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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익 Sep 14. 2023

알고, 멈추기만 해도 많이 큰거야.

자꾸 원가족으로 돌아가는 습성


친한 언니를 만났다. 상담사 언니다. 언니는 나의 역사를 잘 안다. 따라서 대화가 깊어졌다. 언니가 내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런데 너 자꾸 어디를 가는 거야?”라고 물었다. ’ 어디를 가냐고?‘ 그게 무슨 말인가 하니, 내가 자꾸 무언가를 알고, 배우고, 얻으면 원가족에게로 돌아가서 적용하고, 뭔가를 하려고 한다는 것이었다. 에에엑! 싫은데. 무의식적으로, 매우 습관적으로 그렇게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음, 나는 결국에는 어느 날, 지금으로는 알 수 없지만 엄마를 이해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라고 했는데, 언니가 ‘글쎄? 그게 그렇게 중요한가?’라는 식이었다. 내가 배운 거는 이제 내 내담자, 내 이웃에게로 흘러가야지 왜 자꾸 거길(원가족) 돌아가느냐는 말이었다. 정말 중요한 알아차림이었다. 오, 질기고도 질긴 패턴이여…


내가 어제 들은 공동체 강의 이야기를 하고, 책 쓰기 캠프에 간다는 말을 했다. 그런 말을 할 때 나는 갑자기 활력이 돋고, 동작이 커진다. 언니가 듣다가 흐뭇하게 웃었다. “그래, 그래야지. 거기가 네가 가는 곳이지.” 또 한 번 알아차렸다. 내가 가야 하는 곳, 내 일상, 내 가족, 내 이웃, 내 삶을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현진아, 너 진짜 애썼다. 그런데 뭘 원하는 거야?” 또 묻는다. “가족이 평안했으면 좋겠고, 언젠가 그랬으면 좋겠어.” 언니는 또 “엥? 그건 네가 할 수 있는 게 아니야. 이제 그만해. “라고 했다. 언니가 그만하라고 해서 그만되는 건 아니지만, 언니는 ”알고, 멈출 수 있기만 해도 많이 큰 거야. “라고 했다. 엄마에게 사랑받지 않아도 되는 ‘어른’이 되었다고 느껴지는 때가 올 거라고. 언니는 어른이구나 느꼈다. 그리고 예전에는 언니가 지긋이 바라보는 게 부담스러웠는데, 오늘은 정말 고마웠다.


나를 비춰주는 사람이 있다. 내가 힘들어했던 그 역사에는 애정 어린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고, 기억해 주고, 성장을 응원해 주는 사람들이 있다. 굳이 부모가 하지 않더라도 나에게 그렇게 해주는 사람들이 있다. 지긋이 바라봐주는 언니, 좋은 질문을 던져주는 언니, 나 대신 욕해주는 언니, 나의 독립을 응원해 주는 1명의 독자, 예전 같지 않다는 말에 ‘짝짝짝’을 백번을 타이핑하면서 카톡으로 시끄럽게 손뼉 쳐주는 언니도 있고, 진짜 힘들었을 거라며 공감해 주는 친구들, 내가 잘하는 것을 격려해 주는 친구들이 있다. 누구보다도 나보다 독립적인 딸, 나보다 이완되어 있는 아들, 나를 긍휼히 여기고 하던 청소를 멈추고, 맥주와 과자를 건네며 같이 TV를 봐주는 남편이 있다. 시선을 돌려서 나의 삶으로 다시 끌어온다. 잔잔하고, 반짝이는 곳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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