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있어요. - 분노를 조절하는 방법
고작 두 살짜리 아이에게도 분노를 느낄 수 있다니!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육아하면서 나의 민낯을 본다고 생각했다. 내가 열심히 준비한 밥을 먹지 않을 때, 낮잠을 재우려고 하는데 절대 안 자겠다면서 버틸 때, 나도 힘든데 계속 안아달라고 할 때, 이유도 모르겠는데 계속 울면 화가 났다.
만약 어린 시절 부정적인 감정을 억압하고 자랐다면, 감정을 느끼고 흘려보내는 것이 상당히 어색하고 불안하게 느낄 수 있다. 나 또한 아이에게 느끼는 ‘화’는 죄책감으로 이어지기 일쑤였다. 가끔은 엄마 자격이 없지 않나 깊은 수렁에 빠지기도 했다. 나에게 감정이란, 특히 분노는 터져버리는 것이고 수습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부정적인 감정은 나를 집어삼킬 것 같았고, 관계를 파괴할 것 같이 두렵고, 불안했다.
문제는 이런 감정을 분노를 해소하기 위한 방법을 별다르게 갖고 있지 않으니 화가 날 때마다 더 불안했다. 내가 밖에서는 그리 화를 내는 사람이 아니지만, 유독 집에서 아이에게, 남편에게 일어나는 감정은 나를 무기력하게 했다.
감정 밑에는 해결되지 않은 욕구가 있다.
엄마라면 자신의 감정을 알아차리고, 감정을 다루는 방법을 발전시켜야 한다. 나의 느낌과 친해지는 연습을 해야 한다. 지금 뭘 느끼는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이어서 어떤 행동이 나오는지 감정- 생각-행동은 연결되어 있다. 표면적으로 분노는 보이는 감정이지만, 분노의 아래에는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깔려있다. 나는 존중받고 싶다. 내가 순응적이고 많이 받아주고 사랑해 주는 만큼 상대방이 나를 좀 헤아려주고 존중해 주길 기대한다. 감정은 나의 원함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분노를 조절하는 방법
사람마다 다른 이유에서, 다른 지점에서 분노하게 된다. 나 같은 경우는 내가 무시당했다고 느꼈을 때 화가 난다. 아이가 "엄마를 무시할 의도"를 가지고 나를 행동했을까? 오로지 나의 해석에 달린 것이다. 예를 들면 아이가 나에게 무례하게 행동할 때, 소리를 지르고 때리거나, 생떼를 쓰면서 원하는 것을 표현할 때, 협박조나 빈정대는 말투로 거래를 걸어올 때 나는 무력감을 느낀다. ’ 내가 만만하구나. 얘가 나를 조종하는구나, 내가 다 들어줘 버릇하니까 얘가 나를 이렇게 대하는구나.‘ 해석하기 때문에 화가 난다. 이처럼 분노와 연결된 생각을 찾아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감정- 생각 - 행동의 연결고리를 이용하기
분노(감정)는 해석(생각)을 거쳐서 행동으로 이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잠시 분노(감정)와 연결된 생각(아이가 나를 무시하네)을 찾고, 그럴 때 내가 어떻게 행동(화를 내거나, 비난, 응징, 거리두기, 무시 등)하는지 생각해 보자. 어떤 행동은 나와 아이 모두에게 해롭다. 감정은 해롭지 않지만, 행동은 해로울 수 있다. 행동을 바꾸기 전에 ‘생각’을 바꾸면 행동이 달라진다. 이럴 때는 분노(감정)- 생각(해석)- 행동의 연결고리를 찾아보고, 생각을 유연하게 바꿔보는 훈련을 해볼 수 있다.
나의 감정을 존중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엄마라면 감정에 대한 인식이 더욱 중요하다. 아이에게 감정을 잘 인식하고 조절하고, 표현하고 흘려보내는 모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느끼는 바에 대해서 억압하지 않고, 가만히 느껴보면 나의 욕구가 있다 했다. 존중받고 싶은 내 욕구를 적절하게 표현하면 된다. 사랑받고 싶었던 나의 충족되지 않은 욕구가 보인다면, 내가 나에게 해줄 수 있는 스스로 돌봄을 해주자. 아이에게 엄마가 느끼는 것도 소중하다고 이야기하고, 존중하도록 가르치며 이끌어 주자.
매일 감정일기를 쓰는 것이 도움이 된다. 감정 일기에는 내가 느낀 것이 무엇인지 적어보고, 내가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했는지를 함께 살피는 것이다. 글로 적은 만큼 객관화가 되고 오래 기억에 남으니까 공책 하나를 마련하자. 요즘에 시중에 마음에 유익한 도구들이 많이 있다. 감정일기를 하나 골라서 적어보자. 그리고 오늘 하루 가장 강렬하게 느꼈던 감정, 상황, 행동, 생각에 대해서 눈으로 보이게끔 적어보자. 자주 반복하다 보면, 왜곡된 나의 신념들이 보이게 되고, 그 패턴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