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약하지만 도움을 보탭니다.
지인 부부가 멀리 사는데 도움이 필요하다고 먼 길을 찾아왔다. 부부 갈등을 해결하고 싶어서 상담을 받아볼까 하는 중이었다. 상담을 받으려 시도했지만 그 마저도 잘 되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래도 주위에 상담 공부한 사람이 있으니 이야기라도 들어볼 게 있을까 하고 온 것이었다. 절박함이 느껴졌다.
3시간짜리 그룹 스터디 실을 빌렸다. 적절하게 방음도 되는 공간이고 부부와 나, 셋이서 쓸 수 있는 공간이니 딱 좋았다. 보통 부부 상담은 90분 진행을 하니까, 3시간은 정말 혹시라도 2시간이 부족해서 나가야 할까 봐 빌린 시간이었다. 하지만, 3시간도 부족했고 둘 사이에 긴장이 사그라들지 않고 결국 같이 저녁 먹기로 한 것도 어렵게 되어 아쉽게 헤어지게 되었다.
생각보다 심한 감정의 골이 느껴져서 놀랐고, 예상치 못한 전개에 당황스러웠다. 혼자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아, 내가 어떻게 했었어야 할까?' 이런 생각도 들었지만, 한 번만에 관계의 변화를 일으키기는 쉽지 않으니 시간 내고 마음을 쓴 나에게 수고했다는 위로를 했어야 했다. 그러고 나서 그 다음날 낮에 그 부부의 남편과 통화하고, 밤에는 아내와 통화를 했다. 결국 둘은 이혼을 하겠다고 했다.
나는 그때, 이혼이 그렇게 쉽나. 곧바로 이혼하지 않게 되리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정말 며칠 후에 다시 잘 지내보기로 했다면서 연락이 왔다. 그러고 나서 한 달 지나 둘 사이에 2세가 생겼다는 소식을 들었다. 정말 기뻤다. 아내에게 물으니 남편이 많이 달라졌다고 했다. 남편에게 물으니, 자신을 많이 돌아보게 되었다고 했다. 고맙다고 연신 이야기해 주었다.
나는 둘이 서로 사랑하는 마음이 있으니, 헤어지기 쉽지 않겠다고 느꼈었다고. 그리고 그 남편에게 자신을 돌아보고 잘못을 인정하는 것은 용기가 필요한 일인데 대단하다고, 그동안 했던 방식이 아니라 다른 방법을 시도하기로 한 거니까 너무너무 잘한 거라고 이야기해 줬다.
변화는 결국 그들이 만들어 낸다. 나는 부부 사이의 갈등과 긴장의 사이에서 버텨주면서 듣고, 들리는 걸 그대로 반영해 주고 함께 한 것뿐이다. 보람이 있었다. 왜냐하면 보이는 현상(갈등)에만 집중하지 않고, 그 내면의 힘을 보고 믿는 눈이 생겼기 때문에 버틸 수 있었던 것이다. 배움을 잘 써먹었으니, 뿌듯하다. 더 잘 공부해야지.
이제 그들은 부부에서 부모가 된다. 아빠가 된다는 소식과 함께 눈물을 흘렸단다. 아내에 대한 극진한 애정을 쏟으며 앞으로 더 잘하겠다고 다짐하는 모습이 뭉클했다. 다음에는 세 식구로 만나게 되겠지 : ) 네식구면 더 좋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