨리 알아채고 있다고 했다. (우와) - 안 물어봤으면 어쩔 뻔. 집단원들의 성장이 눈에 선하게 그려졌다.


역시, 집단의 힘은 강력하다.



사람들은 연결되는 걸 좋아한다. 관계, 소속의 욕구가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 모임 할 때 느꼈다. 우리는 ‘낯선 사람들의 효과’로 다양한 이야기를 꺼낼 수 있었고, 금세 친숙해졌다. 그리고 모임 후에 각자의 자리에서 빛나고 있다는 걸 확인했을 때는 함께 기뻐했다. 아! 나뿐만이 아니라 다들!!!!! 자기 격려하며 자기로 살고 있구나!!! 엄마 말고 나로. 치열하게 고군분투하는 동지들이 늘었다. 사람들을 생생하게 살리는 일은 공동체가 한다. ‘내가 더 열려있어야 공동체 안에서 경험되는 다양한 역동들을 있는 그대로 느끼고 나눌 수 있겠구나 ‘ 싶어 내 빗장을 더 열게 된다. 아, 사람을 더 잘 모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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