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둘맘의 ‘창직’분투기
* 이 글은 2020년을 마무리하면서 글쓰기 모임에서 같은 주제로 썼던 글입니다.
나는 작년(2019)에 처음으로 개인사업자를 내고 온라인으로 캘리그래피 상품을 팔고 있다. 혼자 하다 보면, 느슨해지기가 쉬운데 정말 느슨해지는 그 자체가 너무 스트레스다. 코로나 때문에 경기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나 혼자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내가 열심히 하면, 내가 이렇게 하면.. 조금 나아질 수도 있는데.... 그런데 왜 이렇게 하기가 싫지... 아, 나 싫어..' 지금도 딱 그런 상황이다. 올해 3번째 코로나 대유행이 아닌가.
사업자를 내는 순간에는 열심히 해야겠다고 마음먹었고, 뿌듯했고 즐거웠다. 그게 딱 3개월짜리일 줄은 꿈에도 몰랐고. 1월까지는 딱 좋았다. 하지만 코로나가 터지고 나니 수요가 줄어든 게 눈에 보이고, 가정보육을 하느라 아이들이랑 내내 붙어있다 보니 관성의 법칙처럼 "엄마"로만 사는 자리에 돌아와 버렸다. 그렇게 일에 대한 시동이 꺼져버리니까 어느 순간 일 자체가 애물단지가 되었다. 열심히 하고 싶은 의욕도 꺾이고, 부담스럽기만 한 것이다.
작년에 둘째가 어린이집에 가고 나서 드디어 5년 만에 나만의 시간이 생겼다. 한동안은 아무것도 안 해! 하고 놀 것 같았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수건 제작을 시작하게 되었다. 내가 막 노력해서 기를 쓰고 시작한 건 아니었는데 (그렇게 했으면 시작 자체가 안되었을 캐릭터), 그게 꽤 괜찮은 아이템이 되어놔서 올해 나를 먹여 살렸다. 생각해 볼수록 감사한 일이고, 그간 감사한 마음으로 해오긴 했는데 마음이 불편한 부분들도 계속 있었다. 아마 계속 사업이 승승장구하는 상황이었다면, "내가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일은 이게 아니야"라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을 수도 있다. 돈 버는 재미에 심취했을 것 같다. 내가 부족한 부분을 더 채우고, 배우기도 하고, 하나하나씩 일궈가는 재미를 느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코로나 때문에 사업이 주춤주춤, 성장하지 않는 상황에서 나는 또 진로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내가 궁극적으로 어디에 헌신하며 살아야 할까?' 지겨워서 다시는 하고 싶지 않다고 했던 진로고민을 1년도 안 돼서.. 또다시..
나는 무엇을 잘할 수 있을까. 나는 뭘 하고 살아야 할까? 이런 질문들 앞에 또다시 나를 세우면서, 내가 궁극적으로는 '사람을 세우고,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하고 싶다는 것을 다시금 떠올리게 되었다. 그냥 직업이 아니더라도, 일상적으로 그렇게 살아가겠노라고 생각했다. '일이 꼭 소명과 맞닿아 있을 필요가 있나? 언젠가는 그렇게 살겠지 뭐.' 하면서. 그러나 여기서부터 진로의 새로운 바람을 타게 된다. 9월 초에 보연언니를 만나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구체적으로 생각을 키워가 보라는 조언을 들었다. 그리고 진로상담을 받게 되고, 진로상담 2회 차에 상담대학원 진학을 도전해 보기로 했다. 상담대학원 원서를 쓰는 과정이 소명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시간이었다. 오랜 시간 동안 내 마음속에 늘 있었던 가정을 살리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소망을 전면적으로 마주하고, 글로 쓰면서 정리하는 시간이었다. 하나님께서 이런 내 안에 소망들을 두고 행하신다는 것을 다시 믿으면서, 길을 열어주시면 뜻 하신 바로 알고 가보겠다는 의지가 생겼다.
나는 자신감이 너무 없다. 뭐 하나 결정하고 행하기까지도 오래 걸린다. 이런 내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스트레스를 옴팡 받았다. 그러니까 하나님께서 등을 팍팍 밀어주셔야지 조금 움직인다. 하나님께도 그렇게 기도했다. 팍팍 밀어달라고. 그랬더니, 이제는 내 생각에는 영영 못 갈 것 같았던 상담대학원을 가게 되었다. 하나님께서는 이런 나를 너무 잘 아셔서, 나에게 맞게 일하시고, 책임져주신다. "하나님 저의 앞길을 먼저 계획하시고 인도하시는 분이시죠. 저는 지금 제 앞날을 모르지만, 가라고 하신 분이 주님이시니까 믿고 가보겠습니다." 한 해가 이렇게 저물어간다. 새로운 일이 시작되는 설렘을 가지고, 그 분과 즐겁게 걸어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