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아나>를 보고 나서
엄마의 브랜딩 북클럽에서 모아나 애니메이션을 보라고 숙제를 내주셔서 아이들이랑 홈씨어터를 열었다. 아이들은 이미 한번 본 적 있는 애니메이션인데,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본 건 처음이었다. 어제 북클럽에서 나의 탄생스토리를 재해석하는 시간을 갖고 난 뒤라 이 영화가 나와 어떻게 닿을지 새로운 기대감이 있었다.
모아나는 어릴 적부터 할머니가 들려주는 바다이야기를 듣고 자란다. 하지만, 바다에 크게 데인 적 있는 즉 바다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트라우마)가 있는 아빠에 의해서 바다를 외면하며, 예비 족장으로서의 삶을 살아간다. 하지만, 모아나는 계속 바다를 향한 열망이 있었고, 암초를 넘어가서 사람들을 도울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부르심, 소명 와 같은 것이 있었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게 되면서 모아나는 바다로 떠나게 된다.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내 안에 있는 소리‘에 주목하고 선택하는 모습이었다.
바다에 나아간 모아나는 ‘테피티의 심장을 제자리에 돌려놓는’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데 이때 테피티의 심장을 훔쳤던 장본인 마우이를 만나게 된다. 마우이는 반은 인간이고 반은 신인 특별한 존재이다. 여기에도 사연이 있었는데, 모아나와 마우이가 임무를 수행하다가 고난, 역경을 만나고 심하게 낙심하게 되는 순간에 이 사연이 드러난다. 마우이의 상처에 대해서 모아나가 물어봤는데 이러면서 둘이 더욱 가까워지게 된다. 마우이는 부모에게 버림받았다. 그의 부모가 필요 없는 존재라고 생각해서 아기 마우이를 바다로 던졌다. 그 뒤로 마우이는 신에게 선택받아 <반인반신>으로 살게 되었다. 하지만 마우이의 어린 시절 PTSD는 ’ 유기 불안 : 버려질 것에 대한 두려움‘ 을 낳았고, 이는 인간들에게 필요한 것을 채워주면서 사랑을 받기 위한 과도한 노력을 하게 된다.
사랑받기 위해 과도하게 애쓰며 맞추는 것, 애착에 손상을 경험한 인간이 생존하기 위한 방법이다. 생존에 있어서 애착, 사랑과 소속, 안전의 욕구는 너무나 중요한 하위 욕구이다. 마우이는 자기 존재에 대한 거짓 메시지 : 너는 아무것도 아니야. 불필요한 존재야. 에 사로잡힌 인생을 살게 된 것이다. 모아나는 마우이의 존재에 주목하고 격려하지만 ”갈고리가 아니면, 난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라고 외치는 장면에서 그에게 질기도록 따라붙은 거짓 메시지가 무엇이었는지 드러나게 된다. 이렇게 마우이와 모아나는 임시적으로 작별을 하게 된다.
마우이를 떠나보낸 모아나는 망망대해에서 길을 잃은 시간을 보낸다. 이때 돌아가신 할머니와 만나는 장면이 나온다. 할머니는 정말 등에 새긴 문신 가오리처럼 가오리가 되어 모아나 앞에 나타났다. 그리고는 “모아나, 멀리까지 왔구나.”라고 하신다.
“할머니, 저는 최선을 다했어요. 하지만 해내지 못했어요.”
“모아나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 내가 너에게 너무 무거운 짐을 맡겼구나.”
할머니는 모아나에게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함께 하겠다고 이야기해 주신다. 딱 그 시점에 나타나서 모아나의 마음을 만져주는데 어찌나 위로가 되던지. 나도 보면서 이 부분에 엉엉 울었다. 모아나는 고민한다. 돌아갈지 말지. 그리고 이때 이런 질문을 던진다. “나는 과연 누구인가?”
“나는 바다와 섬을 사랑하는 소녀야. 나는 내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가서 심장을 되돌려 놓을 거야. “
그리고 이때, 마우이를 만나게 된다. 마우이는 모아나가 테 피티에 갈 수 있도록 돕는다.
“어서 가! 선택받은 자, 세상을 구해야지!”
모아나가 심장을 잃어서 화가 난 테피티에게 심장을 돌려주자, 용암 화석이었던 괴물이 생명을 품는 거대한 산으로 바뀌게 된다.
그리고 마우이는 ‘갈고리가 없어도 나는 나야.’ 자기 자신의 존귀함을 깨달았다.
모아나는 다시 평화를 되찾은 바다를 건너 부모님과 자신의 종족이 있는 땅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그 섬에 있는 사람들은 원래 ’ 항해자‘였던 정체성을 되찾고 바다로 나아가 모험을 하며 살아가게 된다. 모아나의 아빠는 모아나가 ’ 너답게 잘했다’라며 격려한다. 뭉클.
내 안의 놀라운 아이
원래 어린아이는 창조성이 뛰어나며, 즐거워하며, 경이로움을 느낀다.
내 안의 놀라운 아이로 살고 싶다.
이래도 되나? 저래도 되나? 눈치를 살피며
내가 뭐라고…라는 거짓메시지에 속아 항상 꿈은 적게 가졌던 나.
항상 책임에 눌리며 무거웠던 나.
시달렸던 나는 인생의 즐거움과 재미를 너무 늦게 알았다.
애늙은이 었던 나.
어린아이처럼.
이 문구만으로 울컥할 때가 있다.
나는 과연 누구인가?
나는 가족을 사랑하고, 선택받은 사람이고. 나는 이 세상을 구할 거야!
내가 이렇게 살면, 우리 아이들은 자기 자신을 어떻게 인식하고 어떻게 사랑하며 발휘하며 살아가게 될까?
내가 먼저 살아나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